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커먼
2021.8.│지도
쓰레기 없는 장소를 표방하는 곳. 당시에는 월경상점과 협업해 생리컵을 비교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임시 매대가 세워졌었다.
앞쪽에는 여러 가지 친환경 제품이나 소분 가능한 물건을 팔지만, 대중적인 것만 들어와 있어 종류가 많진 않다. 소독제를 사용한 뒤 사용하라는데, 사용법이 능숙하지 않았는지 아니면 처음부터 잘못되었는지 뚜껑을 열고 물건을 꺼내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자칫하다가는 바닥에 쏟진 않을까 내내 걱정되었다.
계산대 뒤쪽으로 가면 취식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주문하고 기다리다 보니 실내 음악이 시끄러울 정도로 커 거슬린다. 마치 예전에 방문한 플라츠 마이스터 같다. 비슷한 분야를 다루고 있는 가게는 실내 구성이나 사장님도 다들 비슷하니 참 희한한 일이다. 외국인이 많은 것도 비슷하다.
음식이 금방 나오지는 않을 것 같으니 아무 책이나 가져온다. <꼬마 농부의 사계절 텃밭 책>이었는데, 색색깔의 그림에 현혹되었지만, 농부의 한살이처럼 계절별로 내용이 전개되는 게 생각 외로 알차다. 그렇지만 외서를 번역한 거라 흔히 볼 수 없는 식물도 몇 있어 바로 적용하기에는 시행착오가 필요해 보였다.
매거진F에서 본 후 계속 눈앞에 어른거리던 가스파초. 셀러리와 오이를 넣어 시원하지만, 단맛이 거의 없어 해당 채소를 싫어하는 나에게는 정말 지옥 같은 음식이었다. 4천원 대에 호기심을 해소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거의 모든 사람이 시키던 팔라펠 샐러드. 낯선 향신료가 들어가 있었지만 정작 먹어보니 장벽은 향신료가 아니라 모든 샐러드에서 강세인 신맛이었다. 그렇지만 이를 주머니 빵에 넣어 한데 먹으니 또 의외로 먹을 만하다.
여기까진 취향의 차이일 뿐이지 나름대로 괜찮았다. 그렇지만 주방과 계산대가 분리돼있지 않아 계산이요, 하니 조리하던 장갑을 앞치마에 슥슥 닦아 포스기를 만진다. 계산대 앞에 지역 농산물을 소량으로 판매하는 걸 보고 다시 올까 싶었지만, 마음을 접었다. 그렇지만 가만 생각해보니 다른 1인 가게도 이럴 수도 있었다. 그저 보지 못했을 뿐이다. 모르는 게 약일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