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거나 씁쓸하거나
작성일
2022. 4. 21. 21:26
작성자
달콤 씁쓸

이슬람 사원 '도쿄 자미'

2021.12.


서점
(아마도) 강당
경전 '쿠란'
도서관

 도쿄 자미는 시부야구(区)에 있는 요요기우에하라 역 근처에 있는 이슬람 예배당이다. (자미(camii)라는 단어가 터키어로 이슬람 예배당인 모스크를 일컫는다) 종교시설 외에도 터키 문화 센터도 겸하고 있어 상점, 서점, 식료품점, 강당 등도 있다.  

 건물 2층으로 올라가면 예배당이 있다. 들어갈 때 신발을 벗어야 하며, 여성은 여기에다 입구 근처에 비치된 히잡도 써야 한다. 불편하지만 여성은 2층 예배당에도 올라갈 수 있으니 일장일단이 있다 싶다.

 예배당은 고유의 색 조합에 의한 장식과 글자를 몰라서 더욱 그림 같았던 아랍문자로 빼곡하다. 그렇지만 예배 때가 아니라 그런지 실내는 조금 어둑어둑하고, 색유리 사이로 비치는 빛에만 그 화려함이 돋보인다.  

 종교시설의 엄숙함을 벗어나 마지막으로 식료품을 사보려고 하니, 하필 정오가 되어 예배를 한다. 실내는 하나둘씩 불이 꺼지고, 종교인이 아닌 방문객들과 함께 1층의 대기실과 비슷한 공간에서 시간을 때워야 했다. 그런데 뒷문 쪽으로 가니 우리나라의 종교 홍보물도 있는데, 안타깝게도 사이비 홍보물이다. 

쵸리빵(790엔)

 식사는 도쿄 자미가 접한 큰길을 따라 걸으면 있는 미 초리빵(mi choripan: 스페인어로 나의 초리빵이라는 뜻)에서 했다. 상호대로 직접 만든 초리조로 만든 초리빵을 파는 곳이다. 초리빵은 빵에 소시지 '초리조'와 기타 재료를 넣어 먹는 아르헨티나의 대표 음식으로, 대충 미국식 핫도그와 비슷한 음식이라 생각하면 된다. 

 가게에 들어가면 초리조를 굽는 뿌연 연기가 시야를 조금 흐려 답답하게 느껴진다. 주방이 열려있어서 초리조를 구운 연기가 그대로 가게로 흘러들어온다. 물론 환풍기는 제 역할을 다하고 있지만 연기의 양이 환풍기의 능력보다 많아 보였다. 옷에 냄새가 배기도 쉬워 보였다. 그래서 식사하고 난 자리를 종업원이 꼼꼼하게 닦고, 자리에 앉으면 물티슈를 줘도 깔끔하다는 느낌이 들진 않는다. 여기에다 요리사는 무슨 자신감인지 열린 주방 속에서 자꾸만 내려가는 마스크를 딱히 올리려고 하지도 않는다. 음식을 받기 전부터 다시 오고 싶은 마음이 싹 날아갔다. 

 주문한 건 빵에 초리조, 지미추리소스, 케첩, 마요네즈, 머스타드를 넣은 초리빵이다. 대표 음식일 줄 알고 시켰는데,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채소까지 넣은 살사 초리빵이나 스페셜 초리빵을 먹고 있었다. 야채가 없어도 소시지니까 맛은 있겠지, 싶었는데 한입 먹자마자 강한 향신료가 음식을 내려놓게 만든다. 다 먹긴 했지만, 맛을 내는 방법조차 나와는 맞지 않았다.

빈투바 초콜릿 파르페(1650엔)
핫초콜릿

 낯선 향신료를 단맛으로 덧쓰기 위해 빈투바 초콜릿 가게 미니멀에 왔다. 카카오 여행이라는 이름이 붙은 빈투바 초콜릿 파르페는 가나의 익숙한 풍미의 초콜릿, 베트남의 베리 풍미 초콜릿, 콜롬비아의 포도 풍미 초콜릿, 하이티의 견과류 풍미 초콜릿을 다양한 형태로 재구성하여 쌓아 올린 디저트다. 파르페와 함께 제공된 종이에는 어떤 부분에 어떤 카카오를 사용했는지에 관한 정보가 있어 풍미를 의식하면서 먹을 수 있다.

 파르페는 전체적으로 개운하고 향기롭다. 그렇지만 독특한 풍미를 살린 빈투바를 사용했다고 해서 가공물이 반드시 빈투바의 풍미를 띠는 건 아니었다. 뾰족하게 구워진 머랭은 부드러웠지만, 사용된 베트남 카카오의 베리 풍미는 미미했다. 아래층에 있던 아이스크림에는 하이티의 견과류 풍미의 초콜릿이 사용되었지만, 다른 초콜릿의 간섭 때문인지 견과류 풍미보다는 향신료의 짜릿한 맛이 난다.

 찬 파르페를 먹은 후엔 핫 초콜릿을 마셨다. 지난번에 초콜릿을 사고 받은 쿠폰을 사용했다. 파르페를 먹을 때도 그랬지만 핫 초콜릿에서도 미니멀의 특징인 입자가 살아있다. 

패션 및 미용 전문 대학 '도쿄 모드 학원'

 잘 먹었으니 소화를 겸해 신주쿠역까지의 조금 긴 길을 걸었다. 오다큐 백화점에서 '아르누보의 꽃 알폰스 무하' 전을 한다고 해서 욕심을 냈다.

 전시회는 백화점 11층에서 했다. 제대로 된 미술관이 아니라 엄숙한 느낌은 다소 떨어진다. 그렇지만 알폰스 무하가 많은 사람에게 다가가기 쉬운 그림을 목표로 했다니, 접근하기 쉬운 장소에 전시된 지금이 오히려 자연스러울지도 모르겠다. 

 매체를 가리지 않고 작업했는지, 그의 작품 중 일부만 전시하는 것일 텐데도 수가 상당했다. 알폰스 무하라고 하면 위와 같은 아름답고 장식적인 화풍을 떠올리지만, 조국을 위해 이것저것 힘쓰는 민족주의적 성향을 띠기 시작하는 후반에는 이러한 화풍도 다소 바뀐다. 전시 말미에는 다른 아르누보 화가의 작품들도 있긴 했지만 정말 한 줌뿐이었다. 

바클라바(950엔)

 돌아와서는 낮에 산 바클라바를 먹었는데, 겹겹의 페이스트리가 달콤한 시럽에 푹 적셔져 촉촉하다. 단건 말할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