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거나 씁쓸하거나
작성일
2019. 2. 2. 11:46
작성자
달콤 씁쓸

아슬아슬하게, 그러나 즐겁게 (2)

2019.1.


* 뭉크전 - 공명하는 혼의 외침  HP  지도

 도쿄도 미술관 개장이 9시 30분이어서 9시에 일행과 만나기로 했다. JR의 우에노 공원 쪽 출구 - JR을 이용하지 않아 환승 출구를 따라 건너왔는데 야마구치 출구로 나와버린다. 맞은 편에 있는 오르막을 따라 위로 올라가면 바로 우에노 공원 출구다 - 를 찾지 못해 조금 헤맸지만 늦지는 않았을 터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생각보다 훨씬 부지런했다. 우에노 공원을 가로질러 가니 긴 줄이 보였는데, 설마하니 그게 뭉크전에 선 줄이었다. 그렇지만 내부가 넓어서인지 개장하고 나서 들어가기까지는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았다. 전시장도 북적이진 않았다. 

 전시는 오슬로 시립 뭉크 미술관의 컬렉션을 중심으로 하여 100점 정도로, 화가의 생애와 그에 따른 작품 경향의 변화를 고려하여 총 9개의 영역으로 나누었다. 소재는 사람이 압도적이다. 자신과 친한 사람, 가족, 그리고 자기 자신도 있다. 자신 외의 소재는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어릴 땐 결핵으로 사망한 자기 가족, 청년기엔 연인, 그리고 말년에는 사람을 벗어난 대상도 있다. 말년의 소재 중에서는 집창촌의 여성도 있었다. 여성에 대한 의식이 낮을 때긴 하지만 그래도 작품을 보면서 많이 착잡했다.  

 앞 문단에서 뭉크 작품의 소재를 적었었는데, 그중에는 뭉크 자신도 존재한다. 작품이 애정에서 비롯된다는 걸 생각하면, 뭉크는 자기애가 강했다는 추측을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 애정은 자신의 존재만이 아니라 작품에까지 이어져서, 같은 소재, 같은 구도가 여러 그림에 반복되는 경향을 보인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뭉크는 개인전도 여는 등 자기 작품을 알리는 데도 적극적이었던 것 같다. 

 제일 유명한 그림인 '절규'에서도 이 애정은 이어졌고, 작품은 네 가지 버전이 존재하게 되었다. 그중 이 전시회에는 오슬로 시립 뭉크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템페라&유화 버전의 절규가 걸렸다. 그러나 워낙 유명해서 그런지 '절규'가 걸린 공간에 들어서자 또 줄을 서야 했다. 하지만 막상 볼 때가 되니 천천히 감상하지도 못하고 앞사람과의 간격을 유지하며 봐야 해 불만스러웠다. 오히려 줄을 서지 않고 뒤에서 보는 게 더 자세히 감상할 수 있었다. 

 감상은 아무래도 어떻게 그렸나 궁금하기도 하고, 멀리서 보면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될까 싶어 가까이서 봤는데, 캔버스에 물감이 꼼꼼히 들어가 있지 않은 것이 내심 불만이었다. 하지만 멀리서 여태까지 봐왔던 그림들을 얼핏 보니 색이 다 들어가 있지 않아 엉성해 보였던 그림이 아까 봤던 것과 달리 꽉 차 보인다. 작품의 크기가 크니 전체를 한눈에 담는 게 중요하구나 싶다. 종류는 역시 유화가 많지만, 생각보다 리토그래피(석판화) 작품가 많았다. 섬세하지만 날카로운 에칭과 달리 리토그래피는 부드럽다. 검은색이나 채도가 낮은 색을 사용해서 그런 느낌은 더욱 강하다. 여전히 옛날 작품에서 자주 등장하는 여성의 나체는 불만이지만 모순적이게도 그중 한 작품이 또 마음에 들어 기념품 가게에서 엽서를 사 버렸다. 

 

닭과 조개의 진한 츠케멘, 보통 양(980엔)

* 보리와 올리브  지도

 점심을 먹으러 미슐랭 가이드에 실린 라멘 가게에 갔다. 주문은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바깥에서 미리 받는데, 식권이 필요하다. 줄을 서다가 앞 사람이 어디 갔다 온다 싶으면 마찬가지로 가게 안에 들어가서 식권을 뽑아 가지고 있다가, 어디선가 나온 직원에게 식권을 드리면 된다. 카운터석만 있지만, 앞에는 짐을, 뒤에는 옷을 거는 곳이 있어 좋다.

 분명 라멘도 판다고 해서 찾아갔는데 내 기억이 틀린 탓인지 라멘보다는 소바를 주력으로 하는 듯했다. 하지만 소바는 교토에 갈 때 먹어서 츠케멘을 주문했다. 수프는 진한데 역시 짠맛 때문에 맛을 잘 느낄 수 없었고, 기름(아마 상호에도 있는 올리브 오일이 아닐까 싶다)이 풍부해 진득했다. 오히려 인상에 남은 건 면이었다. 삶은 면에다 (올리브?) 오일을 넣었는지 탱글탱글한 식감 중 향긋하다는 느낌을 얼핏 받았다. 이후엔 수프에 면을 찍어 먹으면서 인상이 흐릿해졌다. 닭도 면과 같이 탄력이 있어 맛있다. 그렇지만 역시 츠케멘인만큼 수프의 맛을 함께 느껴야 진가를 느낄 수 있을 텐데 짠맛이 익숙하지 않아 이번에도 제대로 된 맛을 느끼진 못했다. 지금으로선 면만 따로 꺼내 후추와 올리브 오일을 더 넣어 먹으면 맛있을 것 같다. 

 

* 도쿄큐쿄도 긴자본점  HP  지도

 소화도 시킬 겸 여러 군데의 가게를 기웃거린다. 우선은 큐쿄도에 갔다. 긴자의 문구점을 찾으니 이토야와 함께 나오던 곳이다. 이름도 그렇지만 현대적인 이토야와는 달리 예스러운 분위기가 강하다. 제품의 라인업도 다르기 때문에 시간이 있다면 두 군데를 다 들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 긴자 이토야  HP  지도

 작년 5월에 이어 또 갔지만, 여전히 재미있다. 지난번에 꽃을 만들었던 게 너무 좋았던 7층은 이번엔 '공기를 담는 그릇'이라는 새로운 제품을 어필하기 위해 책상도 올려놓고 천장에도 달아놨는데, 천장에 달아놓은 게 이미 하나의 작품이다. 바람에 흔들리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

 

* 가루비 플러스 도쿄역점  HP  지도

 도쿄역 지하에 있다. 쟈가리코, 쟈가포클 등이 유명한 그 가루비의 매장이다. 

 

* 몸살

 날씨가 추웠지만, 아침에 일찍 와서 전시를 보고, 긴자역에 내려서 점심을 먹은 후 큐쿄도에서 도쿄역까지 쭉 걸었다. 그런 탓일까? 도쿄역 지하를 둘러보다 보니 일행의 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다. 일단은 무슨 일이 생겨도 돌아가기 편하게 신주쿠역으로 가자고 했고, 아니나 다를까 일행은 가는 도중 몸살이 나려 하는지 상태가 좋지 않다고 했다. 잘 만날 수 없다 보니 아파도 좀 참고 있다가 그렇게 말한 것 같다. 역시 건강이 중요하니까. 일행을 집으로 보냈다. 

 

* 키노쿠니야서점 신주쿠 본점  HP  지도

 하지만 이대로 일정을 끝낼 순 없다. 오후 5시에 숙소에 들어가서 씻기엔 너무 아깝다. 어차피 살 책도 있고 해서 서점에 갔다. 다른 매장도 입점해서 그런지 1층이 세 구역으로 나뉘어 있어 불편했지만, 지하 1층부터 7층까지 책으로 채운 큰 서점이라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특히 의료 분야의 책이 한 층을 전부 채운다는 게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