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아래를 걷다 (1) 메구로강
2022.3.
벚꽃 명소로 유명한 메구로강을 보기 위해 나카메구로 역으로 갔다. 전철에서 내리면 메구로강과 양옆으로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바로 눈에 들어온다.
메구로강은 강폭이 넓지도, 좁지도 않아 양쪽을 오가며 산책하기 좋지만 어디서 벚꽃 구경을 하는가에 따라 조금씩 풍경이 다르다. 가장 유명한 곳은 나카메구로 역 근방이다. 강 양쪽에 식재된 벚나무는 서로 얽혀 터널 같기도, 다리 같기도 한 풍경을 만든다. 벚꽃이 절정일 때를 조금 지나 그런지 때마침 부는 바람에 내리는 꽃비도 구경할 수 있었다. 강 양쪽에는 상점이 많은데, 벚꽃 철이라 노점도 가세해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여기서 북쪽의 이케지리오오하시(池尻大橋) 역 방면으로 걸어가면, 위 사진처럼 나카메구로 근방과 비슷하게 양옆으로 핀 벚나무를 볼 수 있다. 다만, 벚꽃색은 조금 더 희다. 상점 수가 적어짐에 따라 사람 또한 나카메구로 역보다 적어져 꽃구경하기에는 훨씬 좋다.
이케지리오오하시 역 근처에서 나카메구로 역으로 되돌아가기 전, 톨로빵에서 카레 빵을 샀다. 8시부터 영업하는 가게라 그런지 12시가 조금 넘어서 갔더니 남아 있는 빵이 거의 없었다. 그렇지만 배고팠던 터라 하는 수 없이 카레 빵을 샀다. 야끼소바 빵과 카레 빵으로 대표되는 일본식 조리 빵을 선호하진 않지만, 기대를 하지 않아 그런지, 시장이 반찬이라 그런지 제법 맛있게 먹었다. 빵피도 쫄깃하고, 카레도 맵지 않았다. 특히 쫄깃한 느낌은 지금도 흐릿하게나마 떠올릴 수 있을 정도다. 그렇지만 빵에 덮개를 해 놓지 않아 다시 가지는 않을 듯하다.
카레 빵만으로 끼니를 해결할 수는 없다. 톨로빵에서 남쪽으로 내려온 곳에 있는 파티스리 카카에에또 파리에서 파블로바라는 디저트를 먹었다. 파블로바는 머랭에 과일을 얹어낸 디저트이지만, 이 가게의 파블로바는 무스가 올라간 2단 구성을 취한다. [1] 코코넛 맛의 흰 머랭 안에 바닐라 크림이, 그리고 그 안에는 느닷없이 체리(?) 퓨레가 등장한다. 체리가 넓게 보아 벚나무의 열매라는 건 알지만, 강렬한 맛이 벚꽃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머랭 바깥에서 냉장고 맛이 살짝 스치는 것도 마음에 걸린다.
나카메구로 역에 다시 돌아와서 지라솔레라는 가게에 들렀다. 이탈리아 식재료와 이탈리아 시칠리아 지방의 도자기를 취급하는데, 가격이 비싸 만만한 가격의 파스타 소스만 사서 나왔다.
한편 나카메구로 역을 기준으로 남쪽의 메구로 역 방면으로 걸어가면 강폭이 넓어진다. 길은 잘 닦여져 있어 걷기 좋지만, 나카메구로 역 쪽의 아담한 느낌은 없어져서인지 사람은 적다. 강폭이 넓어진 만큼 벚나무도 큼직해졌다. 나카메구로 역 근처에서는 보지 못했던, 수양벚꽃으로 보이는 벚나무도 있다. 수양벚꽃은 다른 벚꽃과 비슷한 시기에 피는 거로 알고 있는데, 이상하게도 꽃이 얼마 피지 않았다.
그대로 메구로역 서쪽에 있는 메구로기생충관으로 갔다. 메구로기생충관은 이름 그대로 기생충을 전문으로 하는 연구박물관이다. 입장료는 없는 대신, 기부를 통해 박물관이 운영된다. 2층으로 되어있는 박물관은 층당 면적이 넓지 않아 가볍게 본다면 1시간 안에 볼 수 있다.
전시는 표본과 기생충에 대한 연구 설명이 대부분이다. 설명은 일본어밖에 없지만, 인간을 숙주로 하는 8m 길이의 기생충 표본이나, 동영상으로 제공되는 달팽이 기생충을 포함한 일부 사례가 정적인 전시를 지루하게 만들지 않고 있다. 폐관이 17시로 다소 이르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일정의 마무리는 돈가스 톤키라는 가게에서 했다. 저녁 영업만 하는 대신 개점이 16시로 다른 가게의 저녁 시간대보다는 조금 이른 게 감사하다. 가게는 2층으로 되어있는데, 1층에서는 개방형 주방을 중심으로 좌석이 ㄷ자로 배치되어 있어 돈가스를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각자의 역할을 지닌 여러 명의 직원이 쉼 없이 움직이는 모습은 부산스러움 속 질서가 있어 마치 출근 시간에 환승역에서 이동하는 사람의 물결과 같다.
주문은 자리에 앉자마자 받는다. 메뉴판을 보기 전이라 이런 물음이 갑작스러웠고, 빨리 주문하라는 압박으로 느껴져서 불편했다. 하지만 돈가스만큼은 여태까지 먹은 것 중 가장 개성적이었다. 튀김옷이 두꺼운 데다 살짝 단단한데, 맛은 우리나라 시장표 돈가스처럼 고소하다. 기름에 튀긴 밀가루에 불과해 먹어도 그만, 안 먹어도 그만인 존재가 튀김옷이었지만, 톤키의 튀김옷은 고기를 감싸는 존재 그 이상이었다. 밥도 윤기가 있어 식사가 즐겁다.
출처
[1] "페블로바", 두산백과, 2023.6.4. https://terms.naver.com/entry.naver?cid=40942&docId=6444622&categoryId=3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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