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 초콜릿
빈투바에 한창 관심이 있던 때에 Tday 이벤트로 마루 초콜릿을 할인하여 저렴하게 구입했다. 미니 5종 선물세트는 퇴근하니 이미 다 팔리고 없었고, 아쉬운 대로 80g을 구입했다. 제품 설명을 보니 다들 개성적인 맛일 것 같아 거부감이 비교적 적을 것 같은 것을 골랐다. 패키지는 빳빳한 종이에 고유의 패턴이 들어갔다.
스티커를 떼면 바로 전면부가 나온다. 스티커에 있던 마크가 초콜릿에도 새겨져 있다. 두께는 일반 초콜릿의 2배 조금 더 되는데, 그 덕분에 아몬드와 땅콩의 중간 느낌으로 경쾌하게 씹혀 기분이 좋다. 사선으로 새겨진 초콜릿은 보기에는 좋았지만 조금씩 먹으려고 쪼갤 때는 불편하다. 제일 먼저 먹은 동나이(위)는 말로만 듣던 블룸 현상이 살짝 보이는데, 다행히도 벤쩨(아래)와 띠엔장은 깨끗했다.
보통이라면 국가로 차별화를 두는 빈투바 초콜릿이지만, 마루 초콜릿은 지역 단위까지 들어간다. 그리고, 그 지역은 전부 베트남에 있다. 즉, 마루 초콜릿은 베트남의 카카오빈만을 사용하는, 베트남 전용의 빈투바 초콜릿 브랜드인 셈이다.
왼쪽의 노란색 초콜릿은 동나이다. 마루 초콜릿의 제품명은 지역명을 그대로 따왔는데, 동나이는 호치민 북동쪽의 지역이라고 한다. 쇼핑몰에서는 가장 부드러우며 마치 계피가 들어간 듯한 풍미라고 하지만,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크리미하고 달콤새콤한 맛이 특징이라고 한다. 하나의 제품인데도 설명이 미묘하게 달라 뭘 참고로 해야 할지 모르겠다. (출처 : 아시아 공정무역 네트워크 쇼핑몰, 공식 홈페이지) 알아가는 입장인지라 제품 설명과 경험을 대조해가야 하는데 말이다. 균형 잡힌 부드러운 맛에 신맛이 살짝 나는 동나이에서는, 쇼핑몰에 적힌 계피 향은 느껴지지 않았다. 먹으며 간간히 나는 쏘는 듯한 신맛이 계피를 일컫는가 싶다.
중간에 있는 연두색 초콜릿은 벤쩨다. 특징을 최대한 억누른, 내 안의 표준적인 다크 초콜릿에 제일 가까운 맛이다. 쇼핑몰과 홈페이지 모두에 과일 향이 표기되어 있는데, 그보다는 쓴맛이 뾰족할 만큼 강렬하다. 쓴맛은 뒷맛이 깔끔해서 좋아하는데, 이건 뾰족할 만큼 강렬한 쓴맛 때문인지 마무리가 거칠다.
오른쪽의 남색 초콜릿은 띠엔장으로, 개중 가장 개성적이다. 쇼핑몰에서는 한국인 입맛에 가장 잘 맞을 거라고 되어 있는데 적어도 나에게는 아니다. 과일의 달콤함, 톡 쏘는 새콤함, 훈연 향도 살짝 느껴지는 맛이라 진입장벽이 있을 듯하다.
마루 초콜릿은 다양한 나라까지 갈 필요 없이, 자국 내 지역의 특수성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다양한 초콜릿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증명과 같다. 제품 설명은 판촉을 위해 어느 정도 부풀린 것도 있을 것이라 구매하면서도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실제로는 각 초콜릿 간 차이가 생각보다 더 뚜렷했다. 다만 이번에 구입한 초콜릿 모두에 과일 맛(새콤한 맛)이 어느 정도 있기 때문에, 신맛을 꺼려한다면 마루 초콜릿은 신중히 골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