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거나 씁쓸하거나
작성일
2019. 8. 21. 20:21
작성자
달콤 씁쓸

부산현대미술관, 영도대교 (1)

2019.8.


#1 부산현대미술관 : 랜덤 인터내셔널 - 아웃 오브 컨트롤  HP  지도

랜덤 인터내셔널 관람 시 5000원

 '랜덤 인터내셔널'은 영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예술가 그룹의 이름인데, 내년 1월까지 아웃 오브 컨트롤이란 제목 아래 부산현대미술관에서 '레인 룸'과 '알고리드믹 스왐 스터디'를 전시한다. 

 그중 압도적으로 주목을 받는 건 '레인 룸'인데, 이 작품은 7년 전인 2012년 런던 바비칸 센터에서 처음 전시된 작품으로, 부산현대미술관에서도 이 작품을 전시하기 위해 2017년부터 노력했다고 한다. (출처 : 중앙일보 기사) 그렇지만 일반인에게는 이런 정보보다는 '비에 젖지 않고서도 빗속을 걷는 느낌을 낼 수 있는 전시'라는 점이 더 흥미를 끈다. 상호작용하는 예술작품이라 지루하지 않고, 잘 받는 사진을 찍고 싶은 욕구도 충족시켜주니 일석이조다. 

 유명 인사인 '레인 룸'을 만나기 위해서는 해야 할 일이 많다. 일단 표를 사야 하는데 당일 예약이 안 되기 때문에 반드시 예약해야 한다. 요일과 시간도 지정해야 한다. 하루를 10분 단위로 세세하게 쪼갠 연속선상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시간대를 선택해야 한다. 옷도 어둡거나 빛을 반사하는 건 입어선 안 된다. 

 작품은 양쪽 벽면에 설치된 카메라 4대가 움직임을 감지해 컴퓨터로 전송하고, 이 데이터를 토대로 천장에 달린 노즐을 여닫는 구조로 돼 있다. (출처 :한경닷컴) 표를 예약할 때 시간별로 인원을 제한해 받는 것도 아무래도 오류가 생기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인식 속도가 빠르지 않은 탓인지 빠르게 움직여서도 안 되고, 일단 손을 내밀어 자기가 가는 방향의 비를 멈추게 한 후 이동하는 게 제일 안전하다. 사람이 몰려있어도 인식이 잘 안된다. 아, 예술로 만들기 위해 협조해야 할 게 너무도 많구나.

 작품은 100㎡ - 아파트로 치자면 30평 남짓한 넓이다. 가구도 없고, 눕는 것도 아니고, 서서 돌아다니는데 어째 좁다. 조명은 하나만 있는데, 사진은 반드시 조명을 끼고 있어야 하므로 앞쪽에만 사람이 몰리게 된다. 조명을 정면에 두고 피사체가 조명과 카메라 사이에 있거나, 조명을 측면에 두고 피사체를 촬영하는 수 밖엔 없다. 물론 플래시는 사용금지다. 평소에 플래시를 쓰지 않아 꺼 놓는데 황당하게도 적목램프가 켜져서 직원분께 주의받았다. 

 10분이라는 제한 시간이 짧지는 않을까 싶었지만, 걱정도 무색하게 사진 얼추 찍고 5분도 안 되어서 벌써 질린다. 7년 전에 이런 기술로 예술작품을 구현한 게 놀랍기는 하지만 그사이 기술을 이용한 상호작용 예술작품이 워낙 많이 등장한지라 사실 새롭지는 않다. 호기심 비용이라 생각하며 기꺼이 5천 원을 지불했지만 역시 화장실에 들어갈 때랑 나올 때가 다르다고 다 보고 나니 조금은 아깝다.

 '레인 룸'과 함께 전시되는 '알고리드믹 스왐 스터디'는 비디오 아트인데, '레인 룸'을 다 관람하고 난 뒤에 조금만 둘러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당시엔 무료 전시도 8월엔 '완벽한 기술' 전시 외엔 없어서 금방 나왔다. 이 전시도 죄 비디오아트라 관심이 없었다. 

 

#2 질리지도 않고 또 남포동

 점심을 먹으러 남포동에 있는 이재모피자에 가기로 했다. 평소에는 부산역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지하철을 타고 대로변으로 가는데, 이번에는 부산현대미술관에서 가는 거라 버스를 탔더니 평소와는 달리 대청로 쪽에 내리게 됐다. 그런데 길 건너편에 저렴한 가격으로 유혹하는 입간판이 보인다. <앙빵>이란 가게다. 베이커리보다 제과점이란 이름이 득세했을 때의 빵들이 대부분이긴 했지만, 사진에서 보듯이 호밀빵이나 마카롱같이 최근에 유행하기 시작한 빵도 더러 있다. 가격은 저렴하지만 그게 끝이다. 카운터가 정돈되어 있지 않아 어수선한 느낌을 주고 주인이 불친절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빵이 맛이 없다. 마늘빵을 산 뒤 기차 안에서 먹었는데 눅눅하다. 당일 산 빵인데. 

 

#3 영도대교

 이재모피자는 맛있었다. 처음 먹을 때의 감동보단 덜하지만, 치즈는 여전히 잘 늘어나고 씹는 맛이 있다. 꽉 찬 배를 꺼지게 하기 위서 여태껏 부산에 몇 번이나 왔으면서도 한 번도 가지 못한 영도대교에 간다.

 영도대교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도개교다. 원래 목적은 다리보다 큰 배가 지나기 위해 만들어진 거였지만 현재는 단순한 행사에 그치고 있다. 도개시간은 14시 정각. 생각보다 다리는 천천히 들리는데 그 무한한 기다림의 시간을 스피커가 채운다. 바닥에 그려진 갈매기도 이때를 맞아 하늘로 날아오른다. 다리는 양쪽이 함께 위로 올라가는 줄 알았지만, 한쪽만 올라가기 때문에 반대쪽을 보면 다리가 중간에 잘린 듯이 보인다. 

 신기한 경험이긴 한데 두 번은 안 봐도 될 것 같다. 최근엔 안전 문제도 제기되고 있는데 이 광경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궁금하다.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