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거나 씁쓸하거나
작성일
2022. 8. 23. 21:51
작성자
달콤 씁쓸

상처와 연고 (2)

2022.2.


피요링 플레이트(980엔)

 느지막이 일어나 나고야 역사에 있는 카페 장시아느에서 점심을 먹었다. 굳이 카페에서 식사를 한 건 병아리 모양 케이크 '피요링' 때문이다. 피요링만 사서 갈 수도 있긴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입고 시각에 맞추어 긴 줄을 서야 하므로 차라리 피요링이 포함된 식사를 하는 게 편하다.

 구성은 버터 토스트에 샐러드, 요구르트, 음료다. 하지만 말이 버터지 실제로는 휩 버터라는 이름의 마가린 비슷한 것이 나오고, 드레싱은 시판이라고는 하지만 포장을 뜯어 끼얹는 최소한의 수고도 없다.

 식사 후에는 나고야역을 기준으로 한 시간 조금 안 되는 곳에 있는 기후시(市)의 '모두의 숲 기후 미디어 코스모스'에 갔다. 이토 토요오가 맡은 건물은 입구의 글씨부터 아름답다. 유리를 고동빛 자재가 감싼 건물 바깥은 앞뒤로 출렁거리는 형태인데, 색깔 때문인지 옛날 학교 건물 같은 느낌도 든다. 

 도서관으로 알고 간 '모두의 숲 미디어 코스모스'는 도서관을 포함한 종합 문화 광장의 역할을 한다. 건물 앞에는 널찍한 광장이 있으며 1층엔 소규모 강의와 전시, 공연 장소가 마련돼 있다. 도서관은 2층에 있으며 1층에는 서고가 있다. 

 책은 우리나라에서 2번으로 분류되는 종교가 1번의 철학과 통합되는 등 세부 기준이 우리와는 조금 다르지만, 마찬가지로 십진분류법에 의해 분류돼 사진에서 보는 글로브(원형 가림막 비슷한 것)를 중심으로 모여있다. 글로브 바로 아래에는 전시 공간이나 책을 읽는 공간이 있다.  

 그렇지만 책은 나름의 규칙은 있으나 일렬로 정리된 것은 아니기에, 어디에 어느 종류의 책이 있는지는 사실 바로는 알기 어렵다. 그 때문에 중간중간 안내판이 설치돼 있고, 글로브도 구분을 위해서인지 모양이 조금씩 다르다. 안내판을 살펴보니 책이 십진분류법 외에도 그림책이나 청소년 책이라는 주제로도 묶여있음을 알 수 있었다. 여기에다 점자책이나 소리책 서가도 있어 상당히 놀랐다.  

 도서관이 독특한 배치 방법을 취하는 만큼, 안내판만 보고 가다가 헤맬 수도 있으니 바닥에도 서가 위치를 알려준다. 딱히 특정한 책을 찾는 건 아니라 천천히 도서관을 둘러보았는데, 글로브 아래를 제하고서도 야외에서도 책을 읽을 수 있게 만들어놓는 등 책을 보관하고 빌릴 수 있는 공간이 아닌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져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서가는 키가 작은 사람들을 배려해 보통의 서가보다 낮았으며, 특히 어린이 도서에는 어린이용 점자책도 있어 놀랐다. 

 배려가 잘 되어있는 도서관이기도 하지만 공간도 아름답다. 나무를 사용하여 아늑한 느낌이 들고, 글러브가 달린 천장은 위로 솟아있어 율동감이 느껴진다. 천장은 격자로 되어 있어 물결치는 천장이 답답하지 않고 개방적이다. 공간을 연출하는 기본 재료인 목재는 기후현(県)에서 생산된 목재인 '토노 노송나무'를 사용한다고 해서 더욱 뜻깊다. [1] 하지만 지금에는 이렇게 멋진 건물도 일행에 의하면 초기엔 비가 새고 난리도 아니었다고 하니, 무엇보다 중요한 건 역시 마감과 안전이다 싶다.

 모두의 숲 미디어 코스모스 맞은편에 있는 기후시청에서는 전망대를 무료로 개방하고 있었는데, 위에서 본 건물은 태양열판을 잔뜩 깔아놓아 썩 아름답진 않았다. 멀리로는 나가라강도 보인다.  

말차와 화과자
호지차와 무절임

 구경한 뒤에는 근처에 있는 '수제 화과자 카페 마론'에 갔다. 말차의 보글보글한 느낌을 전날에 이어 맛보니 행복하다. 

닭 육수(토리파이탄) 라멘(850엔)

 나고야역으로 돌아와서 저녁을 먹었다. 역 북쪽에 있는 라멘 가게 국수 가게 시시마루에 갔는데, 개점 전인데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아 인기를 실감한다. 가게는 깔끔하며, 라멘 가게의 고질적 문제인 다닥다닥 붙은 좌석도 사이사이 설치한 가림막을 덕분에 옆 사람이 덜 신경 쓰인다. 주문한 닭 육수(토리파이탄; 鳥白湯) 라멘은 믹서기로 거품을 낸다. 거품 덕분에 부드러운 느낌이 들지만, 짠맛은 어쩔 수가 없었다. 하지만 감칠맛이 있어 짜다 짜다 하면서도 결국엔 국물까지 다 먹었다. 면은 사각 모양인데 탄력이 있다. 

베이크 카스테라(200엔)

 이대로 숙소에 돌아가기는 아쉬워서 이것저것 주전부리를 샀다. 베이크 카스테라는 보기에 참 맛있어 보였지만 결국엔 그냥 델리만쥬였다. 

타코야키(10개 550엔)

 나고야로 오니 같은 가격에 2알이 더 추가된 타코야키. 하지만 이미 만들어진 걸 담아준 데다 소스도 실수로 폰즈를 골라버려서 영 맛있지가 않았다. 파가 엄청나게 많은 대신 가츠오부시가 별로 없다. 

텐무스(새우튀김을 넣은 주먹밥)(5개 756엔)

 그리고 드디어 찾은 텐무스(새우튀김을 넣은 주먹밥). 볶음밥용 크기의 새우를 후추와 간장으로 간을 한 후 튀겨내 주먹밥 안에 세 개 정도 넣었다. 밥과 김, 새우튀김이라는 단출한 구성이지만 의외로 맛있다. 처음에는 원조 텐무스 센쥬에서 산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텐무스 센쥬에서 산 거였다. 어떤 가게의 음식이 유명해지면 그걸 따라 한 가게들이 생겨나는 건 국적 불문인 것 같다.  (3편에서 계속)

출처
[1] "建築の特徴", みんなの森 ぎふメディアコスモス, 2022.08.21., https://g-mediacosmos.jp/cosmos/about/character.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