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거나 씁쓸하거나
작성일
2020. 7. 29. 19:46
작성자
달콤 씁쓸

르 시트롱 푸

2020.7.지도

 반월당에 있던 돈가스 가게 '빠리동물원'의 사장님께서 영업을 종료하시고 새로운 곳에 가게를 내셨다. 가게는 이천동 새마을금고 정류장에서 현짬뽕을 끼고 걷다가 주차장 옆의 좁은 골목 구석진 곳에 있다. 동네도 애매할뿐더러 위치도 굉장히 뜬금없었다. 그러나 가게만 놓고 보면 가정집을 개조하여 아늑한 느낌이 들며 벽에 발린 은은한 나뭇결 벽지가 따뜻한 느낌을 줘서 좋았다. 

 토요일에 가게를 방문하였는데, 이날은 클래스가 있어서 14시까지만 영업한다고 하셨다. 그래도 음식은 나오는 게 오래 걸릴 뿐 먹는 건 순식간이기 때문에 상관없었다. 

 가게 안팎으로 식물과 그림이 있다. 바깥에는 아마 요리에도 쓰일 것으로 예상되는 허브도 있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KBS 클래식 채널이 창문으로 바라보는 풍경에 썩 잘 어울린다. 

 일단 쫄깃한 바게트부터. 

 함께 나온 피클. 특이하게도 오이가 아닌 양파, 피망, 올리브가 들어갔다. 맛도 새콤하고 상큼한 여타 피클에 비해 시원하며 달콤한 맛에 새콤함이 살짝 가미된 정도다. 

 샐러드와 본 요리는 같이 나왔다. 곁들임도 허투루 하지 않는다. 

파리 햄버그 스테이크(15000원)

 레디쉬와 레몬 저스트로 장식한 모양이 인상적이다. 역시 담음새 하나만큼은 가격을 초월한다. 살짝 떫은 데미그라스소스에서는 빠리동물원에서 먹었던 사슴함박이 떠오른다. 함박은 매우 부드러워 형태를 유지하는 게 신기할 정도다. 

프렌치 토마토 새우 링귀네 파스타(14500원)

 프랑스 마르세유 스타일 토마토소스라는 게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지만 나와 맞지 않는 건 분명하다. 토마토가 들어갔음에도 살짝 단맛이 나니 이질감이 든다. 그런 데다가 면은 사진 찍는 데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는데도 수분이 날아간 상태라 그런지 잘 풀어지지 않았다. 해산물 링귀네 파스타를 먹을 걸 싶었다. 

 다 먹고 나면 라임 셔벗에 아보카도 아이스크림이 나온다. 모히토와 달콤하게 가공된 라임만 접했던 나에게 이 셔벗은 떫었다. 그렇지만 아보카도 아이스크림이 진득한 질감에 희한하게도 입이 화해지는 맛이 있어서 셔벗과 궁합이 맞는다. 둘 다 평소에 접할 일이 없는 재료다 보니 즐기기보다는 신기해하면서 먹었다. 

 전혀 다른 음식으로 개업하긴 했지만, 여전히 정갈한 담음새가 마음에 든다. 일행은 빠리동물원 때를 생각하다 보니 가격에 비해 양이 만족스럽지 않다고 했지만, 식전 빵에 디저트까지 곁들였기 때문에 이 정도는 괜찮지 않나 싶다. 

 그렇지만 개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런지 서비스가 매끄럽지 않은 건 아쉽다. 이날은 우리가 마지막 손님이었는데, 식사하고 있는 동안 문 앞에 영업 종료 입간판을 세워놓아 입간판을 치우고 나가야 했다. 그래도 음식은 여전히 좋았기에 이날 이후에도 가게에 갔지만, 예약이 있어 더이상 손님을 받지 않는다는 공지에 허탕을 쳤다. 주변에는 정말, 아무런 가게도 없어 여길 공치면 또 시간을 들여 다른 곳으로 향해야 하는데 말이다. 요새는 어떤 곳이든지 미리 전화로 문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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