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기/한끼 채우기 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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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곡삼계탕 2019.5.7.│지도 롭스 동성로점 자리에는 과거 금곡삼계탕이라는 가게가 영업하고 있었다. 그럭저럭 손님은 오는 것 같았는데 너무 띄엄띄엄 갔는지 어느 날 가 보니 가게는 홀연히 사라지고 벌써 한세월이 흘렀다. 사실 삼계탕을 좋아하지 않아서 가게가 없어진 게 그렇게 아쉽지는 않았는데 부모님께서 좋아하시니 괜히 마음이 쓰였다. 그러던 중 시지에 있는 가게를 찾아보다가 금곡삼계탕이 눈에 띈다. 설마 하던 그 가게다. 시지에 있는 건물 2층에 옮긴 금곡삼계탕은 훨씬 깔끔한 인테리어가 되었다. 개정 수성못 점과 비슷한 느낌이다. 메뉴도 삼계탕과 전기구이밖에 없던 예전과 비교하면 다양한 버전의 삼계탕, 닭강정, 거기다 비빔밥류도 생겨 선택의 폭이 훨씬 넓어졌다. 맛은 예전보다 조금 묽어졌지만, 여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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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리우 2019.4.27.│지도 교동 전자 거리에 있는 셀리우는 저녁 시간에 방문하니 음침하고 우중충하다. 차를 가지고 온다면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걸어오는 입장에서는 가게 옆에 술을 끼고 노는 동네 음식집도 하나 있어 그 앞을 지나다니려니 여간 조마조마한 게 아니다. 좌석은 테이블이 2개, 나머지는 주방으로 뚫린 형태의 ㄷ자 카운터석으로, 단체가 아닌 이상은 카운터석에 앉게 된다. 디너 코스는 기본 72000원에 메인 메뉴에 따라 추가금이 붙는다. 일행이 사 주는 저녁이라 더 욕심은 못 내고 이베리코로 한다. 와인 메뉴판도 가져다주셨지만, 술을 못 마셔서 그대로 돌려보낸다. 자연히 왼쪽에 있는 멋진 글래스와도 안녕이다. 주문하고선 물수건으로 손을 닦는다. 은은한 향이 손을 자꾸만 닦고 싶게 만든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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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띠따블 2019.4.14.│지도 주택가에 있는 쁘띠따블은 아무리 들안길이라곤 하지만 도로에서 상당히 안으로 들어간 곳 - 심지어 삼덕동처럼 군데군데 음식점이 있는 곳도 아니다 - 에 있다. 그래도 외관이 파란색과 흰색이라 눈에는 잘 띈다. 오픈은 12시이지만, 혹시나 해 예약을 걸어 두었다. 12시가 되고 얼마 되지 않아 가게에 도착했는데, 벌써 중년 여성 무리가 자리를 잡고 주문을 하고 있었다. 직원분께서 주문을 받으시고 난 뒤에 예약했다고, 어디 앉으면 되냐고 물어보았다. 그런데 가게의 어느 곳에서도 예약석 표시는 없었다. 직원분은 가게를 휘 살펴보더니 안쪽 자리를 권했다. 다른 사람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있는 좋은 자리였다. 하지만 이왕 예약을 한 거, 아무리 오픈 시간에 맞추었다지만 예약석이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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딤딤섬 대구점 2019.4.17.│지도 중국에서 먹은 우육면을 잊을 수가 없어 찾았다. 매장은 홍콩 체인점으로 신세계백화점 대구점 9층에 있었는데, 가성비가 영 시원찮은 8층 식당가와 달리 의외로 저렴하다. 똑같은 우육면도 8층에 있는 크리스탈 제이드에서는 거의 두 배 가격에 판다. 물론 재료와 방법의 차이는 있겠지만 새삼 뜨악하다. 우육탕면. 조금 매울 거라고 했지만 그냥 시켰다. 국물을 마시자마자 제피가루(?) 때문에 기침부터 난다. 고춧가루로 매운맛을 내는 우리나라 음식은 힘든데 이건 의외로 견딜 만했다. 면은 라멘과 비슷한 굵기로 청경채가 단으로 들어있는데 먹기가 힘들다. 고기는 제법 있지만 역시 먹으면서 덜 맵고 면이 넓었던 중국의 우육면이 그리웠다. 가지딤섬. 생선 완자 같은 것을 가지로 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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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곰탕 2019.3.20.│지도 가게는 깔끔한데 화장실이 바깥에 있다. 먹고 싶었던 건 들기름 비빔면이었지만 궁금했는데 날이 갑자기 추워져 곰탕을 먹었다. 받고 나서 당황했다. 왜 맑지? 그제야 바닥에 있는 홍보지가 보이기 시작한다. 세상에! 집에서 흔히 곰국이라고 알던 게 실은 곰국이 아니라 설렁탕에 가까운 국이었다니. 이 가게 덕분에 곰탕과 설렁탕의 차이를 잘 알게 되었다. 아, 내가 좋아하는 게 설렁탕이었구나. 곰국에는 파가 가장 많고 계란 지단과 천엽이 조금씩 있다. 간이 되어 나와 따로 소금을 더 넣을 필요는 없었다. 곁들이는 김치는 깍두기와 배추김치인데, 배추김치에는 새우젓 맛이 강하다. 국물은 설렁탕과 비교해 진하다고 하는데 딱히 그런 것 같진 않았다. 한편 일행이 시킨 사물 곰탕(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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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콘도 테이블 2019.3.6.│지도 범어동에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더키친노이'의 쉐프분께서 개업하신 곳이래서 갔다. 레스토랑이 시내에 분점을 낸 게 (없어진 지 한참 되었지만) 라벨라쿠치나 주니어를 연상케 한다. 위치는 통신 삼거리에서 (구) 반반다방(바뀐 가게 상호를 모르겠다) 옆으로 나 있는 골목으로 들어가면 된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많은 게 흠이다. 노란 색조. 노란 조명. 벽 쪽 좌석에는 콘센트도 달려있다. 무난한 인테리어라 더욱 눈에 띄는 작품. 색 조합이 참 마음에 든다. 좌석은 2인석이 대부분. 수저가 미리 세팅되어 있는데 착석한 뒤에 세팅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았다. 가게 입구 옆에는 전체 메뉴판이, 블랙 보드에는 일부 메뉴 - 주력메뉴가 아닌가 싶다 - 가 적혀있다. 유부초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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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메루 2019.2.23.│지도 코메루(込める). 정성을 담아 요리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빠다쥬, 슬로우라이프와 같은 구역에 있지만, 중간에 도로를 하나 건너야 해 가게가 눈에 잘 띄진 않는다. 주택을 개조한 가게는 흰 페인트칠로 앞에 있는 작은 잔디와 싱그러운 대비를 이룬다. 미리 세팅된 식기. 요리만 정성을 담은 게 아니라 식기도 정성을 담아 선택하셨구나 싶다. 묵직하면서도 푸근한 색이다. 그렇지만 물 주전자는 무거워서 자칫하면 깨트릴까 조마조마했다. 제일 먼저 먹는 건 역시나 샐러드다. 양파에 파프리카 등 여러 가지 종류가 있었지만, 양상추 크기가 커서 먹는 게 불편했다. 새하얀 연근은 사각사각보다는 조금 더 단단하다. 식초에 절인 것 같은데 신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잘게 잘라주셨으면 좋을 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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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쓰멍 2019.2.19.│지도 이 가게가 아니었더라면 밤이면 어둑어둑한 침산동에 굳이 오진 않았을 것이다. 관자 요리. 잎을 튀긴 것 같은데 신선한 식감이다. 시그니처 치킨 요리. 겉을 그렇게 바싹하게 구웠는데도 속은 야들야들하고 촉촉하다. 겉과 속이 대비가 잘 드러나게 조리하는 기술이 대단하다. 짭조름한 와중에 통후추가 부담 없이 맛을 환기해준다. 명란 오일 파스타. 면에 오일이 잘 둘려 있는 게 삐에뜨라와 맞먹는다. 부재료는 최소한으로 억눌렀지만 그렇게 해서 끌어낼 파스타 자체의 매력은 없다. 음식점을 찾아갈 때 나름의 기준이 있다. 나와 맞는 블로거도 그 기준의 하나이다. 그래서 구독하는 블로거가 이 음식점이 좋다고 했을 때 기대를 잔뜩 했다. 구글에서의 평점도 나쁘지 않았다. 그렇지만 음식이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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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션드방콕 2019.2.15.│지도 좁은 공간에 카운터석과 2인석을 꽉 채워 넣어 마치 거송갈비찜의 좌석 배치를 방불케 한다. 좌석은 입구까지 촘촘히 배치되었는데, 찬 기운이 남아있는 2월에는 잘못하면 식사 내내 찬 바람을 쐬게 되겠더라. 내가 갔을 때도 문과 가까운 좌석밖에 남아있지 않았지만, 문이 열리는 반대쪽 좌석에 앉았다. 훨씬 낫다. 물과 수저는 바로 나온다. 주전자가 신짜오에서 본 그것과 흡사하다. 젓가락이 대나무 모양이어서 요모조모 본다고 음식도 나오기 전에 집어 들었는데, 조금 무겁다. 저녁이 되면 조명을 가져와서 밝혀주신다. 쌀국수는 육수가 진하고 고기도 제법 있다. 고수는 안 넣어주신다. 해선장소스나 칠리소스가 따로 비치되어 있진 않지만, 그 자체로 맛있다. 팟타이는 큼직한 새우 2개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