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라래
2018.1.23.│지도
뜨라래에 간 건 유례없이 추웠던 올해 겨울 중 '정말 춥다'고 느낀 날 중 하나였다. 약속을 무르려니 새로 날을 잡기도 어려울 것 같아 약속장소에 나오기는 했지만, 껴입어도 껴입어도 추위는 얼마 없는 틈새를 잘 찾아 몸속에 스며든다. 보통이라면 약속까지 남은 시간을 가게를 구경하며 보내지만, 이날만큼은 너무 추워서 한 곳에 꼭 박혀 있었다. 그래서 일행이 동성로에 왔다는 전화를 받고서는 바로 가게에 갔다.
뜨라래는 이전에 갔던 가게 '풍경'과 비슷한 콘셉트의 가게로, 당시 비슷비슷한 가게 중 제일 인기 있었던 가게였다. 나 하나쯤 가지 않는다고 해서 가게가 갑자기 문을 닫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왠지 잘 있나 안부를 확인하고 싶은 소중한 가게다. 그렇지만 날이 좋지 않았던 탓일까? 가게가 요즘 트렌드하고는 동떨어진 데다, 방문 시간도 식사 시간을 한참 넘긴 시간에(오후 8시), 날씨도 기록적으로 추우니 가게는 허전함을 메울 정도로만 드문드문 있었다.
그렇지만 가게가 한산하고 말고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맛만 있으면 그만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날은 그것보다 훨씬 큰 문제가 있었다. 난방을 하는 것 같긴 한데 워낙 추워서 그런지, 난방이 생각보다 덜 되어서 그런지 가게에 있는데도 손이 시렸다. 그래도 날씨가 날씨라 다른 곳에 갈 생각도 들지 않아 그냥 여기서 음식을 시켰다. 저녁 때를 지나서 그런지 식전에 나오는 마늘 빵과 샐러드가 반갑다. 마늘 빵은 딱딱해서 하나만 먹고 샐러드만 연신 먹었다.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봉골레가 나왔다. 접시 가득한 조개에 신나하며 파스타를 먹었다. 국물은 따뜻하고 시원하지만, 고추가 들어있어 칼칼하기도 하다. 양이 많았지만 오랜만에 파스타를 먹어서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신나게, 말 그대로 흡입했다. 그런 모습이 직원분께도 보였는지 잘 먹는다면서 서비스로 미니 봉골레를 하나 더 받았다. 물론 그것도 신나게 먹었다.
사진에는 없지만, 삼겹살 스테이크(12900원)는 삼겹살이 꼬치에 돌돌 말린 모양으로, 삼겹살을 펼쳐서 잘라야 하는 게 조금 불편했다. 모양은 물론 이렇게 내는 게 정돈되고 예쁘지만, 집에서처럼 꼬치를 들고 음식을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뜨라래의 꽃은 역시 후식이었다. 후식의 종류는 많이 줄어들었지만, 파르페가 여전히 남아있었다. 반가움에 당장 파르페를 시켰지만 당연하게도 그 양이 굉장히 많이 줄었다. 요즘 물가를 생각해보면 마냥 섭섭해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지만 옛날 생각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오랜만에 가도 여전히 평균적인 음식 맛은 내는 곳이라 다행이었다. 직원분들도 여러모로 신경 써주시고 서비스도 주시는 등 친절하셨다. 그렇지만 난방 문제가 너무 커서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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