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코
2019.09.17.│지도
마땅히 먹을 곳도 없으며 있는 것이라고는 프랜차이즈뿐인 수성못에서 괜찮은 개인 파스타 집이다. 가게는 상/하행선이 분리되어 불편하기 짝이 없는 수성스포츠센터 근방, 도미노피자 옆에 있다. 2층 건물이라 적으면 커 보이지만, 가게가 좁아 두 층을 합쳐봤자 겨우 작은 가게 하나일 정도다. 한 층만 따지자면 동성로에 있는 더자람키친보다 조금 넓은 정도다.
당연히 운영하는 것도 1명뿐인데, 르꼬르동블루 시드니에서 요리를, 츠지에서 디저트를 배우셨다고 한다. 1층에는 여러 자격증이랑 요리복이 걸려 있는데 보진 않았지만 아마 그 관련이지 않을까 싶다. 매끈한 마블 테이블에는 수저와 냅킨이 있고, 희한한 앨범과 책도 있다. 쉐프님이 자기 취미의 결과물을 시집과 작품집으로 비치해 놓은 거였다.
물은 다이아몬드 생수 500ml로 주셔 위생적이다. 일단은 압축 물티슈에 먼저 물을 부어둔다. 그러고 나서 컵에 물을 따르려고 보니 덜 씻긴 파슬리 조각이 붙어있다.
오래지 않아 나온 식전 빵은 따끈따끈하다. 발사믹 식초 없이 올리브오일만 빵에 찍어 먹는데도 고소하다. 같이 먹은 피클은 피클링 스파이스의 새콤달콤한 면이 옅고 오이 본연의 시원한 맛이 난다.
먼저 나온 건 그란교 크림 페투치네. 오랜만에 맛있게 먹은 크림 파스타였다. 게가 장식으로만 들어간 게 아니라 발린 게살 또한 실하게 소스에 들어있어 행복하다. 야채는 무청 같아 보이는데 아삭하고 신맛이 난다. 그렇지만 먹는 입장에서는 잘게 내줬으면 더욱 좋을 뻔했다. 맨 위에 있는 건 잎이 많은데 밑에 깔린 건 채 크지 않아 잎은 작고 줄기만 커서 영 별로다. 줄기가 질기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이다.
마르게리타가 이탈리아 피자의 대표 격인데도 먹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도우가 흔히 시켜 먹는 팬 피자 두께의 반으로 다른 이탈리아 피자보다 두껍지만, 빵이 맛있으니 오리려 장점으로 작용한다. 그대로 먹어도 맛있지만, 크림에 찍어 먹으니 신난다. 배가 차서 다 먹지 못한 게 못내 원통하다.
음식은 다 맛있었다. 특히 피자든 식전 빵이든 빵이 질기지 않게 쫄깃하고 슴슴해 맛있다. 하지만 컵에 붙어있던 파슬리 조각, 그리고 나이프 끝에 덜 씻긴 부분이 마음에 걸린다. 1인 체제의 고충은 있겠지만 그래도 청결은 다른 무엇보다도 챙겨야 할 게 아닌가 싶다. 만약 2층에 앉는다면 계단이 외부에 있다는 것도 조금 신경 쓰일 것이다. 그래도 일단은 맛있으니까. 다음을 기약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