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거나 씁쓸하거나
작성일
2022. 11. 9. 21:22
작성자
달콤 씁쓸

니혼바시 다카시마야 '메종 에 오브제 파리' 전, 그리고

2022.3.


 발음만 다를 뿐 오사카와 지명이 같아 혼란스러운 도쿄의 니혼바시.  '메종 에 오브제 파리' 전을 보기 위해 찾은 니혼바시 다카시마야 백화점은 신주쿠의 그것과는 달리 지은 지 오래되었는지 많이 낡았다. 엘리베이터만이 세월을 아름다움으로 남겼다.

 전시회 입장료는 500엔이었다. 백화점에서 전시하는데, 입장료까지 저렴하다. 규모가 작거나 볼 것이 없진 않을까 하는 걱정은 아무 쓸모가 없었다. 실용성은 둘째치고 일단 아름답다. 늘 보던 책상, 늘 보던 탁자, 늘 보던 접시에서 벗어나 집이라는 공간의 새로운 가능성을 상상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소룡포 추천 세트(바질 1, 트러플 1, 돼지고기 2)(1040엔)
돼지고기 볶음밥(1100엔)

 전시를 보는 데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다. 식사하려고 보니 점심도 저녁도 아닌 애매한 시간이다. 개인이 운영하는 식당은 대부분이 중간에 휴식 시간을 두지만, 백화점 식당가는 영업을 하니 천만다행이다. 가게 중에는 대만에 갔을 때 식사했던 '딘타이펑'도 있었다. 대만에서도 맛있게 먹었던 트러플 소룡포를 주문했지만, 역시 본토에서 먹어야 하는 걸까? 대만에서 먹었던 것과는 맛이 한참 달랐다. 시판 만두와 같았다.  

르 구떼(애프터눈 티 세트)(4950엔)

 오랜만에 오는 르 쇼콜라 알랭 뒤카스 도쿄 공방. 이번에는 애프터눈 티 세트를 이용했다. 상호의 '도쿄 공방'이란 이름처럼 바깥쪽에 앉으면 작업장을 구경할 수 있는 듯한데 아쉽게도 중앙 자리로 안내받았다. 3월이라지만 아직은 쌀쌀한데, 노래를 안 틀어주니 공간이 뭔가 휑하다.

 디저트에는 전부 초콜릿이 들어가지만, 모두가 맛있지는 않다. 맛있던 건 오른쪽 접시에 나온 타르트와 빨미에(하트 모양 파이)다. 절도를 지킨 단정한 맛이 있다. 한편 브리오슈나 에클레어는 퍼석해서 실망만 준다. 예쁜 병에 들어간 초콜릿 요구르트 또한 보는 것만 못하다. 초콜릿이 진한 나머지 떫다. 초콜릿을 맛있게 먹어서 애프터눈 티 세트도 걱정 없이 예약한 건데, 가격만큼 만족스럽지 못했다. 먹다 남은 걸 가져갈 수 있다는 건 좋았다. 

니혼바시

 밖은 그새 어두워졌다. 니혼바시에도 불이 들어왔다.  

니혼바시 미츠코시 본점
니혼바시 미츠코시 본점 내부

 백화점 구경에 취미가 없는 사람조차 들어가고 싶게 만드는 니혼바시 미츠코시 본점. 니혼바시 다카시마야와 비슷하게 낡았지만 이쪽은 규모가 커서 그런지 낡아도 여전히 힘이 있다. 아무래도 1층에 있는 용 조각상 때문인 듯하다.  

코레도 무로마치

 맞은 편에는 코레도 무로마치라는 복합 빌딩도 있는데, 비교적 새로 생겨서 그런지 깔끔하다. 위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싫어했던 네온사인으로 된 싸구려 감성 문구가 보인다. 한국 식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