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거나 씁쓸하거나
작성일
2021. 4. 11. 21:49
작성자
달콤 씁쓸

갈리나데이지

2021.3.지도

안비고등어 파스타 밀키트(20000원)

 사진에 나온 안비고등어 파스타 밀키트 외에도 바질페스토 파스타, 어란 파스타 밀키트를 각 1개씩 샀다. 가격도 고등어 파스타와 마찬가지로 각 20000원이다. 순서대로 조리하면 가게에서 먹던 그 맛을 재현해낼 수 있다는 게 밀키트의 취지겠지만 실제 그럴 가능성은 작다. 그런데도 이 가게의 밀키트 가격은 비싸다. 하물며 2인분도 아니다. 맛이라도 좋으면 모르겠는데 바질페스토 파스타 외에는 실망스럽다. 2017 미쉐린 가이드에 수록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큰맘 먹고 주문했는데, 역시 음식은 직접 먹는 게 제일 좋다는 결론만 났다. 

 바질페스토 파스타를 먹을 때까지만 해도 돈값을 한단 생각을 했다. 면이 통통하면서 탄력이 있지만, 살짝 단단해 씹는 맛이 있었다. 다양한 식감이 공존하는 면이었다. 면에도 공을 들이셨구나 싶어 감탄스러웠다. (가스트로파체에서 먹은 파스타가 이 식감에 가장 근접하다. 갈리나데이지에서는 대부분의 파스타에 라 파브리카면을 사용한다고 하는데, 밀키트에도 사용됐을지는 모르겠다) 바질페스토 또한 바질과 잣을 성기게 갈아 면과 마찬가지로 씹는 즐거움을 더했다. 크림은 넣기 전엔 조금 망설여졌지만 졸여서 페스토와 붙여버리니 윤기가 돌고 풍미도 훨씬 좋아졌다. 

 그렇지만 안비고등어 파스타와 어란 파스타는 별로였다. 면은 바질페스토의 것보다 가늘다. 조리 시간을 지켜 삶았음에도 바질페스토 파스타 때와는 달리 면은 한참 덜 익었다. 오일 소스는 둘이 동일해 보였는데, 졸여서 면에 붙여도 큰 맛이 나지 않았으며 전적으로 곁들이는 재료의 맛으로 먹는 파스타란 인상을 받았다. 밋밋한 면을 고등어와 케이퍼, 올리브의 맛으로 메꾸고 있자니 쌀밥에 김치 얹어 먹는 것도 아니고 뭔가 싶다. 어란 파스타는 크기가 원체 작아 그 정도까진 아니었지만, 너무 비려 안 그래도 약한 오일 파스타의 향을 다 죽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