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빙수
2018.1.20.│지도
일행이 '토마토' 빙수가 어른거린다고 한다. 사시사철 빙수를 좋아하는 나에게 있어서 그 제안은 너무나 반갑다. 스구식탁에 올 때 눈여겨보았던 빙수 가게로 향한다. 대세는 우유 빙수라고는 하지만 얼음을 간 옛날 빙수도 그리운 법이다.
2층에 가니 역시나 사람은 거의 없다. 빙수가 계절을 타는 음식인 걸 의식해서인지, 가게는 보통보다 더욱 포근하다. 한 쪽에 놓인 전기스토브는 기능을 떠나 존재 자체만으로도 아늑하다. 하지만 한없이 늘어져서 결국 이 가게를 빨리 떠나게 된다. 여기엔 이야기가 다 들릴법한 좌석 간격도 한몫한다.
분명히 '토마토' 빙수라고 정하고 왔을 텐데 일행은 막상 가게에 도착하니 여러 개의 빙수에 조금 고민한다. 주인분께서는 고민하는 우리에게 여러 가지 조언을 해주시는 등 친절하셨다. 고민 끝에 선택한 건 처음에 생각했던 토마토 빙수였다.
토마토는 먹을 때의 시큼한 맛이 기피요소다. 그래서 토마토 빙수가 과연 어떤 맛일지 굉장히 궁금했다. 영원과도 같은 기다림 끝에 받은 토마토 빙수는 믹서기에 간 것보다는 조금 밝은, 자둣빛에 가까운 분홍색 퓌레가 끼얹어져 있었다. 위에는 (먹어보지 않았지만) 방울토마토가 포인트를 내고 있고, 옆에는 민트 잎이 상큼함을 더한다. 퓌레에 뿌려진 거뭇한 것은 빙수를 다 먹을 때까지도 그 정체를 몰랐는데 찾아보니 후추라고 한다. 빙수를 먹을 때 중간중간 튀는 맛이 있었는데 이거였나 싶다.
퓌레는 설탕을 많이 넣어서인지 부드럽고 달다. 토마토의 시큼함은 눌린 지 오래다. 우유 얼음이 아니지만 곱게 갈아서 그런지 거칠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먹는 건 즐거웠지만 빙수를 담는 그릇이 낮은 데다 넓지도 않아 빙수를 다 담기엔 역부족이었다. 녹은 빙수는 고운 나뭇결의 플레이트로 사정없이 뚝뚝 떨어진다. 물론 내 물건은 아니지만, 괜히 신경 쓰여 먹는 속도를 빨리한다. 점점 파도에 모래성이 부서질까 전전긍긍하는 아이들과 꼭 닮았다. 앞에 적었던 것처럼 가게 내부가 따뜻해 더 그러는 것도 같다.
우유 빙수가 나온 뒤로 항상 우유 빙수만 고집했는데 일행 덕분에 좋은 가게를 또 하나 알게 되었다. 조만간 다른 빙수도 먹으러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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