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테이블
2018.3.5.│지도
팜테이블은 가고 싶다고 마음먹은 지 벌써 5년이 넘은 곳이다. 고민만 하다 유행에 밀려 결국 가지 못하게 되는 건 아닌가 싶었지만 팜테이블은 지금까지도 카페 골목의 도로변 쪽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당시로써는 얼마 없던, 그러나 지금은 너무도 흔해진 화이트 인테리어를 차용해 지금까지도 세련된 느낌을 준다. 카페 구석에 있는 오픈형 주방에서는 쉴 새 없이 더치베이비가 구워지는데, 밥을 먹었음에도 식욕을 자극하는 빵 향기는 계절에 따라 자칫하면 추워 보이는 실내를 따뜻하게 감싼다.
주문은 팜테이블에서 가장 유명한 메뉴인 더치베이비로 한다. 구워지는 데 시간이 걸리니 내부를 둘러본다. 인도 쪽에 창문을 크게 내어 시원하다. 맞은 편에 보이는 건물은 오래되었지만 그렇기에 유리병에 담긴 꽃의 아름다움을 더 부각시킨다.
더치베이비만으로는 조금 허전할 것 같아 구색갖추기를 겸해 딸기라떼도 시킨다. 직원분이 오셔서 더치베이비용으로 나이프 하나에 포크 두 개, 그리고 코르크를 세팅해 주시고, 음료용으로는 실리콘 코스터를 놔두신다.
딸기라떼는 우유(?) 층이 위에서 3할을 차지하고 딸기라떼가 아래 7할을 차지한다. 우유에 물음표를 넣은 이유는 단순히 우유라고 하기에는 - 휘핑을 섞었는지도 모르겠다 - 다소 밀도가 있는 데다 너무 달기 때문이었다. 티스푼으로 섞을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생각하면서 딸기라떼를 마시니 이것 또한 만만찮게 달다. 생딸기를 넣지 않고 딸기잼을 우유에 넣었다. 장렬하게 잼이 되어버린 딸기 과육이 간간히 씹힌다. 딸기의 상큼한 맛을 기대하고 시킨 음료라 실망스러웠다. 더치베이비와 같이 먹기에는 너무 안 어울린다. 음료로서의 매력도 부족하다.
불평은 실컷 했지만 더치베이비가 아직 나오지 않아 딸기라떼만 연신 마시고 있으려니 더치베이비가 나온다. 더치베이비는 독일식 팬케이크로 오븐에서 굽고 사진과 같이 오목한 모양이 특징이다(시사상식사전, 네이버 지식백과). 이미 가게 내에 진동하는 빵의 참을 수 없는 향기는 더치베이비가 우리 테이블에 오자마자 나이프를 들지 않고는 못 배기게 한다. 기대에 잔뜩 부푼 마음으로 빵 부분에 나이프와 포크를 갖다 대니 잘 잘리지 않는다. 부드러울 거란 건 오산이었다. 질기다. 팬케이크를 잘, 그리고 예쁘게 잘라먹기는 글렀다. 흡사 고기를 써는 것처럼 나이프를 움직이니 그제야 빵이 잘리기 시작한다. 빵은 자를 때 느꼈던 것처럼 쫄깃하다. 그렇지만 불규칙적이게 부푼 모양에서 기대했던 공갈빵 같은 바삭한 부분은 없었다.
더치베이비 중간에는 커스터드 크림이 깔리고 과일로는 청포도, 라즈베리, 블루베리가 있어 질리기 쉬운 더치베이비를 더 잘 먹을 수 있게 해 준다. 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바나나도 들어가 있다. 커스터드 크림은 겉보기와는 다르게 (아마도?) 차갑다. 슈크림 빵의 그것과는 맛이 다른데, 어릴 적 자주 만들어 먹던 컵케익 만들기에서 조리 전 반죽을 그대로 먹는 맛과 흡사하다. 삼삼하게 달다.
더치베이비를 많이 먹으려고 일부러 저녁도 많이 먹지 않고 왔는데 2명이란 수는 더치베이비 앞에서는 적은 숫자였다. 그렇지만 남겨진 더치베이비가 안쓰러워 웬만하면 다 먹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필사적으로 이야기를 해야 했지만,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많아서 제대로 이야기할 수가 없었다. 단순히 목청을 높여 이야기하는 걸 넘어 상대의 이야기도 잘 들리지 않아 미련은 남지만, 가게를 빠져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이건 방문한 사람들의 성향에 따른 거라 복불복인 것 같다)
아무튼 몇 년간의 염원이었던 더치베이비를 먹어봤으니 다시 갈 일은 없을 것 같다. 참고로 화장실은 열쇠를 따로 빌려 카페 외부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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