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2017.12.27.│지도
예전에 대구에서는 풀코스로 나오는 경양식점에 많이 갔었다. 뜨라래나 하늘정원 품같은 곳이 그런 곳이었다. 샐러드, 식전 빵, 음식, 디저트. 음식도 뒤떨어지지 않고, 디저트는 실한데도 무한리필이라 가게에 가면 항상 사람으로 만원을 이루었다. 똑같은 가격을 내도 오랫동안 음식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많이 이용했었다. 하지만 아무리 맛있다고는 해도 다양한 가게를 가 보고 싶은 마음이 더 큰지라 이제는 이런 가게에는 가지 않게 되었다.
풍경은 이런 부류의 음식점 중의 하나였다. 접근성이 좋지 않지만, 창문으로 보이는 풍경은 마치 도심이 아니라고 생각될 만큼 좋은 곳이었다. 음식도 맛있었으며 디저트도 알찬 곳 중의 하나였다.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쇠고기 말이 주먹밥은 특히 맛있었다.
사실 다른 가게에 가려고 했지만, 줄이 너무 길어서 거리를 헤매다 옛 생각이 나서 이 가게에 들렀다. 그런데 가게에 들어서니 아무도 없다. 손님도 없을뿐더러 종업원도 없었다. 아니, 없는 줄 알았다. 카운터에 상주하고 있지 않은 탓이다. 직원용 공간에 있다가 우리가 오니 나오시는 거 보니 사람이 뜸한 듯했다. 하지만 예전에 와본 곳이라 손님이 있고 없고는 별 상관이 없었다. 그런데 자리에 앉으니 너무 춥다. 분위기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난방을 틀지 않아서였다. 우리가 오니 난방을 가동시키기는 했지만, 가게를 나갈 때까지 너무 추웠다. 손님은 그 시간대에 우리뿐이었다. 하지만 이미 온 거 나갈 수도 없어서 그냥 앉아 음식을 시켰다.
쇠고기 말이 주먹밥(12000원)은 여전히 맛있었다. 그렇지만 일행이 시킨 풍경 돈가스(10000원)는 고기 두께가 너무 얇았다. 대형마트에 파는 냉동 돈가스와 비슷한 맛이다. 요즘은 급식에도 이런 돈가스는 안 나오지 싶은데 말이다. 가격도 저렴한 편이 아닌데 음식에 조금 더 신경을 써 주었으면 싶어 아쉬웠다. 난방이 안 되어 추웠던 가게와 함께 내 마음이 식어갔다. 달이 차면 기울듯이 시기가 지나면 사람이 뜸해지는 수밖에 없는 걸까? 그렇지만 가게가 쇠락한 게 마냥 트렌드의 변화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좋은 기억만 있던 곳이라 아쉬움은 더하다. 개업한 지 오래된 집인데 이러다가 돌연 장사를 접는 게 아닌가 싶어 조금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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