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국립박물관 '폼페이' 전
2022.2.
오랜만에 방문한 우에노역. 개축하여 낡은 이미지를 걷어냈다. 폼페이전은 우에노역 근처에 있는 도쿄국립박물관에서 열렸다. 도착한 건 박물관 개장 조금 전이었는데, 아무도 없어 맞은편 분수대를 한 바퀴 돌며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사람들이 조금씩 줄을 서기 시작했고, 따라서 줄을 섰다.
폼페이전은 화산 폭발에 휩쓸린 사람들의 비극보다는, 그들의 생활상에 초점을 맞춘 전시다. 이탈리아의 베수비오 화산 폭발은 폼페이를 한순간에 죽음으로 덮었지만, 그 덕분에 2천 년 지난 지금까지도 당시의 물건들이 잘 보존되었으니 참 얄궂다. 현대는 과거에 비해 기술이나 문화 등이 월등히 발전했지만, 전시된 유물들을 보면 지금과 다를 바 없이 정교하고 아름답다. 과연 현재는 과거에 비해 발전한 게 맞는가? 하는 의문조차도 갖게 할 만큼의 것들도 종종 있다.
전시는 2층까지 이어졌다. 마지막에는 폼페이 외에도 화산에 묻힌 이탈리아의 도시 발굴 작업을 소개해놨다. 가장 널리 알려진 게 폼페이이지만, 발굴작업이 진행된다면 나중에는 다른 지역의 전시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전시장 바깥에는 마련된 기념품 판매 공간에는, 새까맣게 탄 빵을 본뜬 쿠션이나 과자도 팔고 있었다. 과자는 그렇다 치더라도, 쿠션은 미묘한지라 얼마나 팔릴지 궁금했다.
폼페이전은 다 봤지만, 이왕 박물관에 온 거 헤이세이관 1층으로 내려가 고고 전시실도 구경했다. 과거에는 문어가 작았는지 문어 잡는 통이 한주먹거리도 안 된다.
고개를 돌리면 바로 사망할 것 같은 돌베개는 사실 죽은 자를 위한 것이다.
심지어 실까지 전시한다. 정성이 대단하다.
하니와는 무덤에 세운, 흙으로 만든 인형이다. 웃는 모습이 참 푸근하다.
기와는 우리나라와 상당히 흡사하다. 이런 점에서는 역시 같은 동아시아권이다 싶다.
일회용조차 되지 않을 듯한 흙딱지는 놀이용이라기엔 아까울 만큼 앙증맞다.
구경하다 보니 식사 시간이 돼서 헤이세이관을 나왔다. 지나가면서 본 호류지관은 오랜만에 봐도 여전히 단아하다.
박물관은 재입장이 불가하다. 그래서 울며 겨자 먹기로 박물관 안에 있는 식당에서 식사할 수밖에 없었다. 식당은 동양관 별관 1층에 있는 레스토랑 백합나무에서 했다. 주문한 건 카츠쥬로, 무려 1780엔이나 한다. 카츠쥬는 이름부터가 카츠동이랑 닮았는데, 차이란 카츠동을 사각 상자에 담아낸 정도밖에 없다. 맛은 평범하다.
식사를 한 뒤에는 식당과 같은 동양관 건물에 있는 '이슬람 왕조와 무슬림의 세계'라는 전시를 봤다. 전시는 무슬림 왕조별로 구성되었는데, 각 왕조에 대한 설명이 충실하고 한국어로 번역도 되어 있어 관람이 편리했다. 우리나라와는 결이 다른 화려함을 지닌 전시품들 덕분에 눈도 즐겁다.
저녁을 먹기에 애매한 출출함은 쿠리야 오토나 쿠로기(廚 otona くろぎ)라는 빙수 전문점에서 해결했다. 주문은 탁자에 붙어 있는 QR코드로 진행한다. 가격은 비싸지만, 양을 선택할 수 있기에 때에 따라서는 200엔을 절약(?)할 수도 있다. 주문한 건 흑설탕 시럽 콩가루 빙수. 커다란 도자기에 담긴 푸짐한 빙수를 잘 퍼먹을 수 있도록, 숟가락도 빙수와 마찬가지로 넓고 깊다. 다소 거친 얼음 위로는 팥, 콩고물, 가볍게 볶은 호두와 흑설탕 시럽, 그리고 크림치즈(?)가 들어간다. 전체적으로는 흑설탕과 콩고물의 맛이 지배적이며, 따로 나온 흑설탕 시럽은 진하다 못해 조금은 떫고 시큼하다. 맛은 좋았지만, 탁자가 전형적인 인스타그램을 위한 그것이라 연신 고개를 숙이며 먹어야 한다는 게 불편하다. 굳이 또 가진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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