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담기/다른 나라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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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카시라 공원 2021.12. 목표는 이노카시라 공원이지만, 일단은 밥이 먼저다. 문 여는 시간에 맞추어 식사하려고 아침에 귤 2개만 먹었더니 어째 키치죠지 역에 내릴 때부터 피곤하다. 이제부터 시작인데. 가게는 이노카시라 공원에 가는 길목 옆 샛길에 있는 피제리아GG로, 나폴리피자 인증협회라고 한다. 예전에는 이런 인증표시나 수상 이력을 보면 대단해 보였는데, 요새는 이 또한 맛을 보장해주지 못함을 느껴 조금 심드렁하다. 위치는 지하 1층으로 다소 불리하지만, 평일인데도 영업시간 전에 와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 통유리로 살펴본 가게는 낮이라 그런지 어두침침하지는 않다. 화장실도 잘 갖춰져 있다. 피자는 특이하게도 직접 잘라 먹어야 한다. 요청하면 잘라준다고 본 것 같기도 하다. 주문한 건 마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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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히로 미술관 2021.12. '창가의 토토'의 삽화를 그린 일러스트레이터 이와사키 치히로의 미술관이다. 전시는 그녀의 인생을 더듬어 시간순으로 구성되었으며, 그림은 수채화의 투명함을 한껏 살린 덕에 현재 한창인 벚꽃만큼이나 하늘하늘하다. 그러나 그림이 으레 그렇듯이 세월의 영향을 안 받을 수는 없다. 그래서 치히로 미술관은 시간으로부터 작품의 색조와 질감을 보존하는 기술 '피에조 그래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디지털 아카이브 작업을 진행하고 있고(출처: 치히로 미술관), 공간 한쪽에 그 결과물인 복제본도 전시하고 있다. 그 밖에 이와사키 치히로가 삽화를 그린 책을 읽을 수 있는 도서관도 있다. 도서관 구석에서는 방명록을 작성할 수 있는데, 다 작성하면 묶어서 책으로 만든다. 책이 된 방명록은, 방명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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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비스 가든 플레이스 2021.12. 봄에는 꽃이 있고, 여름은 푸르고, 가을은 청량하다. 그러나 겨울은 다른 계절에 비해 내세울 게 없다. 그래서 색색깔의 조명으로 자신을 치장한다. 추운 게 싫지만, 일루미네이션은 보고 싶었다. 찾아보니 에비스의 가든 플레이스라는 곳이 있었다. 무작정 떠났다. 요요기하치만에서부터 거리 구경을 하며 내려가면 되겠지 싶었는데, 생각보다 힘들었다. 날씨가 좋지 않았던 데다가, 아무리 구글 지도가 있다고는 하지만 우리나라보다 해가 빨리 져서 주위 파악이 힘들어서였다. 지도는 최적의 경로만 알려주지만,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로 다니는 게 때로는 더 편할 때도 있다. 지도를 보고 선로만 따라 걸으면 되겠거니 했는데 어째 사람도 없고 적막하다. 시부야역 근처엔 공사를 하고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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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정취, 카와고에 2021.12. 한 나라의 분위기라는 건 비단 과거에서만 찾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요즈음은 세계화 및 국제화에 따라 대도시의 경우 풍경이 우리나라와 별반 차이가 없다. 그래서 더욱 옛날 정취를 찾아 떠나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경주나 전주한옥마을 등이 그런 곳이라면, 일본이라면 역시 관서 지방(대략 오사카부, 교토부, 나라현, 효고현 일대)에 있는 교토가 제일 유명하다. 그렇지만 첫 여행지가 관서 지방이 아니라 관동 지방(대략 도쿄도, 치바현, 카나가와현, 사이타마현 일대)이라면, 교토 대신 사이타마현에 있는 카와고에에 가는 것도 한 방법이다. 서울에 여행 가서 인사동이나 북촌 한옥마을을 가는 것처럼 말이다. 처음이라면 온통 나무로 되어 있어 오래되었지만 차분한 느낌을 주는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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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과 실제는 다르다, 신궁 외원 은행나무길 2021.11. 나라마다 가로수의 종류가 다른 게 소소하게 놀랍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렇게 흔한 은행나무이지만 일본에서는 잘 보질 못했다. 그렇지만 당시 새로운 생활에 적응한다고 바빠서 좀처럼 외출하지 못한 탓도 있지 않나 싶다. 못 보면 없는 것처럼 느껴지니까 말이다. 그렇지만 메이지 신궁 외원에 있는 은행나무길엔, 이름대로 은행나무가 가득하다. 보통 가로수는 차도 쪽에만 1열로 심는데, 여긴 차도 쪽만 아니라 차도와 멀리 떨어진 쪽에도 심는다. 즉, 한 인도마다 2열의 가로수를 심는 셈이다. 거기다 간격은 빽빽해서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빈틈이 없다. 물론 이는 인도가 넓어서 가능하다. 은행나무를 보며 가지치기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어떻게 손질하느냐에 따라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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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 도쿄 건축 정원 2021.11. 에도 도쿄 박물관의 분관으로, 에도 시대의 건축물을 보존하기 위해 만들어진 에도 도쿄 건축 정원. 위치는 도쿄 중심부에서 서쪽이다. 제일 가까운 역은 북으로는 세이부 신주쿠선의 하나코가네이역, 남으로는 JR 중앙선의 무사시코가네이역인데, 문제는 에도 도쿄 건축 정원이 이들 역 중간에 있어 어느 쪽에서 가든 도보로 30분은 걸린다는 사실이다. 어차피 박물관 안에서 또 걸어야 하니 얌전히 버스를 타는 게 상책이다. 박물관은 일종의 사극 세트장 같은 느낌이다. 이축한 건물도 많을뿐더러 민가 외에 상점이나 공중목욕탕도 있다. 안에 들어가 볼 수는 있지만, 신발을 신고 벗는 게 불편하다. 여름엔 샌들을 신으니 그때 가는 것도 좋겠다. 곳곳에는 초목도 무성하여 단순히 건물을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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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아닌 도쿄에서, 양조장 견학 2021.11. 양조장 '오자와 슈조'에 갔다. 양조장은 도쿄 도심에서 상당히 서쪽으로 들어간 한산한 곳에 있는데, 그래도 행정구역은 도쿄다. 마치 대구의 달성군이다. 공장 주변에는 술이나 부산물(지게미, 지게미 푸딩, 반찬 등), 음식을 판매하고 있다. 일단 식사부터 한다. 식권을 제출한 뒤 음식을 받아온다. 파라솔이 펼쳐진 곳에도 앉을 수 있지만, 사진에 보이는 곳이 제일 넓은 식사 공간이다. 나무로 된 지붕에 종이 등을 걸어놔 사진은 그럴싸해 보이지만 사람이 항시 오고 가서 마치 단체 식당 같은 느낌이다. 차분한 맛은 없지만, 오른편에 강이 흘러 경치는 좋다. 우동은 평범하다. 그릇은 다회용 용기로 보이지만 플라스틱이다. 오른쪽에 돌돌 말린 건 두부껍질(유바)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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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아슬하게, 그러나 즐겁게 (4) 2019.1. * La Brianza HP 지도 좀처럼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려운 타베로그에서 고평가를 받으면서도, 런치 가격이 1800엔으로 생각보다 저렴한 곳이다. 음식도 마침 좋아하는 파스타다. 들어가니 평일 점심이라 그런지 주변에는 중년 이상의 손님들이 많았고 내 옆에는 비즈니스 맨들이 식사가 끝난 지 한참이나 되었는데도 노트북까지 동원하며 사업 이야기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좌석 간격은 일본답게 다소 좁다. 우선은 빵이 나온다. 오른쪽은 분명 포카치아인데, 왼쪽은 모른다. 기름에 튀겨 고소하다. 다 먹은 그릇을 보고 지나가던 종업원분이 뭘 물어보셨는데 치워주시는 줄 알고 OK 했더니 하나 더 가져다주셨다. 포카치아는 하나, 왼쪽의 빵은 무려 4개나 더 주셔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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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아슬하게, 그러나 즐겁게 (3) 2019.1. * 3초메의 작은 빵집 지도 이번에 묵은 이마노 호스텔은 접근성과 가격 말고는 모든 게 최악이었지만 이 빵집이 있어 그나마 행복했다. 일단 일찍부터 움직이는 나에게 8시부터 연다는 게 큰 구원이었고, 오픈하고 얼마 되지 않아 갔는데도 종류가 많았다. 하나하나의 크기는 작았지만 달리 생각하면 다양한 종류의 빵을 맛볼 수 있으니 감사하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사진은 순서대로 시오 프랑스, 바게티느. 시오 프랑스는 쉽게 말해 '시오빵(소금빵)'이다. 속은 크루아상처럼 결이 살아있으면서 텅 비었는데, 소금과 버터로 맛을 내어 고소하면서도 짭조름하다. 기본적이고 흔한 맛이지만 자꾸 먹고 싶게 만드는 면이 있다. 그 후 수소문(?)해보니 교동 과자점에도 시오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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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아슬하게, 그러나 즐겁게 (2) 2019.1. * 뭉크전 - 공명하는 혼의 외침 HP 지도 도쿄도 미술관 개장이 9시 30분이어서 9시에 일행과 만나기로 했다. JR의 우에노 공원 쪽 출구 - JR을 이용하지 않아 환승 출구를 따라 건너왔는데 야마구치 출구로 나와버린다. 맞은 편에 있는 오르막을 따라 위로 올라가면 바로 우에노 공원 출구다 - 를 찾지 못해 조금 헤맸지만 늦지는 않았을 터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생각보다 훨씬 부지런했다. 우에노 공원을 가로질러 가니 긴 줄이 보였는데, 설마하니 그게 뭉크전에 선 줄이었다. 그렇지만 내부가 넓어서인지 개장하고 나서 들어가기까지는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았다. 전시장도 북적이진 않았다. 전시는 오슬로 시립 뭉크 미술관의 컬렉션을 중심으로 하여 100점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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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아슬하게, 그러나 즐겁게 (1) 2019.1. * 험난한 도쿄의 길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싶었다. 작년 10월 도쿄행도 태풍 때문에 못 갔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안개가 장난이 아니다. 그래도 비행기는 점심에 출발이니 많이 늦어지진 않겠지 생각하며 공항에 갔다. 안이한 생각이었다. 6시에 출발 예정이었던 비행기조차 아직 대기 상태였다. 내가 탈 예정인 비행기는 탑승구조차 열리지 않았다. 한참 뒤에 티켓은 받았지만, 출발도 지연에 지연을 반복한 끝에 겨우 했다. 하염없는 기다림에 벌써 지쳐버려 하루치 여행을 다 한 기분이다. 여태까지 잘 다녀온 건 운이 좋은 거였구나 싶다. * 타임 어택 착륙할 때의 그 덜커덩한 느낌. 도착했구나. 관건은 지금부터다. 아는 사람과 만나기로 해서 더 늦을 순 없었다.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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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만의 (3) 2019.1. * 먹으러만 다니기 아무 계획이 없었기 때문에 예능에서 자주 보던 '먹방' 컨셉으로 가 보기로 했다. * Walder HP 지도 아담한 빵집이며 테이크아웃만 된다. 앤초비 크루아상(220엔)과 호지차 크림빵(180엔)은 처음 보는 빵이라 당장 샀다. 호지차 크림빵은 색은 비록 칙칙해서 식욕이 떨어질지 모르지만 호지차의 씁쓸함 덕분에 무턱대고 달지 않아 좋다. 앤초비 크루아상도 짭조름한 게 독특했지만, 최고는 호지차 크림빵이다. 소금 빵(160엔)은 기대와는 다르게 제일 맛이 없었다. 버터도 없이 그냥 밀가루와 소금만 가지고 구운 빵인가 싶다. * 스타벅스 교토신쿄고쿠점 HP 지도 우리나라였다면 스타벅스라는 체인을 굳이 찾진 않았을 거다. 항상 사람이 많고, 좌석 간격도 마..