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짜오 동성로점1, 본점2
2018.2.26.(1), 2018.3.2.(2)│지도1, 지도2
맛있는 건 몇 번이나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렇게 단시간 안에 똑같은 - 지점까지 같지는 않지만 - 음식점에 가서, 똑같은 메뉴를 시킬 줄은 몰랐다.
신짜오 동성로점은 그 어느 적에 먹었던 크림 치킨을 생각하며 갔다. 자갈이 깔린 통로를 지나면 탁 트인 실내가 나오는데, 살짝 높은 천장에 실외채광을 차용한 공간은 맑은 날에 제격이었다.
그렇지만 목적이었던 크림 치킨은 아리송했다. 크림 치킨은 치킨가스에 이름과는 달리 그리 느끼하지 않은 크림소스를 끼얹어 땅콩(?)가루를 뿌린 음식인데, 치킨가스가 금방 튀긴 것 같긴 한데도 생각보다는 덜 바삭했기 때문이다. 소스를 끼얹었다는 걸 감안해서도 말이다. 물론 맛은 있었지만 내 기억과 합치되지 않아 영 성에 차지 않았다. 크림 치킨이 세팅된 그릇이 경양식 돈가스에 나올 법한 플라스틱 원형 그릇이라 꿍팟퐁커리 덮밥과의 통일감도 없는 것도 소소하게 불만이었다. 하지만 추억 속에서 미화된 기억이 어디 한둘이겠냐 생각하며 나를 달랬다.
반면 꿍팟퐁커리 덮밥은 팬아시아에서 메뉴가 사라져서 시키지 못한 새우 꿍팟퐁커리를 생각하며 주문했는데, (게로 요리한 꿍팟퐁커리는 여전히 메뉴에 있었지만, 먹는 게 불편해서 시키지 않았다) 살짝 매콤하면서도 달콤해서 참 맛있었다.
크림 치킨은 아쉬웠지만, 맛이 변한 정도까진 아니었기 때문에 맛있었던 경험을 공유하고자 가족과 함께 신짜오 본점에 갔다. 양쪽에 조명이 켜진 입구를 지나쳐서 또다시 넓은 실내로 들어갔다. 등받이가 높은 의자나 식탁은 예전에 왔을 때 그대로다. 음식을 담는 그릇도 그랬다. 하지만 식탁도, 그릇도 연식을 느끼기 어렵지가 않다. 특히 그릇은 금속이라서 조명 아래에서 연식이 수많은 기스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옛날 그대로를 유지한다는 건 나쁜 건 아니지만 그게 심하면 교체해야 하지 않나 싶다.
메뉴판을 보니 꿍팟퐁커리 덮밥이 동성로 점보다 300원 더 비싸다. 음식도 세세한 부분에서 차이가 났는데, 덮밥에 파슬리가 크게 장식된 것도 그렇지만 맛도 동성로 점보다 더 매콤하다. 세 번째 사진을 보면 덮밥에 기름이 무진장 많이 사용되어 고여 있을 정도라는 것도 차이점 중 하나다. 매콤해서 그런지 느끼함은 잘 느끼지 못했지만 사실 내가 이만큼 많은 기름을 섭취했나 싶어 새삼스레 걱정된다.
크림 치킨은 동성로 점에서 못 느꼈던 내 추억을 그대로 재현했다. 애초에 그 추억도 본점에서 만들어진 거라 당연하다면 당연하지 않나 싶다. 그릇도 동성로 점과 달리 꿍팟퐁커리와 같은 그릇이고, 치킨가스도 조금 더 바삭하다. 샐러드는 양상추와 케일 같아 보이는 야채, 적양배추를 채썰기 하여 드레싱을 끼얹었다. 물론 사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동성로 점과 드레싱이 다르지만, 무엇이었는지는 잊어버렸다. 치킨가스 소스가 크림인 만큼 드레싱은 느끼하지 않은 거로 맞췄다는 점에서 좋았다.
어느 지점이든 먹으면서 행복했지만, 크림 치킨은 역시 내 추억이 그대로 살아있다는 점에서 본점, 꿍팟퐁커리는 매콤하지 않아서 동성로 점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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