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거나 씁쓸하거나
작성일
2018. 9. 18. 22:07
작성자
달콤 씁쓸

부산비엔날레 - 부산현대미술관, 구 한국은행 부산지점  HP 

2018.9.


 출발은 정겨운 무궁화호로.

 

* 환공어묵 부산역점  지도

 부산현대미술관 근처에 이렇다 할 음식점도 없고 해서 간식 겸 부산역 환공어묵에서 오븐 어묵을 샀다. 한 개에 2천 원 남짓 하는 가격이지만 타르트 같은 모양이라 안 먹어보고는 못 배겼다. 가격만큼 배는 부르지만, 어묵과 위의 토핑이 따로 논다. 토핑도 실하지도 않다. 그러고 보니 분명 예전엔 이 자리에 삼진어묵이 있었던 것 같은데, 하고 찾아보니 작년 즈음해 철수했다고 한다. 

 

* 부산현대미술관  HP  지도

 부산비엔날레는 부산현대미술관과 구 한국은행 부산지점 두 곳에서 진행된다. 위 사진은 부산현대미술관인데, 지난 6월에 개관한 새 건물이다. 그렇지만 부산의 하중도인 을숙도에 있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단점이다. 버스를 타면서 지나치는 풍경들이 어째 고속버스를 타고 시 외곽으로 넘어가는 것과 흡사하다면 주변 인프라도 쉽게 상상이 갈 것이다.

 하지만 나의 원래 목적은 그 을숙도에 있었다. 을숙도 하면 막연하게 떠올리는 갈대숲을 보고, 산책도 하며 사진도 찍으려고 했다. 그리고 시간이 남으면 부산비엔날레를 볼 생각이었다. 그렇지만 막상 도착하니 뭔가 잘못된 느낌을 지울 수 없었고, 무엇보다 날씨가 아직 가을 날씨가 아니었다. 부산은 아직 늦여름이었다. 지도를 보면 일단 맞는 것 같으니 비엔날레부터 보자 싶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부산현대미술관에서의 전시는 지하 1층부터 2층까지를 모두 사용한다. 도슨트 투어도 있지만, 시간을 맞추어야 해서 따로 관람했다. 작품은 '비록 떨어져 있어도'라는 주제 아래 전개되는데, 현대미술의 특성상 의미부여에 따라 작품의 가치가 널뛰어 작가의 설명 없이는 종잡을 수 없는 게 많았다. 작품명은 작품 옆에 작게 표시되어 있어 알기 어려운데, 작품설명은 빠져 있기 때문에 홈페이지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작품을 감상하는 것도 나쁘진 않은 것 같다. (설명이 길어 현장에서 읽기에 무리가 따를 수도 있지만, 복습 혹은 예습하기에는 작품의 실체가 없는 상태라 막연하다) 

 사진은 멜릭 오하니언 작가의 <콘크리트 눈물 방울 3451>이다. 둘러보았을 때 심미적으로 제일 눈에 들어오는 작품이었다. 예전에 대구미술관에서 비슷한 작품이 전시되었는데, 요즘은 또 이렇게 똑같은 물체를 줄에 꿰어 규칙적으로 늘어놓는 것이 유행인 것 같다. 

 지하에는 어린이 예술 도서관이 있다. 재미난 구조로 되어있어서 한번 들어가 보려고 했는데 예약 없이는 입장이 되지 않는다. 바로 눈앞에 두고 들어가지 못하니 아쉽다.

 미각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은 작품은 단연 천민정 작가의 <초코파이 함께 먹어요>다. 좁은 공간이지만 작품을 본다고 여기저기 돌아다녀 한창 배고플 때, 이런 설치작품이 등장했다. 그런데 먹어도 된다고 하니 얼마나 기쁜지. 단맛과 함께 남과 함께 나누는 것의 아름다움을 체감했다. 언젠가부터 초코파이가 그렇게 맛있지 않았었는데, 초코파이가 그렇게 맛있던 적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많고 많은 작품을 드디어 다 봤다. 이제 나갈 차례다. 가브리엘 레스터의 〈조절하기〉를 통해 나를 좁게 만들어 지나간다.

 전시장으로 들어가는 곳 옆에 보면 불투명한 요새 같은 공간이 하나 있다. 무엇인지 내내 궁금했는데, 토비아스 레베르거 작가의 <토비아스 스페이스>라는 작품이자 카페이다. 과연 미술관답다고 할 만하다. 물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 망고 스무디를 사 마셨는데 평범한 맛이었다. 

 

* 을숙도  지도

 부산비엔날레 셔틀버스 시간까지 많이 남아 원래 목적이던 을숙도에 갔다. 가기 힘들어도 일단 보기는 봐야 미련이 안 남을 것 같았다. 분위기는 마치 옛날 두류공원 같다. 생태공원 쪽으로 걸어서 가 보려 했는데 끝이 보이지 않고, 여름이면 강가에서 자주 보이는 몰려다니는 날파리들이 너무 많아 얼마 안 가 나왔다. 아무래도 나중에 자가용이 생기면 와 봐야겠다. 기약은 없다.

 

* 구 한국은행 부산지점  지도

 부산비엔날레의 또 다른 전시장인 구 한국은행 부산지점은 건물이 오래되어 왠지 퀴퀴한 냄새가 나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작품은 부산현대미술관보다는 적어 비교적 빨리 볼 수 있었다. 사진은 3층에 있는 필 콜린스 작가의 〈딜리트 비치〉다. 사진이 흔들렸는데 공간이 후각적으로 너무 끔찍하기 때문이다. 냄새가 너무 지독한 나머지 영상작품을 보지도 못하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메시지는 명확한데 굳이 이렇게 강렬하고 불쾌한 냄새를 써야만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강도를 조금만, 조금만 낮추었더라도......

 

* 부산역  지도

 부산역에 왔다. 아직 해가 완전히 떨어지지는 않아서 광장을 천천히 구경하다 가려고 했는데 옛날 동대구역 앞 광장을 공사할 때처럼 앞을 다 막아놨다. 하는 수 없이 양옆으로 다니는데 거리도 깨끗하지 않고 분위기도 영 내키지 않아 역으로 얼른 들어왔다. 카페에서 즐겁게 보내려고 해도 죄다 만석이다. 눈치를 보다 좁은 자리 사이에서 겨우 빈 좌석을 찾아내어 노닥거리다 시간이 다 되어 갈 때쯤 부산항 쪽 문으로 나오니 부산항대교가 보인다. 무지갯빛으로 빛나는 다리가 예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