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마할 인 코리아
2021.5.│지도
가게 안에 관련 조형물이나 의류가 많았는데 - 의류의 경우에는 체험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 코로나 때문에 구경도 못 하고 곧장 창가에 붙어있는 좌석 중 하나에 가서 앉았다.
중간에 원형 좌석도 있지만 다들 벽으로 구분된 창가 좌석에 안내받는 듯했다. 창을 열면 더 좋았을 텐데 꽁꽁 막혀 있다.
메뉴가 정말 많다. 고심해서 골라 주문을 했더니 사장님(으로 보이는 분)께서 가게에 처음이시냐고 물으신다. 그러면서 고른 음식들은 모두 호불호가 갈린다며, 초심자용 메뉴를 추천받았다. 다른 나라의 음식이라면 모를까, 도쿄에서 간 인도 음식점에서 호되게 당한 적이 있어서 군말 없이 추천해주는 메뉴로 바꾸었다. 또, 고수를 먹는지 물어보시더니 향신료를 인도처럼 강하게 할지, 아니면 한국인 입에 맞게 연하게 할지도 맞춰주신다.
음식은 거의 동시에 나왔고, 사장님께서 난으로 커리 먹는 법을 알려주셨다. 얼마나 이 말을 하신 건지 모를 만큼 버벅임도 없이 유창하게, 그러나 빠른 속도로 말씀하신다. 마치 관광 안내원과 같았다. 요는 많은 인도 음식점이 사실은 네팔 요리사를 기용하고 있어 정통 인도 음식이라 하기는 어려우며, 난은 커리에 찍어 먹는 게 아니라 접시에 덜어낸 커리를 손으로 찢은 난으로 싸서(손을 오므리는 형태를 생각하면 된다) 먹어야 한다는 거였다. 그렇지만 난에 기름이 있기 때문에 끝까지 이렇게 먹긴 힘들었다.
커리는 모두 밥그릇보다는 작은 그릇에 담겨 나오며, 아래에는 초가 있어 식사를 마칠 때까지 따뜻하게 먹을 수 있다. 또, 두 커리 모두 물을 넣지 않고 양파의 채수만 이용했다니 새삼 음식이 신비롭게 보인다.
프라운 마살라는 '마살라'라는 혼합 향신료가 들어간 새우 커리로, 토마토가 들어갔다고는 하지만 조금은 맵다.
한편 버터 치킨은 마크니 소스가 기본으로, 버터가 들어가 부드러운 맛을 낸다. 위에 희게 보이는 요거트도 있어 새콤달콤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이것만 먹기에는 조금 심심하고 또 질리는 게 있는데, 사장님 추천대로 프라운 마살라랑 섞으니 또 새롭게 맛있다. 두 개를 묶어 추천해 주신 이유가 있었다.
버터 난, 갈릭 난, 플레인 난이 각 3개씩 들어가 있는 난 바스켓이다. 드라이 이스트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하며 나온 뒤 금방 먹어야지 시간이 지나면 식고 질겨서 처음보다는 훨씬 맛이 없으니 주의해야 한다. 사장님께서는 난을 가져다주시며 이 또한 본 가게가 정통 방식으로 굽는다고 말씀하셨는데, 갈릭 난이나 버터 난 같은 경우는 개량된 조리법일지는 몰라도 지금은 사라진 커리킹의 것이 훨씬 맛있었다. 타지마할 인 코리아의 경우에는 플레인 난이 가장 맛있었다. 나머지는 큰 특색이 없다.
솔직히 난으로만 커리를 먹기에는 난의 양이 적어 몇 번이나 주문해도 모자랄 거다. 다행히도 메뉴판에 한국 밥이 있었다. 어찌나 감사한지. 인도 밥도 있었지만, 폴폴 날려서 영 맞지 않는다. 양은 국밥집에서 내오는 밥 한 공기보다 조금 적은 정도로 적당히 고슬고슬하다.
라즈굴라가 궁금해 시켜보려고 했지만 실패할까 무서워서 사장님에게 물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반대하셨다. 유튜버들이 먹어서 유명해지긴 했지만,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얼린 백설기를 설탕물에 담근 맛이라고 하신다. 어떤 맛일지 금방 예상이 가서 다행히 포기하고 대신 쑨 빠쁘리 위드 아이스크림을 시켰다. 위에 가루처럼 되어 있는 게 쑨 빠쁘리로, 전국에서 여기밖에 팔지 않는다고 한다. 원래는 사각형 모양인데, 이걸 가루로 내어 아이스크림을 곁들이니 더 맛있어서 만들어진 메뉴라 한다. 쑨 빠쁘리는 카더멈이라는 향신료 외에 여러 가지를 섞어 만든다고 하시는데, 먹어보니 생강 맛이 난다. 입에 들어가면 아이스크림처럼 금방 사르르 녹는 게 실타래와도 닮았다. 사실 생강은 좋아하지는 않지만 강하지 않으니 개운해서 좋다. 제법 괜찮은 음식인데도 현지에서는 그리 많이 먹지는 않는다니 역시 입맛은 나라마다 다른가 보다.
인도 전통 밀크티 짜이. 정말, 진한 밀크티를 하는 곳을 찾기가 어려운데 이렇게 또 만나게 되었다. 아쌈 계열의 씁쓸한 맛이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