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거나 씁쓸하거나
작성일
2022. 2. 24. 21:32
작성자
달콤 씁쓸

한우 오마카세(맡김차림) 카이

2021.9.지도

일반 코스(100000원)

 예약제로 운영되며, 저녁에만 영업한다. 영업은 1부(6시), 2부(8시)로 나뉘는데, 해당 시간에 예약한 사람이 모두 오면 식사를 시작한다. 시간은 1시간 40분 정도 소요된다. 좌석은 일자형과 탁자형이 있다. 

 밑반찬은 순서대로 명이나물, 백김치, 유자 절임 나물이다.

 오늘 사용될 육류를 보여줘서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해 준다. 중간은 40일간 건식숙성해 수분을 제거한 등심이라고 한다. 그리고 나머지는 왼쪽 아래에 있는 동그란 안심을 기준으로 바깥 시계방향으로 채끝살, 부챗살, 제비추리이다. 오른쪽에 동그랗게 말린 건 송이버섯을 넣고 만 채끝등심(?)이다. 

 소금에 절여 훈연한 고등어를 중심에 두고 오른쪽으로 광어와 폰즈푸딩, 참치와 우니(성게)가 있다. 한우 오마카세(맡김차림)라 해서 막연히 한식이라 생각했는데 일식 같은 차림으로 시작한다.  

 육회 가다랑어 소스, 방울토마토, 시소.

 치마살로 만든 육전에 구운 가지 크림을 끼얹고 레드페퍼(후추)와 어란으로 마무리.

 가리비 튀김.

 아롱사태와 채끝살, 송이버섯과 유자 초를 넣은 장국. 뚜껑을 늦게 열었더니 압력 때문에 열리지 않아 조금 고생했다. 

 육포와 리코타 치즈.

 등심 스테이크. 왼쪽에서부터 말돈 소금, 스모크(훈연) 말돈 소금, 루꼴라 페스토 네 개가 준비되어 있다. 이외에 오른쪽에 곁들임으로 겨자씨를 얹은 감자가 있다. 스테이크는 결이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았으며 루꼴라 페스토가 부드럽고 맛있어 개인적으로는 제일 합이 좋았다. 

 스테이크를 다 먹고 나면 같은 그릇에 구운 뒤 참기름을 바른 제비추리가 나오지만 억셌고, 그 뒤에 나온 야키니쿠(구운 고기) 소스로 구운 부챗살은 달콤하지만 조금 기름졌다. 

 다행히도 이다음 나오는 우동을 보니 기름짐이 조금 해소되겠거니 싶다. 면은 칼국수보다 조금 가는데, 이나미야 우동이라는 이름난 면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같이 나온 고기는 또 달고 기름지다. 

 카츠산도. 고기 튀김 샌드위치다. 식빵보다 더 달고 부드러우며, 또 기름진 브리오슈 빵에 안심을 넣었다. 보기는 좋아 보이지만 커다란 샌드위치를 위에서 가늘게 잘라 끼워 내어왔기 때문에 깔끔하게 먹을 순 없었다. 

 마지막은 역시 밥이어야 한다. 송로버섯과 연어알, 차이브라는 허브를 사용해 지은 솥밥이다. 인터넷에 떠도는 근사한 사진들이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일종의 공연 같은 것이고, 실제 먹는 건 이 정도다. 쥐꼬리만 한 밥을 주고는 부족하면 이야기해달라고 하는데, 두 번째도 역시나 이 정도로 준다. 간은 조금 있다. 

 솥밥에는 미소(일본 된장) 장국이 곁들임으로 나온다. 

 소가 뜨거운 성질이라, 차가운 성질을 가진 메밀로 아이스크림을 만들었다고 한다. 한방, 체질 따위를 신뢰하는 편은 아니지만, 설명은 그럴듯하게 들린다. 벚꽃 모양 숟가락이 아름답다.

 음식에 맞는 식기들과 다양한 요리가 돋보이는 곳이다. 요리를 어떻게 설계했는지에 대한 설명도 충실하나 여러 곳에서 여러 사람이 동시에 설명하는 데다, 말의 속도도 다소 빠르고, 마스크까지 끼고 있어 잘 들리지 않는다. 내부는 끊임없이 고기를 굽거나 요리를 하는데 조명은 어슴푸레한 와중 탁자 위를 직접조명으로 강하게 내리쬐어 먼지가 쓸데없이 잘 보인다. 

 요리는 7~10분 사이로 나와 사진을 제대로 찍으면서 식사하기에는 조금 급한 감이 있다. 사진을 찍어서 그런가 싶었더니 사진을 찍지 않았던 일행 또한 같은 의견이었다. 같은 일행이어도 일부가 다 먹었다 싶으면 그 식기를 먼저 내려버리는 것 또한 이런 조급함에 한몫한 것 같다. 음식에만 집중하면 상관없겠지만, 음식 앞에 모인 사람들의 시간을 소중히 하는 입장에서는 음식이 차례로 나오면서 일행과의 시간이 계속 방해받는 느낌이었다. 식사 시간은 처음에 안내받은 대로 2시간 정도라 딱히 급하게 식사가 진행된 건 아니다. 아무래도 가게가 추구하는 방향과 맞지 않는 듯하다. 접대는 좋았지만 다음은 글쎄,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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