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거나 씁쓸하거나
작성일
2022. 4. 7. 23:35
작성자
달콤 씁쓸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

2021.12.


 봄에는 꽃이 있고, 여름은 푸르고, 가을은 청량하다. 그러나 겨울은 다른 계절에 비해 내세울 게 없다. 그래서 색색깔의 조명으로 자신을 치장한다. 추운 게 싫지만, 일루미네이션은 보고 싶었다. 찾아보니 에비스의 가든 플레이스라는 곳이 있었다. 무작정 떠났다. 요요기하치만에서부터 거리 구경을 하며 내려가면 되겠지 싶었는데, 생각보다 힘들었다. 날씨가 좋지 않았던 데다가, 아무리 구글 지도가 있다고는 하지만 우리나라보다 해가 빨리 져서 주위 파악이 힘들어서였다.

 지도는 최적의 경로만 알려주지만,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로 다니는 게 때로는 더 편할 때도 있다. 지도를 보고 선로만 따라 걸으면 되겠거니 했는데 어째 사람도 없고 적막하다. 시부야역 근처엔 공사를 하고 있었고, 당시 날씨도 좋지 않아서 그랬겠지만, 그래도 정말 사람이 없었다. 분명 신주쿠에서 에비스까지는 번화가일 텐데 말이다. 아무래도 길을 잘못 택한 것 같다. 초행길은 힘들다. 

 드디어 왔구나, 달성감에 마음이 부푸는 느낌이 좋다. 별처럼 빛나는 전등을 휘휘 두른 동그란 나무가 줄지은 광장. 널찍한 공간에 마음마저 시원하다. 목적한 샹들리에는 광장에서 이어진 완만한 내리막 끝에 있는데, 이 내리막 또한 양쪽에 가로수가 있어 마치 꿈속을 걷는 것만 같다.  

 샹들리에는 크기도 크기지만 중간중간에 색도 바뀌어 지루할 틈이 없다. 그렇지만 근방의 일루미네이션이라고 할 만한 게 이것뿐이라는 게 아쉽다. 만약 여행 목적으로 여길 들른다면 글쎄, 에비스 맥주 박물관에라도 들르지 않는 이상 굳이 거쳐 갈 필요가 있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