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의성세계연축제 HP
2016.4.
축제 자체는 가고 싶긴 했지만, 교통편이 없어서 한참을 고민했다. 하지만 안 가보고 후회하는 것보다는 가보고 후회하는 게 낫다 싶어 갔다.
시외버스를 타고 안계 시외버스 터미널로 도착한다. '제발 시간표를 보시고 버스 타주세요. 부탁드립니다.' 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참고로 이 터미널에서는 카드 결제가 안 되니 참고하길 바란다)
대중교통을 타고 왔기 때문에 행사장인 위천 생태 하천으로 가는 교통편도 없다. 작은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옹기종기 앉아 담소를 나누던 매표소 주인과 매점 주인, 그리고 어떤 할아버지가 보여 어떻게 가야 하는지 물어봤다. 걸어가기엔 조금 멀 텐데... 로 시작하는 말은 인터넷에서 찾아본 설마가 설마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택시를 타야 한다는 할아버지 말씀을 따라, 큰길로 조금 걸어가 택시를 타고 행사장으로 갔다.
행사장을 떠날 때까지 이 연이 뜨는 일은 없었다.
복어 모양의 연이 특히 귀엽다.
행사장에는 으레 그렇듯이 흰색 부스가 줄줄이 늘어서 있었다. 본부 부스, 음식 부스, 행사 부스 외에도 18개 읍면 대형 방패연 챌린지를 위한 읍면 부스(일종의 선수 대기실 같은 부스인 듯했다)가 있어서 일종의 동네 축제 같은 느낌도 들었다. 개인적인 소망이라면, 음식 부스와 행사 부스 수가 조금만 더 많았으면 한다.
주는 축제의 제목이기도 한 '연'인데, 이 연이란 것이 바람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행사 일정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사실 홈페이지에 있는 하늘 가득 띄워진 커다란 연들의 사진을 보고 여기 오기로 한 건데, 연은 바닥에 자리만 잡고 있을 뿐 날아오를 생각을 하지 않았다. 행사장을 떠나면서 힐끗힐끗 뒤를 돌아보았지만 끝내 그 연들은 날아오르지 못했다. 그중 문어 연이 조금씩 날아오르긴 했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하지만 날씨는 인간이 어찌할 수 있는 부분이라 넘어간다고 해도, 행사 진행은 능숙하지 못했다. 메인 프로그램은 연인데, 방문자가 메인 행사를 보도록 이목을 집중시키는 능력이 부족했다. 세계 육각 연 챌린지를 할 때는 음식 부스까지 사회자의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어떤 프로그램을 하는지 잘 몰랐으며, 드론 시연 때도 드론이 너무 위로 가 버려서 도대체 무얼 봐야 하는지도 모르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전체적으로 어수선한 느낌이 강했다.
결국, 날씨가 도와주지 않아 방문의 목적이었던 하늘 가득 띄워진 연을 보지 못한 채로 돌아와야만 했다. 돌아올 때는 택시가 보이지 않아 한참을 걸어왔다. 그러다 중간중간 마을 사람에게 터미널이 어디 있는지를 물어보면서 집으로 가는 길을 한 발짝씩 내디뎠다. 그런데 두 번째로 길을 물은 어떤 아주머니께서는 여기서 걸어가기에는 조금 멀 텐데... 라고 하면서 자기를 따라오라고 하시더니, 어차피 가는 길이라며 차로 터미널 근처까지 태워주셨다. 정말 감사했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시골 인심'이나, 그런 부류의 단어를 신뢰하지는 않는다. 미디어에 좋게 노출되기 위한 일종의 연극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문자 그대로의 '시골 인심'을 직접 경험했던 건 인상 깊었다.
날씨가 도와주지 않아 투입한 비용과 시간에 비해 큰 만족을 얻지는 못했지만, 시골 인심이 무엇인가를 직접 느낄 수 있었단 것만으로 의미 있는 하루였다. 그렇게 마스크도 끼지 않은 채로 신나게 돌아다니다 겨우겨우 집에 도착하니, 그날의 미세먼지 지수가 최고치를 찍었다는 건 비밀로 해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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