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거나 씁쓸하거나
작성일
2021. 10. 23. 21:28
작성자
달콤 씁쓸

대관령황태탕

2021.8.지도

 대로에서 꺾어 쪽문으로 들어가면 나오는 가게. 보통 문보다 살짝 작은 게, 마치 직원용 문 같아서 문을 열기 망설여졌다. 가게는 작고 또 낡았다. 이제는 박물관에 있어야 할 것 같은 브라운관 텔레비전이 있다.  

 좌석은 입식도 있고 좌식도 있으니 골라 앉으면 된다. 화이트보드에 힘 있는 손글씨로 적힌 메뉴가 인상적이다. 멋있어서 몇 번이나 다시 보게 된다. 음식은 황태 탕으로 수렴되지만 여러 형태로 변주되어 어떤 걸 고를지 고민된다.  

세트 메뉴 2번: 황태 탕 + 양념구이 + 명태회(15000원)

 찬은 간소하다. 세트 메뉴를 시켰으니 이 정도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고추 된장 무침, 검은콩 자반, 무말랭이가 끝이었을 거다. 무말랭이는 직접 말렸는지는 몰라도 무가 오독오독할 만큼 꼬들꼬들하진 않다. 

양념구이

 색이 참 빨갛다. 식욕을 돋우지만 동시에 매울 것 같아 걱정했다. 그렇지만 간장양념에 참기름을 끼얹은 맛이다. 

명태회

 날생선이 아니라 삭힌 회가 나왔다. 조선 시대의 느릿느릿한 수송이 삭힌 회를 만들어냈다고 사장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낯설지만 쫄깃하고 새콤하다. 삭히는 과정은 쿰쿰함으로 드러난다. 

황태 탕

 한참을 팔팔 끓다 겨우 잠잠해진 황태 탕은 연노랑 빛 국물에 고소한 냄새가 진동한다. 급해지는 마음에 신나게 한입 먹으니 겉모습과 달리 여전히 뜨거워 입천장이 헐었다. 뚝배기 채로 먹으려고 부단히 노력했지만, 국은 빨리 식지 않았고 결국은 내어주신 그릇에 덜어 먹을 수밖에 없었다. 국물은 뽀얗고 또 고소하다. 감칠맛은 기가 막힌다. 이게 2단계라니, 과연 4단계는 어떤 경지일지 궁금해진다. 

 식기는 낡았다. 밥그릇은 낡아 광택이 사라졌다. 가게는 단정하기에 지저분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지만, 그래도 너무 오래된 건 조금 바꿔줬으면 싶다.

더덕 무침

 신나게 먹으니 사장님께서 더덕 무침도 가져다주셨다. 명태회랑 거의 같은 모양새인데, 맛도 거의 비슷했다. 21일간 숙성하였다고 하시며, 새콤하고 또 부드럽다. 생각지도 못한 운에 감사하다. 

 포장도 되지만, 집에서 먹으니 이상하게도 가게의 그 맛이 나질 않는다. 역시 음식은 직접 가서 먹는 게 제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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