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거나 씁쓸하거나
작성일
2019. 1. 27. 13:29
작성자
달콤 씁쓸

아슬아슬하게, 그러나 즐겁게 (1)

2019.1.


* 험난한 도쿄의 길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싶었다. 작년 10월 도쿄행도 태풍 때문에 못 갔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안개가 장난이 아니다. 그래도 비행기는 점심에 출발이니 많이 늦어지진 않겠지 생각하며 공항에 갔다. 안이한 생각이었다. 6시에 출발 예정이었던 비행기조차 아직 대기 상태였다. 내가 탈 예정인 비행기는 탑승구조차 열리지 않았다. 한참 뒤에 티켓은 받았지만, 출발도 지연에 지연을 반복한 끝에 겨우 했다. 하염없는 기다림에 벌써 지쳐버려 하루치 여행을 다 한 기분이다. 여태까지 잘 다녀온 건 운이 좋은 거였구나 싶다.

 

* 타임 어택

 착륙할 때의 그 덜커덩한 느낌. 도착했구나. 관건은 지금부터다. 아는 사람과 만나기로 해서 더 늦을 순 없었다. 입국 심사까지 끝내니 10분 정도가 남았다. 캐리어를 끌고 곧장 역으로 갔다. 실물 티켓이 아닌 교환권이라 케이세이 카운터에 가야 하는데, 다행히도 간사이 공항처럼 줄이 길진 않았다.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느긋하게 승차권을 준비하는 직원의 모습이 야속했지만, 끈기 있게 기다려 개찰구로 달렸다. 난 승리자다. 밖엔 벌써 해가 지고 있었다. 

 

* IMANO TOKYO HOSTEL  HP  지도

 짐부터 맡겨야 하니 숙소부터 들렀다. 싱글 차지가 붙으니 호텔은 부담스럽고, 잠자리도 가리지 않는 편이라 항상 게스트하우스를 고르는데, 이런 숙소는 참 오랜만이다. 여태까지 간 곳 중에서 최악이다. 2단 침대는 그렇다 쳐도, 저급 스펀지 시트가 깔려있다. 그러면서 공휴일, 주말을 낀다고 돈을 어마어마하게 받으니 아무리 위치가 좋아도 날강도가 따로 없다. 락커도 구비시설목록에는 적혀있는데, 체크인할 때 기본적으로 제공해주는 게 아니라 카운터에 말하고 제공받는 방식이다. 크기는 우편함같이 쥐똥만 해서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학교 사물함 같은 크기의 락커도 있긴 한데 돈이 환불되지 않는다. 거기다 자기 전에 히터를 보니 먼지도 한가득. 청소를 제대로 할 거라는 기대는 안 했는데 막상 눈에서 보니 공연히 몸이 근질근질하다. 차라리 같은 가격이면 전에 묵은 CITAN 호스텔이 훨씬! 낫다. 

 

치킨카츠카레 헬시(730엔)

* 고고카레 가부키쵸 스타디움  HP  지도

 고고카레는 노란색 바탕에 고릴라가 그려진 독특한 간판이 특징이다. 좌석은 전부 카운터석뿐이다. 생각 없이 자리에 앉았는데, 자판기로 주문해야 한다고 한다. 늦은 시간이라 양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게 반가웠다. 카레는 간판의 고릴라처럼 시커멓다. 가나자와 카레라서 그렇단다. 홈페이지에 실린 가나자와 카레의 특징은 '1. 루는 진하고 진득하다. 2. 채를 썬 양배추를 곁들인다. 3.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겨 나온다. 4. 포크 또는 스포크로 먹는다. 5. 루 위에 커틀릿(カツ)을 얹고, 그 위에는 소스를 뿌린다'고 한다. 

 갈색~황금색의 오뚜기 카레로 대표되는 우리나라(?) 카레와는 확실히 다른 맛인데, 케첩 맛이 순간적으로 나는 것 외엔 큰 인상은 없다. 양배추에 곁들이는 소스는 충격적이게도 마요네즈다. 그냥 먹는 게 차라리 낫다. 어차피 양배추 맛도 잘 안 느껴질 만큼 가늘게 채로 썰어져 있다. 오른쪽의 치킨가스 또한 너무 가늘게 잘려서 치킨가스인지 잘 모르겠다. 그냥 저렴한 가격에 무난하게 먹을 만한 가게다. 

 

* 도토루  HP

 밤과 함께 이야기도 쌓였다. 카페에 갔다. 로얄밀크티와 말차아이스를 주문했는데, 트레이를 안 내준다. 아이스 음료는 컵이 길어서 그냥 들고 가면 된다고 하더라도, 밀크티는 잔이 잔인데 그냥 들고 가란 말인지? 종업원에게 말하니 트레이를 주긴 하는데 기본적으로 주는 건 아닌 것 같다. 가만 보니 다른 사람들도 죄 트레이 없이 그냥 들고 올라온다. 불안하게 찻잔을 딸그락거리며 올라오는 모습은 보고 있는 내가 조마조마하다. 아니, 이건 이해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