쯔란
2020.8.│지도
언젠가 가고 싶었던 쯔란. 검색하면 양고기만 나오길래 향신료인가 싶었지만 - 그리고 실제로도 향신료였지만 - 이 가게의 쯔란은 자연(自然)의 중국어 발음이라고 한다. 가게는 부부가 운영하고 계셨는데, 그중 여성분께서 가게에 매우 자부심이 넘치셨다. 시골의 정형화된 이미지에서 자주 등장하는 붙임성 많은 사람의 인상이다. 과하다면 물론 오지랖이겠지만 다행히도 그렇지는 않다.
내부는 중국 음식점에서 연상하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깔끔하다. 4인용 대리석 식탁이 늘어서 있고, 입구에는 손 소독제가 비치돼 있다. 식탁 한쪽에는 서랍이 달려있었지만,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서 수저는 따로 제공한다. 한식집에서 보았던 수저 싸개(?)다. 실로 오랜만이다. 앞접시도 사람 수만큼 주신다.
중국에서 흔히들 먹는다고 하는 토마토 계란 볶음. 말 그대로 토마토와 계란이 들어간 음식인데도 가격이 15000원이라 조금은 부담스럽다. 그렇지만 집에서 해 먹었을 때 이게 맞나 의구심이 들 정도라 실제 음식은 어떤지 꼭 경험해보고 싶었다. 일단은 진득하다. 신기해서 일행에게 이야기했더니 원래 토마토 계란 볶음은 전분을 넣어 진득하게 하는 거라 한다. 내가 몰랐던 거다. 다음으로 느껴지는 건 불맛이다. 마치 조미료처럼 자꾸 수저를 들게 한다.
말간 색의 튀김옷이 인상적인 꿔바로우는 깨끗한 기름을 썼다는 증거다. 부탁하지 않았는데도 선뜻 꿔바로우를 잘라주시는 주인분께서는 꿔바로우에 생고기를 쓴다며 자부심을 내비치신다. 과연 고기가 질기지 않고 일식 돈가스처럼 쉽게 씹힌다. 소스는 카레 보트에 담아 주신다. 메뉴판에 의하면 소스는 간 과일과 양조간장을 넣어 숙성시킨 거라고 하지만, 막상 먹으면 춘장을 넣은 것처럼 된장 맛이 살짝 나 독특하다.
튀김옷은 전분을 입혀 튀긴 것처럼 부드럽게 바삭하다. 그런데 소스를 찍어 입에 넣자니 쫀득함이 자꾸 느껴진다. 뭔가 싶어 자세히 살펴보니 튀김옷과 고기 사이에 투명하면서도 진득한 무엇인가가 보인다. 처음엔 기름층인 줄 알았는데 찹쌀풀과 같은 느낌이다. 이 느낌이 신기해서 자꾸 먹게 된다.
먹물 짜장면은 캐러멜 소스를 넣지 않아 물 탄 검은색을 띄고 있으며, 단맛도 덜하다. 밀가루와 쌀가루를 섞었다는 면은 쫄깃하진 않지만, 탄력은 있다. 기름칠이 잘 된 야채는 입안에서 자꾸 굴리고 싶을 정도다.
나머지 음식들이 좋았던 탓인지, 짬뽕은 너무 평범했다. 역시 짬뽕은 아직까진 진흥반점의 것이 제일이다.
좋은 재료, 음식에 대한 사랑만큼이나 긴 설명이 적힌 메뉴판, 역시나 열정적인 주인 부부, 이 모두를 담는 깔끔한 가게. 한 번만 가보기엔 아쉬운 곳이다. 아직 못 먹은 음식이 있어 종종 가고 싶은 가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