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대포 해수욕장과 바다 미술제
2019.10.
하여튼 호기심은 문제다. 2년마다 개최되는 바다 미술제가 뭐라고 또 부산에 갔다. 매년 개최장소가 바뀌는 바다 미술제의 이번 무대는 다대포 해수욕장이다. 지하철 1호선 종점이라 그런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1 가연장 다대포점 지도
12시가 조금 안 되어 다대포 해수욕장 역에 도착했다. 해수욕장을 구경하다 중간에 밥을 먹으러 오는 건 번거로우니 이른 점심을 먹는다. 주변을 둘러보니 역시나 맛있게 먹을 만한 곳이 없다. 다행히 보험이 있다. 어제 찾아두었던 가연장 다대포점에 갔다. 만원으로 정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그러나 정찬이라는 상호와 달리 찬들은 백반의 그것이라기보다는 고깃집에서 자주 볼 법한, 주요리를 위해 나머지는 거드는 인상이다. 그렇다고 주요리가 강력한 것도 아니다. 딱히 손이 안 가는 음식은 없었지만, 뭔가 모르게 부족했다. 그래도 전망은 좋다. 햇빛이 한창 따갑지만, 건물 안에 있어서인지 그저 아름답기만 하다.
#2 고우니 생태길
해수욕장에 가기 전에 고우니 생태길부터 들렀다. 갈대는 무성하진 않았지만, 가을과 함께 시작된 이유 없는 쓸쓸함을 느끼기엔 충분했다. 갈대 하면 떠올렸던 이미지는 사실 억새인지라 바다와 함께하는 풍경은 영 낯설다. 뿌리도, 역시나 펄에 두고 있다. 갈대가 잘려 나간 거로 생각하기에는 이상하리만큼 많은 구멍에는 게가 살고 있다. 귀뚜라미도 사람이 가까이 가면 갑자기 울음을 멈추는데 펄에 사는 게들은 그런 것 따윈 아랑곳없이 구멍을 쉴 새 없이 들락날락한다. 그냥 그것뿐인데도 가만히 보고 있자니 시간이 잘 간다.
건너편에 보이는 구 다대소각장에는 '쓰레기는 되지 말자'라는 문구가 있다. 뭔가 싶었는데, 2019 바다 미술제 작품 중 하나였다.
#3 2019 바다 미술제 HP
드디어 다대포다. 그렇지만 광활한 공간에 황량하게 펼쳐져 있는 전시물들은 바다 미술제에 대한 기대를 가차 없이 부순다. 주제가 상심의 바다라는데, 다름 아닌 내 마음이 상심의 바다가 돼 버렸다. 아. 실망스럽다.
나름 재미있어서 괜찮다고 생각한 이 작품도 2015 바다 미술제에 출품된 작품이었다.
#4 다대포 해수욕장
그보다 사람들은 바다 그 자체를 즐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다들 하나씩 장비를 갖추어 열심히 게나 조개를 잡는다. 가만 보니 우리만 멀뚱히 서 있다. 부산에서 갯벌을 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해서 이런 체험을 못 한다는 게 너무나 아쉬웠다. 결국엔 작은 물길에서 게를 하나 잡았다가 다시 놓아주는 거로 갈증을 달랬다.
물이 빠지고 시간이 꽤 지난 곳에는 이런 독특한 무늬도 볼 수 있었다. 하나의 작품이다.
갯벌도 갯벌이지만 모래가 희고 또 고왔다. 사각사각 발이 빠지는 느낌이 기분 좋다.
#5 수정 지도
사실 이젠 할 게 없었다. 올해만 벌써 네 번째이니 갈 곳이 없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기장이 요새 주목을 받고 있긴 하지만 다대포에서 대중교통으로 불쑥 가기엔 힘든지라 남은 시간은 음식을 찾으러 다니기로 한다.
우선은 가수 아이유의 뮤직비디오 촬영지로 유명한 수정에 갔다. 과거에는 정란각이었던 것 같은데 이름이 바뀌었다. 음료는 꽃차, 에이드가 주이며 키오스크로 주문이 이루어진다. 음료는 맛있진 않으나 사진을 남기기에는 좋다. 그렇지만 사진을 목적으로도 굳이 찾아갈 곳은 아니다.
#6 농부핏자 지도
저녁을 먹을 때가 되었다. 우리나라 나폴리 피자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분이 일하고 계신다는 농부핏자에 갔다. 주토피아에서 먹었던 프로슈토 루꼴라 피자를 잊을 수 없어서 갔기 때문에 주문도 당연히 프로슈토 루꼴라로 했다. 도우는 그렇게 쫄깃하진 않았고 형태가 잡혀있다. 슴슴한 토마토소스는 프로슈토의 비린내를 묻어준다. 그렇지만 주토피아 때는 못 느꼈던 비린내를 여기서 느낀 것도 그렇고, 주토피아의 먹었던 프로슈토 크루도가 워낙 인상적이라 여기 피자는 생각보다 맛있진 않았다.
#7 용호동할매팥빙수단팥죽 지도
역시 저녁을 먹은 다음엔 입가심이 있어야 한다. 이전부터 용호동 할매 팥빙수 단팥죽이 궁금했는데 다행히도 서면에 가게가 있었다. 가격이 저렴하면 만듦새는 어느 정도 기대를 놓게 되는데 이건 맛 또한 좋다. 옛날 팥빙수든 단팥죽이든 팥의 단맛은 누르고 구수함을 살렸다. 단팥죽을 싫어하는 일행도 연신 맛있다고 한다. 팥빙수 위에 올려진 과일은 다 먹을 때까지 무엇인지 알지 못했지만, 이 또한 시판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분점도 이럴진대 본점은 과연 어떨지 궁금하다. 하지만 역시 당분간은 부산에 오지 않을 것 같다. 너무 많이 돌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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