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거나 씁쓸하거나
작성일
2022. 2. 12. 21:45
작성자
달콤 씁쓸

더키친노이

2021.9.지도

 아파트로 숨 막히게 둘러싸인 곳에, 마치 보도블럭에 핀 잡초처럼 겨우 숨을 쉬고 있는 가게의 집합이 있다. 더 키친노이도 그중 하나다. 

식전 빵과 그리시니

 식전 빵은 인원수대로 나온다. 빵에서는 증편에서 맡을 수 있는 알코올 향이 약간 나며 쫄깃하다. 

당근 수프

 색만 보면 영락없는 단호박 수프인데 당근 수프다. 알갱이라고 느껴질 만한 게 하나도 없어 부드럽다. 허브와 크루통은 푹 조리되어 입에서 살살 바스러지니 이보다 행복할 수 없다. 

인살라타 디 감베리(17000원)

 수박, 포칭한 새우, 루꼴라, 양상추, 적양배추, 무순, 양파, 발사믹, 케이퍼, 겨자씨, 치즈가 들어갔다. 음식 설명에는 새우가 포칭되어 있다길래 무슨 뜻인지 몰랐는데 살짝 익힌 새우였다. 날것처럼 촉촉하고 부드러운데 그렇다고 흐물거리지는 않는다. 

보타르가(22000원)

 어란의 비릿한 향이 강렬하다. 소스는 부드러운 우유-버터 맛이다. 면은 푹 퍼지진 않았지만, 라면과 비슷한 느낌으로 삶아졌으며, 건조했다. 접시 바닥과 이에 끈적하게 달라붙는 게 있는데 어란인 듯하다. 삐에뜨라의 보타르가를 생각했지만, 삐에뜨라가 훨씬 내 입맛에 맞다.  

포르치니 에 타르투포(22000원)

 포르치니 버섯과 표고버섯, 트러플 오일이 한데 모였다. 강렬한 향들이 서로 섞여 특정한 버섯의 향이 두드러지진 않는다. 맛은 조금 짭조름하다. 

뇨끼 에 타르투포(20000원)

 더 키친노이 후기에서 거의 빠지지 않던 뇨끼. 가스트로락의 구운 감자 향이 진한, 찰떡같은 뇨끼를 좋아하지만 더 키친노이의 뇨끼는 다른 느낌으로 맛있다. 금방 먹었을 땐 풀빵과 같은 느낌이고, 식으면 아주 곱게 간 감자옹심이와 같다. 소스는 사진상으로는 많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작하며 살짝 짜다. 

후식

 코코넛 아이스크림에 땅콩 사브레와 슈가 파우더, 라즈베리 퓨레 같은 걸 곁들였다. 단품을 시켜도 코스처럼 마무리까지 확실하게 나오니 아주 만족스럽다. 같이 내어준 차도 바로 마셔도 될 정도로 적당히 따뜻하다. 위치가 아쉽긴 하지만 대구박물관에 가는 김에 들르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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