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또식당
2017.12.9.│지도
실수였다. 영화도 보고 해도 져버린지라 시간이 많이 흘렀다고 생각했는데 점심을 먹은 지 고작 4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다. 마음은 이것저것 먹고 싶었지만, 마음만으로는 몸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가 없었다. 신나는 마음으로 이전에 점 찍어두었던 음식점 중 하나인 라스또식당에 갔다.
오픈한 지 좀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가게 바깥으로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유리로 살짝 안을 들여다보니 가게가 그리 넓지 않다. 회전율이라도 높이기 위해서 종업원께서 줄을 설 때부터 무엇을 주문할 것인지 묻고 계셨다.
추위를 견디고 안으로 들어왔다. 서빙된 미소된장국을 마시며 몸을 녹였다. 주위를 둘러보니 테이블 석은 6개, 그 외에는 전부 카운터석이다. 메뉴를 보고 덮밥 종류를 시킬까 하다가 풍족하게 먹고 싶어서 치킨가라아게 정식을 시켰다.
음식은 생각보다 빨리 나왔다. 음식 중 몇 개를 미리 만들어놓았기 때문인 것 같다. 희생자 중 하나는 튀김이었다. 눅눅하진 않았지만 금방 만든 느낌도 없었다. 그렇지만 생각보다 맛은 있었다. 튀김은 새우, 단호박, 고구마였는데, 특히 새우가 맛있었다. 살짝 덜 익힌 듯한 탱글함이 느껴졌다. 피해는 튀김에서 그치지 않는다. 주인공인 치킨가라아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따뜻하긴 한데 어째 바삭하지 않고 조금 딱딱했다. 이미 배도 불러서인지 손도 잘 가지 않는다.
한때 동성로에서 유명한 초밥집 - 화담과 스시라스또 - 중 하나랑 이름이 굉장히 비슷한데, 아마 분점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여기 또한 어느 메뉴에서나 초밥이 개근을 하고 있는데, 안타깝게도 초밥과 회를 좋아하지 않는다. 지난번에 사람이 많아 포기했기 때문에 한번은 와야겠다는 다짐만이 나를 여기로 이끌게 했다. 그래서 샐러드에 있는 회도, 사시미도, 초밥도 영 손이 가지 않았다. 그런데도 3개만 나오는 초밥 중 연어(회를 좋아하지 않아 확신은 못 하겠다)는 참 맛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식의 취향 차로 생선에서는 절대 느끼지 못할 거로 생각했던 '살살 녹는다'란 느낌을 여기에서 일부나마 느낄 수 있었다. (회를 거의 먹지 않은 사람의 입장에서 맛있다고 느꼈을 뿐이기 때문에, 회를 좀 먹는다 싶은 사람에겐 영 성에 차지 않을 수도 있다)
밥에는 후리카케가 뿌려져 있어 맛있는데, 후리카케를 담는 밥이 맛있지가 않으니 먹는 게 신이 나지 않는다. 윤기와 찰기는 없다.
일행이 시킨 건 연어 정식이었다. 단무지와 초밥 3개, 밥이 사라지고 미니사케동과 락교, 쇼가(생강)가 나왔다. 내 거 먹기에도 힘든 데다 초밥이라 아예 손도 대지 않았다.
음식의 양은 많았는데 과연 이 정도 가격을 줄 가치가 있는가? 괜히 가격에 맞춰 양만 불린 것 같은 구성이 아쉽다. 배가 별로 고프지 않은 것도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아니어서 더 삐딱하게 생각했을 수도 있지만 다시는 가진 않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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