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토피아
2019.6.11.│지도
동명의 영화가 먼저 떠오르는 주토피아는 이탈리아 남부 요리 음식점이다. 가게에는 4인용 좌석이 두 개, 2인용 좌석이 두 개, 사진 오른편에 보이는 애매한 테이블의 5인용 좌석이 하나 있다. 내부는 갈색-노란색이 지배적인데 바깥의 유리 탓인지 낯선 푸른 빛이 곳곳에 묻어나온다. 인스타그램을 살펴보면 사장님께서는 원래 이탈리아 화덕을 판매하시는 듯한데 음식점까지 운영하시게 된 것 같다. 가게에 있는 화덕은 동성로 지오네의 것과 비슷하다.
메뉴판을 보고 있자니 사장님께서 조만간 재료가 다 최상급으로 바뀔 거라고 하시며, 오늘은 프로슈토와 루꼴라가 최상이라고 하신다. 굳이 최상급이라고 언급하신 걸 보면 재료에 대한 자부심이 있으신 듯하다. 시기를 잘못 맞추어서 조금 아쉽지만 비싼 가격대를 보니 재료가 일정 수준은 하겠거니 생각하며 위로를 한다. 고민은 아직도 진행 중이었다. 시간만 흐르는 와중 사장님께서 조금 전에 언급하신 프로슈토를 실물로 보여주신다. 이게 바로 그 프로슈토입니다. 얼마나 맛있으면 그러실까. 결국 사장님의 추천 아닌 추천에 메뉴 중 하나는 루꼴라 프로슈토 피자가 되었다.
봉골레. 개운한 육수가 있는 파스타를 생각했는데 완전 토마토소스도 아니고, 맑게 오일만 낸 파스타도 아니었다. 크림소스와 토마토소스를 섞은 로제 소스는 많이 접했지만 오일과 토마토를 섞은 소스는 낯설다. 메뉴판에는 모시조개, 백합 등등, 이라고 주재료만 적혀 있다. 물론 그 외에도 굵게 다진 마늘, 페페론치노인지 고추 종류로 추정되는 것도 있는 등 다양한 재료가 들어갔지만 가장 특징적으로 이탈리안 파슬리로 추정되는 향신료가 악센트 역할로 들어가 있다. '향신료의 모든 것'이라는 책을 서툴게나마 읽은 덕분인지 추리할 수 있는 범위가 늘어났다.
루꼴라 & 프로슈토 크루도 피자. 루꼴라 피자는 예전 동성로에 있던 가게인 리틀 이탈리아에서도 먹어봤는데, 루꼴라가 너무 쓰고 많아서 먹기가 힘든 기억밖에 없었다. 재료가 좋다 해서 엉겁결에 시키긴 했지만 불안했다. 하지만 막상 먹어보니 눈이 동그랗게 떠진다. 정육점에서 대패삼겹살을 써는 것처럼 기계에서 얇게 더 얇게 서걱서걱 잘린 프로슈토는 작은 고추가 맵다고 충분한 존재감을 발휘한다. 라이스페이퍼처럼 먹으면 입에 착 달라붙는데, 쫄깃하다가, 짭조름하다가, 솜사탕처럼 입에서 순식간에 사라진다. 그런데 이런 프로슈토에 올리브 오일과 통후추를 두르니 더 맛있다.
이상하다, 예전에도 프로슈토를 먹어봤는데 왜 이렇게 다를까. 생각해보니 그때와는 겉모습도 조금 다른 것 같다. 그땐 샌드위치 햄처럼 불투명하고, 핑크빛을 띠었는데. 이건 조금 더 진하다. 답은 메뉴에 있었는데, 재료이자 메뉴명인 프로슈토 '크루도'는 프로슈토 중 익히지 않고 그대로 숙성시키는 프로슈토의 종류 중 하나를 지칭하는 이름이기 때문이다. 나머지 하나는 꼬또로, 익혀내어 만드는 것인데, (출처 : 와인21닷컴 기사) 아마 이전에 먹은 프로슈토는 꼬또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땐 마냥 쓰다고만 생각했던 루꼴라는 여전히 쓰긴 했지만, 이번에는 쓴맛 사이에 고소함도 느껴진다. 프로슈토 크루도라는 것을 처음으로 먹을 수 있게 해 주신 사장님,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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