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정취, 카와고에
2021.12.
한 나라의 분위기라는 건 비단 과거에서만 찾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요즈음은 세계화 및 국제화에 따라 대도시의 경우 풍경이 우리나라와 별반 차이가 없다. 그래서 더욱 옛날 정취를 찾아 떠나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경주나 전주한옥마을 등이 그런 곳이라면, 일본이라면 역시 관서 지방(대략 오사카부, 교토부, 나라현, 효고현 일대)에 있는 교토가 제일 유명하다. 그렇지만 첫 여행지가 관서 지방이 아니라 관동 지방(대략 도쿄도, 치바현, 카나가와현, 사이타마현 일대)이라면, 교토 대신 사이타마현에 있는 카와고에에 가는 것도 한 방법이다. 서울에 여행 가서 인사동이나 북촌 한옥마을을 가는 것처럼 말이다.
처음이라면 온통 나무로 되어 있어 오래되었지만 차분한 느낌을 주는 상점 거리를 거닐며, 커다란 종탑도 구경하고, 힘들면 고구마로 만든 온갖 먹거리를 입에 물고, 과자 골목에서 과자 좀 사고 돌아가는 게 보통이다. 그렇지만 카와고에는 이번이 두 번째이기 때문에 똑같이 구경하는 건 재미가 없다.
이번엔 간장 공장 견학부터 시작했다. 장소는 마츠모토 쇼유(일본 간장)라는 곳으로, 주말 특정 시간에 무료로 견학이 가능하다. 문 위에는 양조장에서 본, 햇술이 만들어졌음을 알리는 '사카바야시(酒林)'가 걸려있다. 여긴 간장 공장인데 싶어 의아했지만, 같은 공간에서 술(카가미야마)도 빚고 있어 그런 거였다.
내부는 양조장과 마찬가지로 축축하다. 간장의 짠 냄새는 마스크를 끼고 있어도 맡을 수 있을 정도다. 간장을 만드는 창고도, 통도 옛것 그대로다. 간장에는 균이 필수적인데, 마츠모토 쇼유는 창고에서 부유하는 균을 활용하기 위해 일부러 뚜껑을 덮지 않고 있다. 사진의 거무칙칙하며 진득한 덩어리를 짜내면 간장이 되는데, 그렇게 짜낸 간장에 다시 균을 넣어 발표시키는 간장도 있다 한다. 이렇게 하면 감칠맛도 더해진다고 한다.
내부는 못을 사용하지 않고 짜 맞춘 형태다. 흔들거리는 기둥은 엉성해 보이지만, 지진에 강하다고 한다. 견학은 20분 정도였다.
처음 내렸던 혼카와고에역에서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지만, 히카와 신사에도 들렀다. 신사든 절이든, 처음 일본에 여행 갔을 땐 주야장천 갔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심드렁해져서 발길을 끊었던지라 꽤 오랜만이다.
신사에는 뜬금없이 생선 '도미'가 있다. 다른 곳에선 볼 수 없는, 도미 모양의 운세 제비(오미쿠지)도 있다. 제비를 뽑을 때는 낚싯대를 사용하니 모양부터 뽑기까지 전 과정이 재미있다. 가격도 조금 더 비싸다.
도미는 일본어로 타이(鯛)라고 읽고, 분홍 도미에 둘린 띠를 읽으면 아이타이(あい鯛)인데, 이걸 같은 음의 '보고 싶다'란 뜻으로도 읽을 수도 있고, '사랑의 도미'라는 뜻으로도 읽을 수 있다. 아무래도 인연을 맺어준다는 신을 모시는 곳이라 그런 듯하다. 이외에도 부부관계 및 가족관계 원만의 신도 모시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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