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거서 보까
2021.2.│지도
범어동에 가면서 종종 본 경양식 카페. 상호가 구수한 사투리로 되어 있어 괜히 가고 싶었다. 그렇지만 가게가 지하에 있는 탓에 안이 어떤지 볼 수가 없어 가기까지는 꽤 용기가 필요했다.
내부는 식사를 위한 공간과 카페를 위한 공간이 직선으로 연결되어 있고 두 개의 입구는 이들 중 어디를 먼저 가는지의 차이만 있다. 하지만 방문했을 때는 직원이 식사를 위한 공간 쪽에만 계셔서 가게가 닫은 줄로만 알았다. 안쪽에는 영업시간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라고 적혀있었다. 잘못하면 허탕 칠 뻔했는데 참 다행이다.
가게의 가장 큰 특징은 수익금이 60세 이상 어르신들의 일자리 창출에 쓰인다는 거다. 이 가게 또한 일하시는 분들이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었다. 그러나 나이가 있으시다고 해서 특별히 더 인정이 많고 친절한 건 아니다. 불친절하지는 않았지만, 무뚝뚝했다.
봄기운이 엿보이기 시작하는 시기였지만 여전히 날은 추웠다. 지하라 추위는 더했다. 같은 지하상가인 하르동도 이래서 겨울엔 안 간다. 거기다가 가게도 난방에 무관심한 듯 보였다. 외투를 벗을 수 없었다.
움직이면 조금 나을까 싶어 셀프바로 갔다. 가짓수가 많진 않지만, 찬이 다들 무난하다. 계란도 구워 먹을 수 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니 음식이 나오기 시작한다. 오므라이스는 미역국을, 돈가스는 수프를 준다. 수프는 그 회사의 옥수수 수프 맛이며, 미역국은 맑고 가볍다.
남이 해 주는 음식은 역시 맛있다. 계란이 제법 두꺼웠다.
소스에 월계수 잎이 있는 걸 보니 시판 제품을 그대로 사용하지는 않는 듯하다. 그 탓인지는 몰라도 소스가 적다. 고기는 두께가 적당한데 억세서 먹기 불편하다. 같이 시킨 고구마돈까스는 고기는 적지만 고구마와 치즈가 있어 부드러우니 훨씬 낫다. 전체적으로 무난한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