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거나 씁쓸하거나
작성일
2016. 12. 18. 13:31
작성자
달콤 씁쓸

향촌문화관(1), 대구 문학관(2)  HP1  HP2  지도

2016.10.


 일본의 오사카에 있는 주택박물관을 돌아보면서 '왜 우리나라는 이런 게 없을까?'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우리나라에서 굳이 박물관을 찾아가지 않기 때문인 거였고, 우리나라, 그것도 내가 사는 곳과 매우 가까운 곳에 그런 곳은 엄연히 존재하고 있었다. 향촌문화관과 대구 문학관이 그것이다. 2014년부터 있었다고는 하지만 건물을 짓는 걸 보지 못했다 싶었더니, 중구의 옛 상업은행 건물을 리모델링한 걸 쓰고 있다고 한다. 참고로 지하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고전음악 감상실인 녹향이 있다.[각주:1] 

곳곳에 재현돼있는 옛 건물

 1~2층에 있는 향촌문화관은 입장료 1000원을 내면 들어갈 수 있다. 내부에는 중구의 옛 모습(근대)이 재현되어 있어, 그 당시의 건물과 드문드문 사람모형이 세워져 있는데, 곳곳에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도구 - 미니 게임(명통구리 양복점 내 위치), 옛 교복 체험, 옛 놀이 체험 등 - 도 많이 배치돼 있다. 향촌문화관에는 가족 단위의 입장객도 많았지만 커플도 많았는데, 많은 커플이 교복을 입으면서 사진을 찍고 있어서 나는 옛 교복을 구경도 못 해봤다. 

 교동시장에 들어서면 왁자지껄한 소리가 나와 실제 시장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고무줄놀이를 체험할 수도 있다.

 1층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이 옛 대구역사일 텐데, 왼쪽 사진에서 보이는 이정표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우측과 같이 대구역사의 모습이 시시각각 바뀐다. 신기할 뿐만 아니라 예술성 또한 높다. 

 2층에는 주로 문화예술인들이 자주 다니던 다방 및 음악감상실 위주로 건물이 세워져 있다. 

 재미있던 건 음악감상실 근처에 있는 지휘 체험 게임이었다. 직접 손을 움직여서 지휘하는 건데, 박자에 따라 지휘도형이 달라지는 데다, 우리가 알고 있는 건 오른손의 지휘도형이기 때문에 대칭으로 연주하기가 쉽진 않다. 거기다가 판정이 모션센서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손을 모션센서가 있는 위쪽으로 향한 채로 움직여야 해서 생각보다 팔이 아프다. 그렇지만 인식률이 별로 높지 않은 탓인지 점수가 생각보다 잘 나오지 않아 아쉬웠다.

 사진에는 다 담지 못했지만, 건물만 세워져 있는 게 다가 아니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것들도 많아 상당히 재미있다. 1000원의 입장료가 너무 싸게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너무 싼 입장료 때문인지 관람객의 의식 수준 또한 함께 낮아진 것 같다. 2층에 있는 체험 중 하나가 '은지화'였는데, 책상마다 배치된 은지를 꺼내 보니 관람객들이 몇 번 끄적이다가 다시 집어넣은 상태의 것이 태반이었다. 손을 댔으면 종이를 가져가든지 하지 그 자리에 다시 돌려놓는 건 도대체 뭔지.

 향촌문화관 관람을 끝내고 3층으로 올라가면 대구 문학관으로 갈 수 있다. 여기는 입장료가 없다. 대구 문학관으로 들어서면 위 사진과 같은 죽순(竹筍) 조형물을 볼 수 있는데, 이는 해방 직후 대구에서 발행된 동인지 이름이기도 하다. 죽순 조형물은 생각보다 높아서, 2층까지 이어진다. 

 대구 문학관은 앞서 보았던 향촌문화관과는 달리 정적인 분위기로, 문학가들의 작품과 그 생애를 다루고 있다. 위 사진에서는 희로애락이라는 주제별로 선정된 시를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시의 길이가 생각보다 길었다.

 돌다 보면 문학가들의 글귀를 담은 말풍선도 보이는데, 관람객의 동작을 인식하여 점등한다.

 마지막 층인 4층으로 가면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과 영상을 볼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위 사진은 영상을 볼 수 있는 공간 중 한 부분인데, 보고 싶은 영상을 책꽂이에서 꺼내면 스크린에 영상이 재생된다. 

 굉장히 공들여서 만든 곳이다. '박물관이란 지루하다'는 생각을 벗어나기 위해 곳곳에 체험할 수 있는 요소를 많이 심어 넣었다. 하지만 일부 체험 시설의 독점(옛 교복 체험 등) 및 관람객의 낮은 의식 수준으로 인한 물품 훼손 및 손상이 다소 아쉽다. 보수비용이 부족하다면 입장료를 조금은 올려도 되지 않을까 싶다. 이번에는 체험을 위주로 대강 둘러봤는데, 다음에 또 가게 된다면 관련 설명을 꼼꼼히 읽어 봐야겠다. 

  1. 출처 : http://www.dgmbc.com/news/view2.do?nav=news&selectedId=190963&class_code1=&news_cate=null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