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센트 14-3
2018.8.10.│지도
햇빛도 크게 없고 돌아다니기에 괜찮다 싶어 북성로에서 향촌동 수제화 골목으로 꺾어 내려간다. 하지만 사람도 없고 가게는 죄 여름 휴가철이라 닫은 곳이 태반이다. 날씨도 아직 여름은 여름인지 슬슬 땀이 난다. 마침 눈앞에 있던 한옥 카페에 갔다.
무난하게 시킬 수 있는 음료는 많았지만 다른 데서는 보지 못하는 뱅쇼에이드라는 메뉴가 눈에 띈다. 뱅쇼. 많이 들어 본 단어지만 정작 뜻을 몰라서 물어보았다. 레드와인을 끓여서 나가는 무알콜 에이드라고 대강 설명을 들은 것 같다. 백과사전에 의하면 뱅쇼는 와인에 시나몬, 과일 등을 첨가하여 따뜻하게 끓인 음료라고 한다. 여기서는 레드와인을 잔 맨 밑에 두고, 그 위에 탄산수에 과일과 계피를 넣었다. 예쁘긴 하지만 내가 따로 섞어 먹어야 하는 수고로움이 더해진다. 제대로 잘 섞지 못했는지 몇 모금은 탄산수의 그 끔찍한 신맛을 그대로 느껴 버렸다. 음료는 마냥 달진 않다. 복잡한 맛이 나는데 술을 안 마시니 어떤 부분이 레드와인에서 왔는지 사실 구분이 안 된다.
한옥의 특징적인 외부만 살린 뒤, 내부는 나무 재질의 인테리어로 하는 한옥 카페를 본 적이 있다. 하지만 내부공간까지를 살려낸 카페는 내 경험에선 처음이다. 많은 공간 속, 곳곳에 개성이 살아있다. 다락방은 들어가기는 힘들지만 아늑하다. 하지만 한옥이라는 문화 아래 일부 소품이 유일하게 분위기를 해치고 있다. 공간도 살렸으면 한옥의 멋을 극한까지 끌어올리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지 않을까? 소품의 수를 줄이고 더 우리 문화에 걸맞은 느낌으로 꾸며도 괜찮을 것 같단 생각을 한다.
근처에 저녁을 먹으러 가야겠다고 점찍어둔 가게가 있긴 했는데, 막상 가려니 배가 그렇게 고프지 않아 디저트를 시켰다. 내가 시킨 건 복숭아 와플인데, 이것도 시원찮다. 일단 와플이 눅눅하다. 마치 편의점에서 먹어본 로투스 와플같이. 같이 나온 복숭아잼은 맛있었지만, 와플이 맛없으니 쓸모가 없다. 친구가 시킨 바나나 누텔라 토스트(?)도 먹어보긴 했는데 누텔라가 너무 달아서 포기했다. 다시 온대도 음료만 마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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