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거나 씁쓸하거나
작성일
2019. 5. 6. 19:26
작성자
달콤 씁쓸

셀리우

2019.4.27.지도

 교동 전자 거리에 있는 셀리우는 저녁 시간에 방문하니 음침하고 우중충하다. 차를 가지고 온다면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걸어오는 입장에서는 가게 옆에 술을 끼고 노는 동네 음식집도 하나 있어 그 앞을 지나다니려니 여간 조마조마한 게 아니다. 좌석은 테이블이 2개, 나머지는 주방으로 뚫린 형태의 ㄷ자 카운터석으로, 단체가 아닌 이상은 카운터석에 앉게 된다. 

디너(72000원)

 디너 코스는 기본 72000원에 메인 메뉴에 따라 추가금이 붙는다. 일행이 사 주는 저녁이라 더 욕심은 못 내고 이베리코로 한다. 와인 메뉴판도 가져다주셨지만, 술을 못 마셔서 그대로 돌려보낸다. 자연히 왼쪽에 있는 멋진 글래스와도 안녕이다. 주문하고선 물수건으로 손을 닦는다. 은은한 향이 손을 자꾸만 닦고 싶게 만든다. 

 일단은 환영 음식부터. 리코타 치즈와 새우가 들어간다. 춘권과 닮았다.

 아이스크림콘 같은 것에 치즈, 시즈닝 된 연어 알 등. 크림의 부드러움과 상큼한 연어 알의 궁합이 좋은데 이를 감싸는 콘이 상대적으로 단단하다.

 맨 처음 먹기에는 다소 무거웠던 환영 음식을 먹고 난 뒤에는 맨 오른쪽에 있는 레몬그라스를 넣은 식혜로 입가심을 하면 된다. 

 의아스러운 건 커트러리다. 젓가락 하나만 있어서 나중에 더 세팅해주시나 싶었는데 음식이 나올 때마다 가져가시고 다시 새로 놓아주신다. 실제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보는 입장에서는 한꺼번에 놓는 것보다 더 불편해 보였다. 

 가리비 관자와 아브루가. 아브루가는 캐비어처럼 보이지만 3대 진미라는 철갑상어의 알은 아니고, 청어 살로 만든 어묵이라 한다. 즉 대체품.

 빵이 두 종류 있었는데, 하나는 사워도우였다.

 빵은 트러플버터, 발사믹, 병아리콩 디핑소스(후무스)로 곁들여 먹으면 되는데, 트러플버터가 제일 맛있다. 그렇지만 사워도우는 역시 아무것도 바르지 않고 먹는 게 제일 맛있다. 

 토마토, 리코타, 바질 오일. 토마토는 피클이나 젤리 등 다양한 형태로 등장한다. 겉에는 사과 주스.

 닭다리, 옥수수, 아보카도, 김치 살사, 옥수수 퓌레. 베이컨이 딱딱했다. 

 농어구이에 딜 오일을 넣은 해물 육수. 향신료를 자주 접할 일이 없어서 상쾌한 딜의 향이 낯설었다. 

 스테이크가 나오기 전에 입가심 음식으로 오이 소르베가 나온다. 싫어하는 음식이지만 그래도 어떤 맛일까 싶어 먹어봤지만 역시나 떫다. 옆에 다른 과일이 수습하려 하지만 역부족이다. 

 오이의 강력한 떫음으로 혀를 백지화시킨 후 스테이크를 먹는다. 목심과 안심 사이의 특수부위를 사용하셨다고 한다. 포트 와인 소스에는 한약재의 맛이 난다.

 주방은 유리로 되어 있어 조리과정이 보인다. 

 후식인 초콜릿 케이크와 바닐라 아이스크림. 구성이 제일 변변찮았지만, 기념일 서비스(오르골, 레터링, 촛불)가 좋았다. 

차는 타바론을 사용한다. 고른 건 피치 우롱.

 낯선 음식을 먹으면서 이야기도 하고 사진도 찍다 보니 어느새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다 사라졌다. 눈이 휘둥그레지는 경험 덕분에 순식간에 시간이 지나간 것 같다. 그렇지만 취향은 아니라 또 가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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