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거나 씁쓸하거나
작성일
2022. 5. 5. 20:50
작성자
달콤 씁쓸

도쿄역 일대 산책

2022.1.


 직접 만든 치즈를 맛볼 수 있는 가게, 굿 치즈 굿 피자. 매장 입구에서부터 치즈를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매장은 일자형 좌석과 테이블 좌석이 혼재돼있다. 공간은 넓은데 테이블 간격은 좁다.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오늘의 프리모살레, 리코타, 모차렐라

 상호의 한 축을 담당하는 치즈이지만, 매장에서 식사하는 경우에는 단독으로 주문할 수 없었다. 뭘 주문해도 항상 무언가를 끼워 넣어야 한다. 이날은 위의 치즈 3종과 아래의 샐러드를 주문했다. (1000엔)

 과연 상호에 치즈가 있기 때문인지 한 입 거리임에도 맛있다. 일행과 함께해 이 조그만 치즈를 또 반으로 나눠 먹어야 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여운이 남는 것 같다. 토마토가 곁들여진 게 모차렐라 치즈인데, 일전에 방문했던 시부야 치즈 스탠드보다는 덜 쫄깃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정도의 쫄깃함이 적당했다. 모차렐라 치즈 오른쪽에 있는 게 리코타 치즈였는데, 부드러운 우유 맛이 특징적이다. 맨 위에 있는 건 종업원이 하는 말을 놓쳐서 나중에 메뉴판으로 어떤 치즈인지 확인했다. 프리모살레라고, 양젖으로 만드는 치즈였다. 트러플이 들어간 치즈였는데, 치즈보다는 우유푸딩에 가까운 식감이다. 

시트러스 드레싱을 곁들인 3종류의 콩과 구운 견과류가 들어간 샐러드

 위의 치즈와 묶어서 파는 샐러드다. 콩은 병아리콩, 강낭콩, 땅콩을 사용했는데, 퍼석퍼석한 퍽퍽함이 상큼한 드레싱과 안 어울렸다. 

반반 피자(살라미 크래프트맨, 제노베제)(2050엔)

 피자는 일부에 한해서지만, 반반으로 주문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맛은 치즈보다는 평범했다. 제노베제 피자에 앤초비를 넣거나, 살라미 피자에 케이퍼나 리코타 치즈를 넣는 등 독특한 조합도 특징적이었다. 도우는 바닥을 보니 왜인지 기름지다. 

 식당은 도쿄 미드타운 히비야에 있다. 중앙은 원통형으로 비워놓고, 이를 원형으로 둘러싸며 상점, 식당, 영화관 등이 있어 부산의 롯데백화점 광복점을 연상케 한다. 층수는 깨나 하지만 상업시설이 들어선 곳은 7층까지고, 나머지는 사무실이다. 어느 곳은 상가 전체가 옛 느낌이 나게 만들어져 있어 체험형 박물관에 온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일상생활에선 전혀 못 쓸 것 같은 작고 귀여운 강판을 비롯한 신기한 물건도 가득했다. 그 사이에서 정신을 차리고 식사만 하고 나오는 건 상당히 힘들었다. 

 중간중간에 전망대도 있는데, 근처에 있는 히비야 공원도 볼 수 있다.  

 도쿄 미드타운 히비야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일본 왕의 거주지가 있다. 바로 앞에는 빌딩들이 시야를 가릴 만큼 빽빽하게 들어섰음에도 속이 답답해질 만큼 고요해 현재가 낯설게만 느껴진다. 

 걷다 보면 니주바시투탄의거 장소인 이중교(二重橋;니쥬바시)도 볼 수 있다.

 니노마루 정원은 구석구석 손질이 잘 되어 있어 정갈함이 느껴진다. 아무래도 겨울이라 풍경은 찻잎 같은 갈색의 변주와 같았지만, 와중에도 봄은 오는지 꽃이 드문드문 피어 있어 반갑다. 바닥은 나무와 비슷한 소재로 메워져 있어 푹신푹신하다. 

 정원 너머로는 이슬람 건물 같은 느낌도 드는 도화악당도 보인다. 

 저녁까지 먹을 생각은 없었는데, 어쩌다보니 야바톤에 오게 되었다. 이른 시간에 가서 그런지 사람은 몇 없었고 덕분에 차분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특이하게도 밥을 쌀밥과 잡곡밥 중 고를 수가 있으며, 주문한 음식에 따라 앞치마를 제공해준다. 

극상 갈빗살 철판 돈가스 차림(2100엔)

 그렇지만 돈가스는 어차피 다 튀겨서 오는데 왜 앞치마를 주나 싶었더니, 이유가 있었다. 마악 철판에 올려 치익 하는 소리를 내는 돈가스를 식탁으로 바로 가져다 주기 때문이었다. 소스는 그 후에 뿌려준다. 덕분에 눈요기는 되었다. 나중에 앞치마를 벗을 때 보니, 미세한 양념이 멀리까지 튀었다.

 도쿄역 건물은 언제 봐도 좋다. 벽돌의 따뜻함이 잘 보이는 낮도 좋고, 낭만적인 밤도 좋다. 종종 들르지만, 또 오고 싶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