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빵고스란히
2020.7.│지도
반지하에 있는 독립서점 겸 빵집 겸 카페. 접근성은 동성로에 있는 독립서점 - 고스트북스, 더폴락, 차방책방 - 이 우세하지만, 이들은 다들 후미지며, 개인적으로 느낌이 좋지 않아 밤에는 잘 다니지 않는 곳에 있어서 더욱 책빵고스란히가 마음에 들었다. 공간은 크게 문을 열면 바로 보이는 곳, 오른쪽의 공용 탁자가 있는 곳, 그리고 문턱 너머의 취식공간으로 마련된 곳의 세 군데로 나뉘어 있다.
빵을 파니 빵을 안 살 수는 없다. 바질은 언제나 맛있기에 바질 올리브 식빵을 하나, 제로테이블을 그리워하며 채소 식빵도 하나 샀다. 믿기지 않지만, 저 크기에 3500원이었다. 기분 탓인가 채식 제품은 더 비싼 것 같다. 그렇지만 막상 먹어보니 쫄깃하며 촉촉해서 가격 생각은 잠시 들어간다. 사진으로만 보면 그냥 기다란 직육면체 모양인데, 잘라보니 꼴에 식빵이라고 정형화된 식빵의 단면을 뽐내고 있어 웃음이 나온다. 풍부한 바질의 향이 나는 바질 올리브 식빵, 당근맛이 강했던 채소 식빵 다 나름의 매력이 있다. 단지 작아서 금방 없어지는 게 아쉽다.
버터 없는 식빵에 이어 두유를 넣은 밀크티를 시킨다. 여기에 동물성 재료는 없다. 그러나 환경을 생각하는 책빵 고스란히의 생각은 음식을 넘어 일회용품에까지 미친다. 일행의 커피에 꽂힌 대나무 빨대는 쉽게 죽이 되는 종이 빨대보다 훨씬 음료 맛을 잘 느낄 수 있어 보인다. 내가 시킨 밀크티는 따라 마시는 형태라 아쉽게도 빨대는 없다. 컵을 보니 4개의 얼음 중 세 개가 밀크티를 얼린 거다. 덕분에 묽어지진 않겠다. 안타깝게도 일행은 커피가 너무 쓰다고 하소연한다.
아쉽게도 크루아쌀은 단단한 식감이 과자에 가까워 영 나와는 맞지 않았다.
잘 먹었습니다. 채식과 환경에 대한 관점도 좋지만 그걸 덜어내고서라도 공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