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거나 씁쓸하거나
작성일
2016. 10. 22. 22:16
작성자
달콤 씁쓸

진흥반점

2016.10.22.지도

짬뽕(6000원)

 짬뽕은 좋아하진 않지만 어쩌다가 생각나는 음식이다. 그래서 집 근처 중국집 중 아무거나 하나를 선택하여 시켜도 보고, 직장 동료랑 먹으러도 가 봤지만, 언제부터인가 머릿속에 이상화된 짬뽕과는 먼 것들뿐이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대구에 있다는 유명 짬뽕 중 하나이지만 사장님의 사정으로 가 보지 못했던 음식점 '진흥반점'에 대한 기대는 커져만 갔다. 하지만 무릎 수술로 당분간 가게를 못 연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진흥반점에 대한 기대를 반쯤은 접었는데, 며칠 전 이 가게가 다시 열었다는 소식을 들어 당장 찾아갔다. 가게에는 가게가 여는 시각인 9시 2분 전에 도착했는데, 이미 가게 안엔 사람이 가득 차 있었고, 가게 앞에도 한 팀이 대기하고 있었다. 기다린 지 얼마 되지 않아 가게 안에서 종업원이 나와 주문을 받고, 기다리는 사람을 위해 의자를 내주었다. 소소한 친절이 마음에 들었다.

 가게에 들어간 건 기다린 지 15분 정도가 지난 상태였다. 하지만 다른 블로그에서 본대로 짬뽕을 한꺼번에 만드는지, 가게 내에서 또 15분가량을 기다렸다. 기다리면서 가게 내부를 눈으로 훑어보았는데 가정집을 개조한 듯한 느낌이었다. 가게 내외부에서 세월의 흔적이 보이지만, 음식을 먹는 테이블 쪽은 나름대로 관리되고 있는 듯 보였다. 소위 '맛집'에서 보이는 간과된 불청결함도 일단은 보이지 않았다. 또한, 아무리 손님을 많이 받아도 낼 수 있는 음식에는 한계가 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이런 데서 흔히 강요되는 원치 않는 합석 또한 없어서 좋았다. 가게는 가족경영인 듯한데, 각자의 역할분담이 잘 되어있어 어수선함이 보이지 않았다.

 아침을 거른 허기를 잊기 위해 물을 마셔가며 이야기를 하니, 어느새 짬뽕이 나왔다. 한꺼번에 나와서 그런지는 몰라도 주문한 순서와는 상관없이 앞테이블부터 서빙이 되는 듯했다. 그래서 그런지 옆 테이블의 혼자 온 사람은 불쾌해했다. (그런데 이 사람은 음식이 나오기 전부터 뭔가 불만스런 태도였다) 

 짬뽕이 나올 때 참기름 냄새가 났는데, 막상 먹을 때 참기름 맛은 나지 않았다. 특이하게도 부추가 있는 편이며, 이 외에도 배추, 숙주, 돼지고기, 오징어, 홍합이 있다. 면은 찰기가 없는 편이다. 

 짬뽕은 면도 면이지만 국물 맛도 중요한데, 다른 짬뽕을 먹을 때는 사실 맵기만 할 뿐 국물 맛은 매운맛에 가려져 제대로 못 느낀 반면 여기의 짬뽕은 매운맛보다는 재료가 우러난 풍부함을 자랑한다. 매운맛 자체도 강하지 않은 편이라 속에 부담이 덜하다. 예전에도 이 집을 방문한 블로거의 말에 의하면 예전보다 국물이 연해졌다고는 하지만 오늘이 처음인 나로서는 전혀 알 길은 없다. 

볶음밥(7000원)

 짬뽕부터 주문한 다음 조리에 들어가서 그런지, 볶음밥은 짬뽕보다 10분 늦게 나온다. 들어간 재료는 얼마 없지만, 간이 잘 되어서 그런지 아니면 허기가 반찬을 하여 그런지 의외로 맛있는 편이다. 그러나 밥이 다소 진 것이 아쉽다. 계란은 겉만 익혀진 반숙이라 취향이 갈릴 듯하다. 오른쪽의 짜장은 현대의 달콤짭짤한 맛이 아니라 짠맛의 짜장이라 이 또한 다소 호불호가 있을 듯하다. 곁들여진 짬뽕 국물은 위에서 먹은 짬뽕 국물과는 달리 짠 편이며 야채와 돼지고기 등이 들어간 깊은 맛이 나지 않는다. 

 신나게 먹고 가게를 나설 때 안녕히 가시라는 말을 해 주시는 종업원분의 힘찬 인사가 기분이 좋았다. 크게 인상에 남는 맛은 아니었지만, 종업원의 체계가 잘 잡혀있고 기다리는 손님, 그리고 나가는 손님에 대한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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