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눈, 눈 (3)
2022.3.
지하 통로로만 이용하던 삿포로역을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제대로 살펴본다.
홋카이도의 마지막 끼니는 오쿠시바 상점에서 해결했다. 벌써 세 번째 수프 카레다. 첫 번째 수프 카레는 실패했고, 두 번째 수프 카레도 썩 맛있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뭐든 삼세판이라고, 속는 셈 치고 또 수프 카레를 먹었다. 그런데 설마, 마지막에 가서 마음에 쏙 드는 수프 카레와 만날 줄이야. 수프에 새우가 들어가 감칠맛이 나는 게 한몫했다. 본점은 홋카이도의 오비히로에 있다는데, 본점은 얼마나 더 맛있을지 궁금해진다. 밥은 드물게도 잡곡밥으로 나온다.
마지막 끼니라고는 했지만, 식사는 식사고 후식은 후식대로 챙겨야 하니 제과점 롯카테이로 갔다. 본점은 마지막 끼니를 마쳤던 오쿠시바상점과 마찬가지로, 홋카이도의 오비히로에 있다고 한다. 입구는 듬직한 강아지가 반겨준다.
롯카테이는 홋카이도 외에 매장이 없고, 가끔 마트에서 파는 것도 인기 있는 것뿐이기에 궁금해 보이는 과자는 참지 않고 사는 게 좋다. 과자는 낱개로도 판매하기 때문에 여러 개를 살 때의 금전적 부담감도 덜하다. 또한 매장에는 과자 외에도 포장지나 종이가방에 사용되는 꽃무늬를 이용한 문구류나 생활용품도 팔고 있으며, 2층 카페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싶은 잡곡밥도 팔고 있다.
평소에는 이렇게 과식하지 않는데, 아무래도 자주 못 올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인지 궁금한 것들을 덮어놓고 주문했다.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능력 밖의 양을 시키니 맛을 음미하기는커녕 먹는 게 고작이다. 전날 먹은 유키야콘코나, 언제나 좋아하는 마루세이 버터 샌드가 변주된 디저트 또한, 원판이 낫기 때문인지 겨우겨우 먹어서 그런지 인상이 옅다. 상큼함이 특징적인 삿포로 식물원만은, 유일하게 빛바래지 않았다.
성수기가 지난 뒤라 버스 투어를 운영하지 않는 지역도 있고, 예약했던 버스 투어도 기상악화로 취소된 지라 예상치 못하게 여유 넘치는 여행이 되었다. 특히 마지막 날을 식사로만 보낸다는 건 여태까지라면 상상도 못 할 일정이다. 어디 가고 싶은 마음이 없진 않았지만, 대중교통으로 다니다 보니 갈 수 있는 건 삿포로 시내나 열차가 다니는 지역이 한계였다. 그렇다고 이번 여행이 재미없진 않았는데, 그와는 별개로 다른 지역에서는 잘 느끼지 못했던 대중교통 이용자의 서러움을 오랜만에 느꼈다. 겨울의 홋카이도가 즐거웠다는 사람은 십중팔구 렌터카 이용자가 아닌가 싶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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