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히로 미술관
2021.12.
'창가의 토토'의 삽화를 그린 일러스트레이터 이와사키 치히로의 미술관이다. 전시는 그녀의 인생을 더듬어 시간순으로 구성되었으며, 그림은 수채화의 투명함을 한껏 살린 덕에 현재 한창인 벚꽃만큼이나 하늘하늘하다. 그러나 그림이 으레 그렇듯이 세월의 영향을 안 받을 수는 없다. 그래서 치히로 미술관은 시간으로부터 작품의 색조와 질감을 보존하는 기술 '피에조 그래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디지털 아카이브 작업을 진행하고 있고(출처: 치히로 미술관), 공간 한쪽에 그 결과물인 복제본도 전시하고 있다.
그 밖에 이와사키 치히로가 삽화를 그린 책을 읽을 수 있는 도서관도 있다. 도서관 구석에서는 방명록을 작성할 수 있는데, 다 작성하면 묶어서 책으로 만든다. 책이 된 방명록은, 방명록 작성 공간 바로 옆에 있는 책장으로 간다. 도서관 0번 서가 '총류'에 빼곡히 꽂힌 백과사전만큼이나 오래된 연식과 두께의 방명록 묶음은, 도쿄에 있다고는 하지만 외진 곳에 있는 이 공간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다녀가고 또 방명록을 썼는지 깨닫게 한다.
입장료는 1000엔이라는, 조금 멈칫하게 되는 가격이다. 외국인은 설문지를 작성하면 종이로 된 책갈피도 준다.
식사는 근처에 있는 쇼타로 우동에서 했다. 문을 여니 사람이 가득한데 가림막도 없다. 바깥에서 가게 안을 볼 수도 없고 이미 들어온지라 자리에 앉았다. 안은 주방이 식사 공간으로 조금 돌출되고, 좌석은 주방을 중심으로 ㄷ자로 둘러싼 흔한 일본 가게 구조를 하고 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식사를 받아들 때쯤엔 다른 사람들의 식사가 끝나 많이들 밖으로 나갔고, 조금은 안심하며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가장 특징적인 건 마치 가게에서처럼 얇게 밀지 못해 들쭉날쭉한 굵기가 되어버린 가정 칼국수와도 같은 모양의 우동면이다. 구글 리뷰를 보니 이런 면의 우동을 가리켜 '무사시노 우동'이라고 한다고 한다. 면은 딱딱하진 않지만 단단해서 꼭꼭 씹어야 한다. 게다가 길기도 하여 나이 든 사람은 식사하기 어렵겠다 싶다.
라멘에서 츠케멘이 있는 것처럼, 우동 또한 찍어 먹는 종류가 있다는 걸 여기서 처음 알았다. 기본 메뉴는 500엔으로 너무 저렴해서, 고기를 곁들인 메뉴를 선택했다. 하지만 그래봤자 750엔이라, 고기가 푸짐하지 않은 건 너무나 당연했다. 찍어 먹는 면은, 특이하긴 하지만 여전히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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