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담기/우리 나라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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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첫 인천공항 2021.10. 일본에 한동안 거주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끝나지 않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이로 인해 좁아진 하늘길로 인천공항으로밖에 출국할 수 없게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공항까지의 교통편도 전멸 수준이었다. KTX도 예외는 아니었다. 인천공항까지 바로 가지 않았다. 그래서 서울역에서 일단 내려야 했는데, 오랜만이라 그런지 코로나 이후라 그런지 이유 없이 낯설다. 엘리베이터 속도가 빨랐다. 인구가 많아 대구보다 캐리어를 든 사람도 훨씬 많았다. 이 많은 사람이 모두 해외로 나가나 싶을 정도다. 숙박은 인천공항과 조금 떨어진 운서역에 있는 호텔투어에서 했다. 건물은 골든 튤립 호텔과 동일하며, 공간이 넓어 마음에 든다. 역과는 가까우며, 음식점도 적당히 있어서 식사하기도 편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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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제2의 도시, 부산 (2) 2021.7. 식사한 뒤 광안리 해변을 걷고 있자니, 본의 아니게 해수욕장을 두 군데나 들른 셈이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해운대와 광안리는 둘 다 유명했지만, 해운대는 스카이 캡슐에서도 느껴질 만큼 바람이 거셌다. 하늘까지 닿을 듯한 건물은 유리를 입어 더 미래도시 같은 느낌이었다. 한편 광안리는 바람이 잔잔하다. 부산역에서도 보이는 명물인 광안대교와 함께 조금 더 푸근한 느낌이 있다. 그렇지만 두 곳 모두 공실이 거의 없어 도심지부터가 괴멸할 조짐을 보이는 대구와는 천양지차였다. 과연, 거리만 가까울 뿐이지 그래도 부산은 제2의 도시였다. 해변가에는 인증샷을 찍으라고 광안리라는 글자 조형물이 있다. 해운대는 글자가 있는 곳까지 안 가서 실제로 보지는 못했지만, 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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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제2의 도시, 부산 (1) 2021.7. 대중교통만 이용하니 항상 경주와 부산만 가게 된다. 주요 도시만이라도 접근성이 좋았으면 하는데 당장 대구에서 전라권에 가는 것도 대전을 거쳐서 가야 하니 어이가 없다. 수도권 중심의 대중교통망 체계는 2021년에도 여전하다. 그렇게 가게 된 경주와 부산이지만 다행히도 몇 번을 가도 나름의 재미가 있다. 당일 여행이라 아침부터 서둘러야 했다. 일찍 가서 동대구역의 마루가메제면에서 식사하려고 했는데, 기차 시간에 딱 맞게 도착하는 바람에 가게에는 눈길도 못 주고 바로 기차를 탔다. 안 그래도 역사 2층에 있어 접근이 어려운 곳인데, 최근 뉴스를 보니 한국 사업을 철수했다고 하니 영영 생각만 하고 못 간 셈이 되었다. 식사도 물론 중요하지만, 수면도 중요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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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니 로다리 탄생 100주년 특별전 2021.7. 이탈리아의 아동문학가 '잔니 로다리'와, 잔니 로다리 작품에 삽화를 그린 이탈리아 출신 일러스트 작가의 원화 전시회다. 전시회는 잔니 로다리의 삶을 당시 활동했던 이탈리아 지방을 기준으로 나누어 그 지방에 대한 이야기, 잔니 로다리의 이야기에 그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일러스트 작가의 삽화도 소개하였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잔니 로다리'가 중심이기 때문에 설명은 일러스트 작가가 아니라 그 일러스트가 실린 잔니 로다리의 작품에 붙는다. 그렇지만 잔니 로다리가 아동 문학가라 (아마도) 아동에게 더 인지도가 높을 걸 생각하면 삽화에 대한 설명이 작은 글씨로 되어 있는 게 아쉽다. 한편, 곳곳에 삽화가 실린 원서 또는 한국어 도서가 비치되어 있어 잔니 로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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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벅터벅, 먹으러 경주 (2) 2021.6. 황리단길도 봤고, 콩국도 먹었다. 이젠 좀 느긋하게 시간을 보낼 카페가 필요했다. 왔던 길을 거슬러 점심을 먹었던 경주 노서리 고분군 쪽으로 돌아간다. 되돌아갈 때마저 사람과 섞이긴 싫어서 돌담길을 끼고 걸어갔다. 경주 노서리 고분군 바로 옆 골목에 있는 데네브(지도상 경유 1). 여름철 대삼각형을 이루는 백조자리의 별 이름이기도 한 데네브는 주변이 한산해서 그 이름대로 더욱 빛난다. 빵이 맛있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주말이라 남아 있는 게 거의 없다. 덮개가 없는 것도 신경 쓰인다. 가게는 목재가 많이 사용되어 갈색이 지배적이다. 내부는 테이블 6개 + 창가 좌석 4개 정도로 생각보다 작지만, 화장실이 있어 좋다. 좌석이 있는 공간의 외벽은 통유리로 되어 있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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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벅터벅, 먹으러 경주 (1) 2021.6. 여행 목적으로 경주에 가는데, 교통수단이 열차라면 아무렴 KTX보다는 무궁화가 편하다. 그런데 예약하려고 보니 희한한 좌석이 있다. 4호차에 마치 KTX에 있는 것과 비슷하게, 동반석이라는 이름의 마주 보는 좌석이 있는 거다. 마주 보며 갈 수 있어 냉큼 예약했는데 낭패를 봤다. 다른 좌석과 분리되어 있어 마치 특실인 것 같은 느낌은 처음뿐이었고, 막상 앉으니 소음이 심해 대화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열차 차량을 넘어갈 때의 소음이 내내 들린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동반석 너머에는 본래 열차 카페가 있었으리라 추정되는 곳이 있었는데, 지하철 좌석처럼 마주 보는 일자형 좌석을 깔아 놓았다. 한쪽이 4~5석 정도, 총 8~10석이니, 시간만 잘 맞추면 입석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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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쉬튼호텔, 더 가니쉬, 울산대공원, 쉐피, 태화강 국가 정원 (2) 2020.11. #4 에쉬튼호텔 HP 지도 호텔은 시청 바로 옆에다 대로에서 크게 들어가지 않아 안심된다. 커다란 창으로 보이는 풍경은 빌딩뿐이지만 애초에 놀러 온 게 아니라 크게 상관없었다. 시설은 신축이니만큼 깔끔했고 비품들도 필요한 게 잘 갖추어져 있었다. 샤워용품의 향은 감귤~오렌지의 시트러스 향이 기조가 되어 상쾌하다. 뜨끈한 바닥에서 자는 것이 습관이 되다 보니 침대는 여전히 낯설다. 과하게 부풀려진 침구들도 부담스럽다. 몸에 바로 전해져오는 따뜻함이 그립다. 이 점에서 침대는 절대 바닥을 따라갈 수 없다. 그렇지만 난방이 잘 되어 찬 데서 잘 때 느껴지는 찌뿌둥한 느낌은 없다. 다소 답답하다고 느껴질 만한 따뜻한 공기를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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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집김치찜, 코벤트가든 (1) 2020.11. #1 울산역 일이 있어서 울산에 갔다. 고속열차를 타고 갔는데, 입지 조건이 신경주역과 비슷했다. 주변에 아무것도 없다. 울산 시내로 가는 노선은 많았지만, 외딴곳에 위치한 탓인지 배차 간격이 기본 15분부터 시작한다. 리무진 버스는 울산 시내로 가는 길에 고속도로가 있음에도 국도로 다녀 일반 버스와 소요 시간에서 큰 차이가 없다. 그래서 일반 버스를 탔더니 정류장 수는 엄청나게 많고, 노선도 구불구불해서 돌아올 땐 리무진 버스를 타야겠다 마음먹었다. 애초부터 무궁화호를 타고 태화강역에 내리거나, 고속버스를 타는 게 나았을지도 모른다. 고생 끝에 탄 버스는 고요했다. 대구서는 대중교통을 타면서 이야기하는 사람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울산은 그렇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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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대포 해수욕장과 바다 미술제 2019.10. 하여튼 호기심은 문제다. 2년마다 개최되는 바다 미술제가 뭐라고 또 부산에 갔다. 매년 개최장소가 바뀌는 바다 미술제의 이번 무대는 다대포 해수욕장이다. 지하철 1호선 종점이라 그런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1 가연장 다대포점 지도 12시가 조금 안 되어 다대포 해수욕장 역에 도착했다. 해수욕장을 구경하다 중간에 밥을 먹으러 오는 건 번거로우니 이른 점심을 먹는다. 주변을 둘러보니 역시나 맛있게 먹을 만한 곳이 없다. 다행히 보험이 있다. 어제 찾아두었던 가연장 다대포점에 갔다. 만원으로 정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그러나 정찬이라는 상호와 달리 찬들은 백반의 그것이라기보다는 고깃집에서 자주 볼 법한, 주요리를 위해 나머지는 거드는 인상이다.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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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963, 초량168계단 (2) 2019.8. #4 F1963 HP 지도 5층짜리 아파트, 주택, 빌라가 있는 오래된 동네. 그리 크지 않은 길에서 왼쪽엔 주차장, 오른쪽엔 창고형 매장 코스트코를 끼고 오르막을 오르면 보이는 곳. F1963은 외로운 건물이다. 고려제강의 와이어공장이 있던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장은 2008년에 생산 종료 및 설비 이전을 거쳐 2016년엔 부산비엔날레 전시장으로 활용되고, 현재는 카페, 음식점, 서점 등이 입점한 복합문화공간이 되었다. 공장은 이미 그 자리에서 벗어났지만, 공장(Factory)의 F와 처음으로 공장을 지은 해인 1963을 합성한 이름 F1963으로 여전히 공간을 지배한다. (출처: F1963 홈페이지) 공장을 개조한 대규모 공간은 5년쯤 전에 유행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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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현대미술관, 영도대교 (1) 2019.8. #1 부산현대미술관 : 랜덤 인터내셔널 - 아웃 오브 컨트롤 HP 지도 랜덤 인터내셔널 관람 시 5000원 '랜덤 인터내셔널'은 영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예술가 그룹의 이름인데, 내년 1월까지 아웃 오브 컨트롤이란 제목 아래 부산현대미술관에서 '레인 룸'과 '알고리드믹 스왐 스터디'를 전시한다. 그중 압도적으로 주목을 받는 건 '레인 룸'인데, 이 작품은 7년 전인 2012년 런던 바비칸 센터에서 처음 전시된 작품으로, 부산현대미술관에서도 이 작품을 전시하기 위해 2017년부터 노력했다고 한다. (출처 : 중앙일보 기사) 그렇지만 일반인에게는 이런 정보보다는 '비에 젖지 않고서도 빗속을 걷는 느낌을 낼 수 있는 전시'라는 점이 더 흥미를 끈다. 상호작용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