달거나 씁쓸하거나
작성일
2020. 3. 21. 13:39
작성자
달콤 씁쓸

비스트로진

2020.1.13.지도

 예약 없이 급히 식사하려니 즐겨 찾던 곳에 발조차 들일 수 없던 게 최근이다. 이날은 평일이긴 했지만, 그때의 기억 때문에 혹시나 해 예약을 하고 갔다. 

 사장님께서는 여태까지 항상 사람들로 북적였던, 항상 앉고 싶었던 아늑한 자리로 안내해주신다. 메뉴판을 보는데 지난번에 먹은 바질페스토 파스타가 사라졌다. 아쉬워라. 기다림의 시간은 포근한 치아바타, 그리고 무화과 술로 만들어 알딸딸함이 남아있는 잼과 함께 한다.

딱새우 비스큐소스 파스타(15000원)

 비스트로진의 파스타는 항상 풍성해서 마음에 든다. 이 가격에 과분할 정도다. 이 메뉴도 딱새우 비스큐소스 파스타이지만 루꼴라가 먼저 보일 정도다. 그대로 가져가 루꼴라 피자에도 쓸 수 있을 양이다. 비스큐 소스는 자작하게 해서 링귀네에 오일을 붙이다시피 했다. 감칠맛은 크게 느껴지진 않았다. 그래도 흥건한 오일로 되어있는 데다, 비릿하고 느끼했던 옛날보다는 훨씬 좋았다. 딱새우는 발라낸 지 시간이 지났는지 탱글탱글함이 덜해 아쉬웠다. 토막내어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없던 것도 아쉽다. 다시 먹었지만, 여전히 좋다고 말할 수는 없는 미묘한 음식이다.  

찰보리 리조또 & 부챗살 스테이크(18000)

 몇 번의 메뉴 개편에도 살아남은 음식이다. 편차가 뚜렷한 메뉴이기도 하다. 이번엔 육즙이 흥건한 게 바로 보인다. 레스팅을 충분히 한 뒤 리조또 위에 얹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라구 라자냐(17000원)

 겉에 둘린 토마토소스는 새콤달콤한 맛에 토마토를 갓 간듯한 정도의 농도다. Hunts 홀토마토 통조림의 맛과 유사하다. 치즈는 모차렐라와는 조금 다른 듯한데 뭔지는 모르겠다. 흔히 들어본 고르곤졸라나 체다는 아닌 게 분명하다. 그렇지만 먹는 게 신나니 아무렴 좋다. 얼마나 좋았는지 다른 건 따질 겨를도 없었다. 

 신나게 먹고 있으려니 바깥에 사람들이 기웃거린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장님은 예약 여부를 묻고는 사람들을 계속 돌려보냈다. 결국 다 먹을 때까지 아무도 오지 않았다. 그땐 전세 냈다면서 좋아했는데, 나중에 인터넷에서 가게를 찾으려니 정보 자체가 사라졌다. 아무래도 영업 마감의 전조였던 듯하다. 아쉽다. 이제 맛있는 파스타를, 찰보리 리조또를 어디 가서 먹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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