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기/주전부리 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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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아몽떼 2023.4.│지도 퀸아망의 기준은 예전 현대백화점에 있던 이즈니 베이커리인데, 겉은 설탕에 절여져서 달콤하면서도 단단해야 하고, 속은 설탕에 절여졌지만 진득하지 않고 촉촉해야 한다. 그런데 빵을 산 뒤 며칠 뒤에 먹어서였을까? 바삭하다기보단 진득하고, 속은 축축해서 겉모습만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촘촘하면서도 가지런한 결이 특징인 뺑 스위스는 설령 이 가게를 모르더라도 빵을 사고 싶 만든다. 아름다운 결이 선사하는 바삭한 즐거움은 없었지만, 커스터드 크림과 초콜릿 칩 덕분에 평범하게 맛있다. 오랜만에 먹은 버터 브레첼은 그저 반갑다. 그렇지만 이제는 버터가 통으로 들어갔다는 그 사실 때문에 도리어 버터 브레첼을 꺼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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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성로 사람들 2021.10.│지도 가게 상호는 '북성로 사람들'인데, 실제 북성로는 중앙대로를 기준으로 서쪽의 공구 골목을 부르고 가게는 중앙대로 동족에 있기 때문에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그렇지만 탁자마다 마련된 긴 설명문을 보니 절대적 위치에서 유래한 상호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글씨가 작다. 조용히 사라지는 동네를 포용하는 뜻에서 시작되었다면 해당 지역의 주 연령층까지도 고려해 글자 크기가 조금 더 크면 좋겠다. 위치는 '시내'를 기준으로 북쪽에 있는 데다, 골목을 몇 번 돌아야 갈 수 있어 찾아가기 힘들다. 하지만 북쪽을 거점으로 활동하시는 고연령층에는 그렇지도 않은지 가게 곳곳에서 느긋한 한때를 보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가게는 들어오는 통로만 좁을 뿐 이를 빠져나오면 탁 트인 정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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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드 2021.9.│지도 먹는 게 좋고, 먹는 걸 사진으로 남기는 것도 좋다. 이왕이면 음식과 공간이 예쁘면 더 좋지만, 인스타그램과 마케팅에 집중한 나머지 본질에 반하는 매장은 싫다. 개장공사하고 다시 문을 연 루시드의 좌석이 그런 식으로 불편하게 변해 발길을 끊었다. 그러다가 푸딩 빙수가 유명하단 이야기를 듣고 다시 갔다. 호기심을 줄여야 하는데. 바깥에서 바로 보이는 좌석은 불편하지만, 생각보다 앉기 편한 좌석도 있었다. 빙수는 이름처럼 푸딩이 인상적인데, 사진에 보이는 것 외에 얼음 속에도 있다. 푸딩은 원래가 단데 시럽도 달고, 안에도 푸딩이 있으니 사람에 따라선 달아서 차마 다 못 먹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단맛은 온도가 낮을 때 상대적으로 덜 느껴지는 데다 원래부터가 단 음식을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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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씨교자 2021.9.│지도 한 달 가까이 공사하고 있던 문씨교자가 드디어 영업을 개시했다. 가게는 깔끔해져서 위생적으로 보인다. 지난번에 사놓고 제대로 못 먹은 게 한이 되어 이번에 또 비빔만두를 샀는데, 만두보다 푸짐한 야채가, 그리고 야채보다 양념장이 매력적이다. 상큼한 양념장은 과일을 갈아 넣은 듯 시원하고 야채만큼 양이 많다. 하지만 만두를 먹고 싶지 않다면 2000원으로 양념장을 따로도 살 수 있다. 그렇지만 만두, 야채, 장 각각이 매력적인 비빔만두는 막상 먹으려니 잘 안 된다. 만두가 튀겨져서 단단하다 보니 야채를 싸거나 함께 집어 먹는 게 힘들어서, 만두를 먹고 야채를 또 먹고 하는 식으로 해야 했다. 그냥 야채와 만두, 양념장의 세트 메뉴로 생각해야 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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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메이 디저트식당 2021.9.│지도 정말 아무것도 없는 곳에 대뜸 생긴 디저트 가게. 호텔을 제하고선 제대로 된 애프터눈 티 세트를 맛볼 수 있는 곳이 그다지 없어 냉큼 예약했다. 3단 구성은 2인 이상 주문 가능하며, 해당 시일 기준 음료를 포함하여 1인 32000원이다. 애프터눈 티 세트에 포함된 음료는 목록에서 고를 수 있다. 세트 구성이면 고를 수 있는 음료의 종류가 제한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지 않아 좋았다. 오로라 코팅이 되어있는 컵에 담겨 그런지 차가 더 예뻐 보였다. 맛은 달콤하다. 식탁에는 식기와 일회용 손 소독 티슈가 있다. 식기를 둔 흰색의 작은 접시는 앞접시를 겸하는 용도인 것 같은데, 크기가 작고 또 평평해서 불편했다. 드디어 시작된 애프터눈 티 세트. 앞에서부터 뒤로, 아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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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금당 2021.8.│지도 경상감영공원 근처에 있는 카페. 높은 계단을 올라오지만, 공원 바로 옆은 아니라 종로의 평범한 일상만 내려다보일 뿐이다. 문을 열면 바로 옆에 화장실이 있지만, 입구가 꼭 닫혀 있어 당황스럽진 않다. 가게는 바닥도 가구도 나무이며, 이를 조명이 은은하게 밝혀 아늑하다. 주문하면 손을 닦으라고 물수건을 준다. 음식점에는 물티슈를 주는 곳이 많지만, 카페는 그렇지 않은데 위생을 신경 쓰는 모습이 좋았다. 거기다 펼친 손수건에는 향기가 나 두 배로 좋았다. 대접받는 느낌이다. 구릿빛 컵에 받아든 로얄밀크티(5500원)는 부드럽고 고소해 프리마를 넣었나 싶기도 하다. 유명한 건 핫케이크인데 배가 불러 시키진 못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