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거나 씁쓸하거나
작성일
2019. 3. 31. 13:40
작성자
달콤 씁쓸

아슬아슬하게, 그러나 즐겁게 (4)

2019.1.


* La Brianza  HP  지도

 좀처럼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려운 타베로그에서 고평가를 받으면서도, 런치 가격이 1800엔으로 생각보다 저렴한 곳이다. 음식도 마침 좋아하는 파스타다. 들어가니 평일 점심이라 그런지 주변에는 중년 이상의 손님들이 많았고 내 옆에는 비즈니스 맨들이 식사가 끝난 지 한참이나 되었는데도 노트북까지 동원하며 사업 이야기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좌석 간격은 일본답게 다소 좁다.

 우선은 빵이 나온다. 오른쪽은 분명 포카치아인데, 왼쪽은 모른다. 기름에 튀겨 고소하다. 다 먹은 그릇을 보고 지나가던 종업원분이 뭘 물어보셨는데 치워주시는 줄 알고 OK 했더니 하나 더 가져다주셨다. 포카치아는 하나, 왼쪽의 빵은 무려 4개나 더 주셔서 다 먹지 못했다. 1개가 제일 적당한 것 같다. 

 흔히 알던 모양과는 다르지만, 카프레제다. 올리브오일은 즉석에서 끼얹어 주셔서 눈요깃거리도 된다. 모차렐라 치즈가 맛있다. 

 '오리지널' 카르보나라. 노른자가 있어 느끼하지만, 통후추 덕분에 쉽게 물리지 않는다. 양파도 있긴 한데 바닥에 깔려있어서 골고루 섞였다면 좋았을 것 같다. 진하고 꾸덕꾸덕한 맛은 있지만 역시 오일을 시킬 걸 싶다. 사진을 찍는다고 천천히 먹었는데, 노른자 때문에 빨리 굳어버리는 게 단점이다. 

 호박 푸딩과 홍차. 탱글탱글하다기보다는 덜 뻑뻑한 무스 제형에 가깝다. 단호박 자체가 느끼하기 십상이지만 캐러멜 소스가 아니라 커피를 끼얹어서 다소 덜하다. 홍차는 다즐링 같다. 무난하다. 잔은 후쿠다테이에서 후식으로 낸 잔과 비슷하다. 

 음식이 전체적으로 잘 다듬어져 있고 깔끔하다. 여기에 메인 파스타가 카르보나라 대신 다른 오일 파스타였다면 먹었으면 무난한 인상을 넘어 좋았을 것 같다. 계산하고 나서려니 종업원이 여기 자주 오느냐고 물어본 게 불현듯 떠오른다.

 

* 팁랩 보더리스 오다이바  HP  지도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원래라면 작년 10월에 이미 갔다 왔어야 했는데, 의욕만 앞서 예약부터 해놨다가 태풍으로 놓쳐버려 이번에는 간만 보다 현장 구매로 들어갔다. 다행히 평일이라 그런지 표가 남아있었다. 입장료는 당장 전날 간 뭉크 전의 두 배인 3200엔이다. 따로 정해진 동선은 없으면 직접 탐험하는 구조다. 조명과 프로젝터를 사용하기 때문에 내부는 어두우며, 열기로 인해 다소 답답하다. 물론 물건을 잃어버리기도 쉽지만, 다행히 입구 옆에 락커가 있다. 입장료가 비싼 탓인지 다행히 락커는 반환식이다. 중간중간 쉬어갈 수 있는 곳도 미로처럼 마련되어 있지만, 과연 잘 찾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직관적으로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그래도 '작품'이라 작품을 만들게 된 경위와 작동원리 같은 것은 존재한다. 각 작품 입구에 설명이 붙여져 있긴 한데 조명이 어두워 이걸 읽으라고 마련했다기보다는 그냥 구색만 갖췄다는 느낌이 든다. 위 사진은 쉽게 말해 음악분수를 공중으로 옮겨놓은 버전이다. 다양한 음악에 맞춰 조명이 움직이는데 장관이다. 그래도 일단은 인터렉티브 아트라고 사람이 중간에 서 있으면 반응한다고 하는데 사실 잘 되진 않는 것 같다. 

 1층에서 가장 넓은 공간이다. 아름답긴 하지만 사람이 많아 홈페이지 같은 깨끗한 사진을 찍기란 사실 불가능하다. 

 그나마 여기는 사람 또한 그림자가 되어 사진을 찍기가 편하다. 이 공간은 앱으로 작동시킬 수도 있는데 워낙 사람이 많아 생각대로 되진 않았다. 

 그래도 역시 보더리스라면 이 사진이 제일 유명할 것이다. 이 공간은 다른 곳관 달리 2층에 있는데, 워낙 인기가 많은 공간인데다 등이 위험하니 시간 및 인원 제한을 하고 있었다. 색이 바뀔 때가 참 장관인데, 내가 들어갈 땐 파란 색밖에 없어 아쉬웠다. 

 1층이 작품을 감상하는 수동적인 공간이었다면, 2층은 신체를 적극적으로 사용해 체험하는 놀이터다. 감상도 체험도 전부 재미는 있었는데 가격만큼의 값을 했느냐 하면 사실 미묘하다. 물론 인스타그램 및 타 SNS에 올릴 '예쁜 사진'을 원한다면 갈 가치는 있을 것 같다.

 팀랩 보더리스는 가격도 부담되지만 갈 수 있는 전철이라고는 오직 '유리카모메'뿐이라 더 난감하다. 유리카모메는 경전철인데, 원래 교통비가 비싼 일본 내에서도 특히 더 비싼 교통비를 자랑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시설도 딱히 좋은 것도 아니다. 꼴에 예쁘게는 한답시고 역마다 문양을 달리했대서 나름의 구경거리는 됐다. 하지만 한번 경험했으니 다시는 타지 않는다. 보더리스로 가는 길에 있는 메가웹 도요타 시티 쇼케이스가 휴일인 게 참 아쉽다. 가는 김에 다 보고 싶었는데.

 

 숙소에 도착하니 이미 한참 늦어서 밥은 거르고 음료만 샀다. 왼쪽은 친구가 추천한 복숭아 맛 코카콜라. 중간은 마실 용도로 산 호지차, 오른쪽은 호지차 라떼. 어쩌자고 음료를 이렇게 많이 샀는지 모르겠다. 결국 복숭아 맛 코카콜라는 다 마시지 못하고 공항에서 버렸다. 

 음료는 슈퍼에서 샀는데, 비닐에 넣어준 전단지를 보니 오른쪽 위에 후쿠시마산 곶감이 있다. 세상에. 난 납득 못 하겠다.

 

 마지막 날은 여유가 없어 공항으로 바로 가야 했다. 그 전에 빵집에서 시오 프랑스 빵을 사려고 했는데 타이밍을 잘못 맞췄는지 다 팔려버렸고 다시 나오려면 30분이나 기다려야 해서 포기하고 정류장으로 갔다. 공항으로 갈 때는 케이세이 1000엔 버스를 이용했다. 버스가 막힐 걸 예상해 일부러 빠른 차를 탔는데 정시에 도착했다. 기다리다 보니 슬슬 배고파져서 치킨 타츠타아게(간장이나 미림 등을 넣어 밑간을 하고 전분을 뭍혀 튀겨내는 음식. 출처 : 이데일리) 빵을 먹었다. 짭조름한 게 참 맛있다. 이런 빵집이 근처에 있으면 참 좋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