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거나 씁쓸하거나
작성일
2020. 7. 5. 15:52
작성자
달콤 씁쓸

카카오다다

보냉포장

 정성스런 보냉포장, 한 치의 오차를 용납하지 않을 것만 같은 은박지의 접음새. 험난한 길을 거쳐 도달한 초콜릿의 모양은 평범하지만 이를 메꾸려는 듯 겉 포장은 하나의 예술과 같다.

 그렇지만 빳빳한 종이를 접어 만들어진 탓인지 초콜릿을 먹으려고 뒤로 돌리는 순간 들뜬 게 보인다. 

은박지로 싸인 초콜릿
평범한 형태

 들뜬 포장을 시원스레 걷어내니 은박지에 싸인 초콜릿이 보인다. 윤곽이 드러나 은박지를 걷어내지 않고서도 초콜릿이 어떤 형태인지 금방 알 수 있을 정도다. 그렇지만 먹기에는 불편하다. 초콜릿은 먹기 위해 산다. 포장을 뜯고, 은박지를 열면 어떤 수고 없이 초콜릿의 윗부분이 바로 보여야 한다. 그래야 손과 초콜릿을 더 더럽힐 필요 없이 그걸 바로 뜯어서 주위 사람과 나눠 먹을 수 있는 거다. 그렇지만 위의 경우는 은박지를 풀고, 여기에 초콜릿을 손으로 들어 굳이 180도 돌리는 과정이 추가돼야 한다. 사진도 은박지를 걷어낸 후 다시 손으로 돌려내 찍은 거다.

 당연히 이만큼 많은 초콜릿은 한 번에 다 먹을 수 없을 테고, 그러면 은박지에 다시 싸게 된다. 처음 포장을 뜯을 때는 불편했으니, 넣을 때는 초콜릿을 다음에도 뜯기 좋도록 사진처럼 초콜릿을 놓고 은박지를 싸게 된다. 난 여기에다 겉 포장까지 다시 해서 넣는다. 그렇지만 초콜릿과 포장지의 옆면은 사다리꼴로 되어 있어서 정해진 위치가 아니면 형태가 맞지 않는다. 애초에 겉 포장까지 다시 해 넣는 사람이 그리 없긴 하니 이건 넘어가도 무방한 수준이다. 

에콰도르(카카오빈(에콰도르), 백설탕) / 꽃과 허브의 향, 은은한 과일 풍미 (14000원)

 빈투바 초콜릿은 첨가물이 적어 좋다. 이것도 에콰도르산 카카오빈과 백설탕밖에 없다. 그런데도 원산지에 따라 다양한 맛을 내다니 참 친숙하면서도 낯선 세계다. 

 초콜릿은 자사의 다른 제품에 비해 더 단단하다. 식감은 이전에 먹었던 마루 초콜릿이 더 경쾌하며, 카카오다다는 뻑뻑한 아몬드와 같다. 맛은 에콰도르 산지에 과일이라는 테이스팅 노트가 나타내듯 신맛이 주류다. 그렇지만 과하지는 않고 억제된 느낌이 있어 거부감은 덜하다. 여기에 희한하게도 술같이 화하면서도 따끈해지는 느낌이 있다. 같이 먹은 일행은 포도주 맛이 난다고 연신 말했다. 차게 먹으면 신맛이 조금 더 도드라진다.

 테이스팅 노트가 주관적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이왕 먹는 거 탐정처럼 꼭 찾아내고 말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렇지만 에콰도르에서 도저히 느껴지지 않는 꽃은 어디서 찾아야 하나 싶다가 포기할 즈음, 생각 없이 먹은 한입에 꽃향이 잠시 맴돌다가 사라진다. 

도미니카 공화국(카카오빈(도미니카공화국), 백설탕) / 감귤류의 과일, 견과류의 풍미 (14000원)

 다크 초콜릿은 날카로운 인상이지만 도미니카 공화국은 기품 있게 깊은 맛을 낸다. 역시나 카카오빈과 설탕밖에 들어가지 않았는데도 흡사 밀크 초콜릿에 가까운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그렇지만 밀크 초콜릿처럼 쓴맛을 설탕과 기타 첨가물의 사사로운 단맛으로 상쇄시키지 않으며, 카카오빈 본래의 것으로 추측되는 구수함과 부드러움, 그리고 얼마의 설탕으로 균형을 이룬다. 푸근한 한편 느껴지는 씁쓸함에 구수함이 갖춰진 균형 잡힌 초콜릿이다. 감귤류의 과일 맛을 느낄 수 있다지만, 혀가 굳어버렸는지 못 느꼈다. 

페루(카카오빈(페루), 분유, 백설탕, 카카오 버터(베네수엘라)) / 토스트 한 빵, 꿀, 커피 (14000원)

 한동안 밀크초콜릿을 멀리했는데 상이 괜히 주어진 것은 아닐 거라 생각해 골랐다. 개중에 테이스팅 노트가 제일 정직하게 느껴지는 초콜릿이다. 커피의 쓴맛이 나다가, 후에는 살짝 탄 식빵의 구수함이 커피의 쓴맛과 엎치락뒤치락한다. 어떨 때는 반대일 때도 있다. 그렇지만 이 둘은 거의 같은 시기에 나타나고 초콜릿을 다 먹어 갈 즈음에는 진득한 꿀의 달콤함이 언제나 등장한다. 빈투바를 알고서부터는 그저 카카오 함량이 높은 초콜릿만 골랐었는데 역시 시야는 넓을수록 좋다. 추천하는 건 도미니카 공화국과 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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