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채플린
2020.7.│지도
습관처럼 음식점을 찾다 알게 된 곳이다. 한번 가볼까 하던 게 역시나 코로나19로 외출할 기회를 엿보다 인제야 가게 되었다. 신축 건물이라 깔끔하며 제일 위층에 있어 전망도 좋다. 대신 눈에도 덜 띈다는 아쉬움이 있다.
포털에 상호를 치면 메뉴가 나와서 예습하고 갔는데, 코로나19로 재료수급이 어려워 사진에 있는 메뉴만으로 운영한다고 한다.
사진에는 없지만 먼저 볼이 넓은 잔에 수박 주스가 나왔다. 먹을 땐 맛있지만 주스로 만들면 어쩐지 채소라는 본질과 퍼석한 질감이 두드러져서 좋아하진 않는데, 더워서 그런지 그조차 맛있다.
식전 빵으로는 시판 빵과 직접 만든 빵이 사람 수만큼 나온다. 직접 만드신 빵은 파니니라고 말씀하셔서 그건 샌드위치를 칭하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 찾아보니 작은 롤빵이라는 의미도 있다고 한다. (출처 : 두산백과) 투박하게 잘리긴 했지만 두꺼운 겉면과 쫄깃한 속살이 맛있다. 특히 곁들임으로 주시는 발사믹 소스(?)가 지금까지 먹어본 것 중에 제일 진득했다. (식초라 적을까 하다가 점도와 맛이 식초가 아닌 것 같아 적지 않았다) 신나서 열심히 먹었는데 앞으로 먹어야 할 음식이 더 많은 걸 생각하면 이건 잘못된 선택이었다. 심지어 사장님께서 잘 먹는다고 빵을 더 주셨는데 그걸 또 더 먹었다.
다음으로는 수프와 스튜 중에서 선택한 음식이 나온다. 콘플라워가 살짝이 얹힌 단호박 수프도 탐나긴 했지만, 스튜가 궁금해서 스튜를 골랐다. 당근, 양파 같은 야채는 물론이거니와 병아리콩, 완두콩, 렌틸콩 같은 콩 종류도 들어가 있는데, 모두가 푹 끓여져 입안에서 바스러진다. 그렇지만 이 재료만으로는 낼 수 없는 향이 감도는데 그 정체를 모르겠다. 절대적으로 맛있다고 하기에는 묘한 오묘함, 마치 쌀국수의 육수를 처음 먹었을 때의 그 느낌이 아른거려 자꾸 수저를 들게 된다.
치즈에 무순, 치커리라는 흔히 볼 수 있는 재료이지만 식전 빵을 먹었을 때 감동했던 발사믹 소스가 또 나온다. 물론 신나게 먹었다. 같이 먹던 일행은 야채가 싱싱해 좋다고 했다.
사장님께서 추천하시는 파스타 중 하나. 부드럽게 익은 면은 또 오랜만이다. 큰 재료는 없으며 사장님께서 직접 염장 및 건조하시고 1년 동안 숙성하셨다는 대구알이 파스타 곳곳에 있다. 생선의 비릿함 대신 치즈와는 결이 다른 구릿함이 난다. 제일 비슷한 건 가다랑어포의 맛이다. 취향에 따라 더 곁들이라면서 대구알 통도 따로 주셨다.
파스타 아래에는 특이하게도 참나물을 베이스로 한 페스토를 깔아놓으셨다. 생각지도 못한 곁들임에는 즐거워야 하지만, 참나물은 싫어해서 혹시나 개성이 강하면 어쩌나 걱정했다. 그렇지만 막상 먹어보니 큰 향은 잠잠해진 상태였다. 그렇지만 '명란 대구알' 파스타이니 참나물 페스토는 없어도 될 것 같다. 명란 대구알에 질리면 페스토로 새로운 맛을 볼 순 있겠지만, 새로운 메뉴로 독립시키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다.
호불호가 있을 거라는 사장님의 조언이 있었지만 꿋꿋하게 시킨 엔쵸비 파스타. 걱정과 달리 일행 중 이 메뉴를 싫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담백한 감칠맛과 짠맛이 있어, 개인적으로는 명란 대구알 파스타보다 더 맛있었다. 여기에도 명란 대구알 파스타와 마찬가지로 아래에 참나물 페스토가 있다.
투박하지만 든든함을 느낄 수 있다는 설명의 파파스 파스타. 사장님께서 추천하시는 두 번째 파스타이자 유일한 생면 파스타다. 매끈하면서도 탄력 있는 면이 매력적이라 가능한 한 많이 먹고 싶었지만, 식전 빵을 신나게 먹어버려 더 먹을 수가 없었다. 사실 안타깝게도 모든 파스타가 그랬다. 라구소스는 스튜와 중간과정이 같은지 비슷한 맛이 났다.
지난번에 가게 사정으로 예약을 못 한 것에 대해 죄송하다며 와인을 주셨다. 마시지는 못해서 사진만 찍었는데 근사하게 잘 나왔다.
역시 마지막에는 디저트가 있어야 한다. 파인애플 안에는 간 블루베리가 있다. 콘플라워는 장식일 뿐이지만 그래도 괜히 고급스러워 보인다.
디저트까지 먹으니 밖에서는 해가 진다. 높은 건물에서 바깥 풍경을 보고 있으려니 익숙한 동네라도 괜히 낯설다. 근사한 저녁이었다. 가까운 거리에 파스타를 하는 집이 없어서 더욱더 반가웠던, 소중히 하고 싶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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