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양
2018.2.5.│지도
주택가가 중심가에서 점점 외부로 이동하듯 최근의 음식점 또한 중심지에서 조금 떨어진 곳(삼덕동, 봉산동 등)에 생겨나기 시작한다. 8월의양은 달구벌대로는 물리적, 심리적 저항선 너머에 위치하여 선뜻 가기 어려운 곳이다. 하지만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었고 무엇보다 월간 메뉴, 즉 기간 한정이 있다는 사실이 나를 유혹한다.
반월당역 2번 출구를 나와 과연 가게가 있을까 싶은, 주택가로 가는 오르막을 오르면 8월의양이 보인다. 건물은 새로 지은 게 아닌 기존의 가정집을 개조한 듯 보인다. 2층은 공방을 하고 있고, 1층에는 음식점인 한편 공방에서 만든 듯한 물건도 팔고 있다.
마당을 들어서면 주인 부부께서 가게 안으로 안내해주신다. 미닫이문 안에는 가게 한가득 포근함이 차 있다. 중간에 놓인 난로와 주전자는 효과가 어떻든 간에 시각적으로 이미 따뜻하다. 곳곳에 놓인 드라이플라워와 예쁜 소품들, 아늑한 조명, 고양이 소품들은 기다림을 지루하지 않게 해 준다.
좌석은 그리 많지 않다. 기억으로는 아마 4 테이블인 것 같은데, 간격이 가깝지 않기 때문에 좋다.
물컵 밑에는 직접 짠 듯한 코스터를 깔아주신다. 찬으로는 시판 피클에 귤(조각?)이 사람 수만큼 나온다.
기간 한정에 혹해서 방문한 가게이지만 이번 달 기간 한정 메뉴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아 고정메뉴 두 개를 시켰다.
할머니 카레는 양송이에 감자, 양파, 당근 그 밖에 기억이 나지 않는 재료를 한입 크기로 먹기 좋게 잘라 넣었다. 밥에 카레를 부어 파를 송송 썰고, 마늘후레이크도 곁들인다. 마무리는 역시 뭐든 고급스럽게 만들어주는 파슬리 후레이크다. 구석에는 방울토마토 반쪽이 깜찍하게 숨어있다. 황금빛보다는 진한, 하이라이스보다는 연한 색의 카레는 여러 재료를 넣어서 그런지 맛있다.
치킨 남방은 양상추를 얇게 썰어 깐 다음, 닭고기를 가라아게식으로 튀겨낸 다음 양념을 입혔다. 바로 튀겨내 튀김옷의 거침은 느껴지지 않고 대신 달콤짭짤한 맛이 난다. 위에는 타르타르 소스를 까는데 타르타르 소스 특유의 느끼함과 시큼한 맛보다는 계란 맛이 많이 나 좋았다. 위에는 역시 방울토마토 반쪽과 고양이 모양으로 찍어낸 당근, 그리고 사이에는 로즈마리 잎을 장식하고 파슬리 후레이크로 마무리한다.
치킨 남방에는 물론 밥도 있는데, 치즈에 마늘소스(?)를 입히고 위에 익힌 마늘 한 쪽을 얹었다. 밥 주위에는 치즈가 있는데 시각적인 효과가 크지 굳이 먹진 않았다. 저 멀리 있는 호기심으로 먹긴 했는데 굳이 없어도 상관없을 것 같다.
오랜만에 가게도 메뉴도 대성공한 곳이다. 소셜미디어에서 외적으로 화제가 된 곳은 음식은 상대적으로 맛없을 거로 생각했었는데 그것 또한 편견이었다. (단순히 입이 저렴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날씨가 좋아지면 꼭 다시 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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