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카무라 '핀란드 디자인' 전
2022.1.
시부야구에 있는 복합문화시설 분카무라. 미술관은 지하에 있었는데, 입구에 가까이 가니 휴대폰이 먹통이 된다. 천장이 닫힌 것도 아닌데 말이다. 아무리 저가 통신사를 써도 그렇지, 황당하기 그지없다.
거주 공간에 놓는 것이 요원하기에, 전시장에서 보는 소품들은 더욱 새롭게 그리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그렇지만 단지 아름다움에 머물지 않고 실용성까지 겸비하고 있다는 게 특히나 마음에 들었다. 대중들도 향유할 수 있는 보편적인 아름다움을 위하여란 목적의식은 작년 알폰스 무하 전을 떠올리게 한다. 이는 환자의 건강을 고려하여 탄생한 알바 알토의 팔걸이의자 '41 파이미오'에서 크게 느꼈다. 다만 내부는 촬영이 일절 불가하여, 감동을 투사할 대상은 없어지고 기념품 판매 공간에 조성된 기념사진 코너만 쓸쓸히 찍을 뿐이다.
그렇지만 기념품 판매 공간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전시장과 바로 연결된 탓에 끝으로 갈수록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 작품 감상에 방해가 된다.
늦은 점심은 분카무라(시부야역 서쪽)와는 정 반대 방향에 있는 오마카세테이에서 했다. 지하에 있는 경양식 가게인데, 점심 기준으로 가성비가 뛰어나다. 식사 하나에 위에 있는 사진이 전부 딸려 나온다. 그 때문인지 늦은 점심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람으로 붐볐다. 그렇지만 음식은 오래 기다리지 않고 나온다.
식사인 일본풍 오믈렛 라이스는 살짝 덜 익힌 계란 위에 간장을 끼얹은 밥인데, 밥을 한번 볶았는지 아니면 버터를 넣었는지 윤기가 돌아 더욱 맛있다. 식사만큼 디저트도 맛있었는데, 오마카세(お任せ;맡김)라는 일본어 뜻처럼 디저트도 무작위로 받아야 한다는 점이 재미있다. 그렇다고 비슷한 시간대에 식사하는 모든 이가 같은 디저트를 먹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어떤 곳에는 타르트 타탕이, 또 다른 곳에는 푸딩이 나가고 있었다. 그에 비해 내가 받아든 건 상대적으로 수수한 모양의 티라미수였다. 이미 알고 있는 디저트라 아쉬웠지만, 크기도 만족스럽고 맛도 카페에서 팔아도 될 정도라 맛있게 먹었다.
서빙하시는 분은 할아버지셨는데, 그 때문인지 나이 드신 분 특유의 반존대 말투를 쓴다. 혼자 식사하는지라 말할 일도 없었는데 외국인인 건 어떻게 아셨는지, 대뜸 어느 나라 출신인지 물으신다. 한국이라고 답하니 오랜만이라고 하시면서 자기 가게가 우리나라의 어느 여행 도서에 소개됐다고 보여주셨다. 좀 더 과장하여 놀란 반응을 보였다면 좋았을 텐데, 그때는 생각지도 못한 화제에 어떻게 반응할지 몰라 머뭇거린 게 뒤늦게 아쉽다.
시부야역 근처에 있는 시부야 스크램블 스퀘어는 40층이 넘는 높이의 건물인데, 상층(사무실 공간)에 보이는 검정 선과, 하층(상업시설)에 보이는 한 겹 걷어낸 듯한 물결무늬는 전체적으로 반듯한 건물을 역동적으로 연출한다. 그렇지만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건물 앞에 공사판을 벌여놔서 가까이 가면 조금 지저분해 보이는 게 흠이다.
건물 1층은 디저트류로 메웠는데, 온통 맛있어 보이는 것들뿐이라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않으면 지갑을 털리기 쉬워 보였다. 중간중간에 에쉬레나 알랭 뒤카스 르 쇼콜라와 같은 가게가 있는 것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비싸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식당가도 마찬가지였다. 지난번에 간 도쿄 미드타운 히비야 보다도 가격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늦은 점심을 먹은지라 저녁까진 부담스럽고, 간단한 요기를 위해 카페 오레(Åre)에 들렀다. 카페가 자리한 건물은 대로에 접해있지만, 카페는 이면도로 쪽을 향하고 있어 한산할 것 같은데 의외로 사람이 있다.
일본은 정말 푸딩을 접하기 쉽다. 쉽게 접하는 김에 자주 시켜보는데, 진득한 푸딩 사이로 계란 맛이 살짝 난다. 마찬가지로 진득했던 생크림은, 치즈를 조금 섞었나 싶을 정도다.
작업하기 좋은 공간이 꼭 우리나라 카페와 닮아 편안했는데, 아쉽게도 폐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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