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롱 뒤 쇼콜라 2022
2022.1.
시작은 신주쿠역 서쪽에 있는 우동 가게 '우동 신'부터. 코로나 이전 관광객으로 붐볐던 가게라 그런지 메뉴판에 한국어 번역이 있으며, '강추'라는 단어(단어가 현재 유행하는지 아닌지는 차치하고)도 쓰는 등 번역도 상당히 매끄럽다. 그중에서도 재미있던 건 위 사진의 매운 맛 추가 안내판이었다. 4단계가 '마라탕 정도’라 적혀 있어 한국에 대해 상당히 잘 아시는 분이 번역하신 게 아닐까 싶다.
가게는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간, 전형적인 일본 식당이다. 좁은 곳에 일자형 탁자를 넣고 거기에다 뒤로는 2인용 탁자도 구겨 넣어 좁다. 일자형 탁자는 일반적인 높이보다는 더 높았으나 우동 면을 입에 가져가기에는 편한 높이다.
우동은 밝은 가게와 달리 칙칙한 그릇에 담겨 나왔다. 탁자에 있는 작은 서랍 같은 걸 열어 젓가락을 꺼낸다. 면은 직사각형 모양으로 찰지지는 않고 국물도 평범하다.
같이 나온 튀김은 기름지지도 않고 날카롭지도 않다. 일행이 시킨 새우튀김도 맛보았는데, 생물을 쓰는지 말 그대로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는다. 우동보다는 튀김이 더 인상 깊다.
전반적으로 가격이 비싼데다, 현금밖에 받지 않는 것도 있어 다시 가기에는 망설여진다.
속을 든든하게 하고 간 살롱 뒤 쇼콜라 2022. 점포는 많은데 공간이 충분하지 않아 구경 전부터 진이 빠진다. 입장 제한을 위해 시차를 두고 들어갔지만, 크게 의미가 있는 것 같지 않다.
하지만 복잡한 건 복잡한 거고, 상품들은 전부 아름다운 포장을 두르고 있어 소비심리를 부추긴다. 목표를 빈투바 초콜릿으로만 좁혀서 왔는데도 그렇다. 일본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광고가 부추기는 족족 디저트를 샀었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져서 빈투바 초콜릿 2개만 사는 데 그쳤다.
구매한 건 '쿠나 데 피에드라'와 '파카리'의 빈투바 초콜릿이다. 베리류의 맛이 나는 빈투바 초콜릿은 익히 아는 맛인데다 선호하지 않고, 흔히 다크 초콜릿이라 불리는 견과류의 맛도 너무 평범해서 개척해보고 싶은 브랜드나 맛으로 골랐다. 그렇지만 파카리는 군더더기 없는 맛 이상의 인상은 없었다. 멕시코의 브랜드 쿠나 데 피에드라의 빈투바는 처음 보는 브랜드인데다가 알코올 성분을 날린 술이 첨가되었다 해서 구매했다. 베리류의 맛과는 다른 시큼한 맛과 함께 향신료의 강렬함이 훑고 지나가는 독특함이 있다. 진흙과도 비슷한 식감을 가지는데, 받아들이기 힘든 개성이라는 점에서 베트남의 빈투바 초콜릿 브랜드 '마루'가 떠올랐다.
생각보다 살롱 뒤 쇼콜라 구경이 빨리 끝나 다카시마야 백화점으로 갔다. 여러 층에 걸쳐 있던 도큐핸즈는 흐릿한 기억만 남아 문구 전문 가게가 아니었나 싶었는데, 막상 가니 문구는 물론이요, 생필품, 실내장식, 주방용품 등 생각보다 많은 걸 취급한다. 직접 만들 수 있도록 월계수나 렌즈콩과 같은 재료를 묶어 파는 커리 꾸러미나, 세계 여러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레토르트 식품 가판대가 특히 눈길이 갔다.
마찬가지로 다카시마야 백화점에 있던 키노쿠니야 서점. 키노쿠니야 신주쿠 본점도 따로 있지만 여기는 외서만 취급한다. 당연히 한국어 서적도 몇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 번역서만 모아놓은 곳도 있었는데, 표지부터 남달랐다.
전망대에 가고 싶어 찾아간 도쿄도청은 아쉽게도 코로나 백신 접종 장소로 지정되어 들어갈 수가 없었다. 대신 교토에서도 갔던 사료스이센에 갔다. 가게가 자리 잡은 스미토모 빌딩은 겉면이 유리라 개방감이 있었지만, 여름에는 얼마나 더워질지 괜한 걱정이 든다.
당연하지만 메뉴판을 펼치니 교토에서 먹었던 교토 가정식(오반자이)은 없었다. 도라야키나 찹쌀 경단(시라타마), 고사리 떡(와라비모찌) 등이 들어간 파르페는 셔터를 절로 누르고 싶게 만드는 모양새는 아니었지만, 맛이 있으니 아무렴 어떤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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